기차 시간이 꽤 남아서
괜히 코메다커피에서 여유를 부리다
메이테츠나고야역으로 왔더니
공항으로 가는 뮤스카이가 만석이 돼서 못 타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부랴부랴 다음 특급을 잡아서
공항을 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출국심사 직전에 하려고 했던
여행 마지막 일정에 차질이 생겼네요.
츄부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있는 플라이트 오브 드림즈.
여기가 영업시간이 5시까지라서
4시 40분 공항에 도착한 뒤 죽어라 뛰어
광동체 비행기 1대가 통으로 들어간 거대한 규모에 감탄할 새도 없이
게이트를 지나
빠르게 사진을 찍어봅니다.
플라이트 오브 드림즈의 핵심은 당연히 보잉 787 초호기 ZA001(N787BA)인데
기념비적인 초호기가 미국이 아닌 일본에 있는 이유를 들자면
보잉 787 시리즈의 첫 구매자가 일본 항공사인 전일본공수인 데다
787을 만들 때 동체, 날개, 랜딩기어 등 여러 부속품을 만드는 회사가 일본에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런 명분을 제외하고 보자면 조금 웃픈 이야기가 있는데
비싼 돈 주고 개발한 초호기를 당연히 보잉은 전일본공수에 팔고 싶었지만
설계 이슈로 항속거리가 줄어들어 전일본공수에 납품을 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고
부랴부랴 다른 항공사들에게도 판매를 시도했으나 역시 거절당해
팔지도 못하는 비행기 기념관에 전시나 하자는 식으로 여기에 오게 됐다고 삐딱하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판매를 거절당한 787 초기 생산분 중 1대가 대한항공으로 들어가
비즈니스 제트기로 개조돼 삼성 전용기로 쓰인 곁다리 이야기도 있고요.
뒷이야기야 어쨌든 저 같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멋진 이 비행기를 그냥 두기는 아쉽겠죠.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 콕핏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콕핏을 보는데 허락된 시간이 고작 3분뿐이지만
문 닫기 직전에 플라이트 오브 드림즈에 왔으니 이거라도 감지덕지네요.
정말 특이하게 비행기 왼쪽 문이 아닌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니
객실로 가는 통로를 막아둔 벽 뒤로
한국에서는 어지간하면 볼 일이 없는 콕핏이 유리창 너머로 보입니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를 플레이한다면
개별 파트별로 하나하나 끄적여보겠는데
아쉽게도 제가 그 정도로 지독한 항덕은 아니거든요.
사진만 열심히 찍고
다시 비행기 오른쪽 문으로 나와
계단 아래로 내려간 뒤
다른 볼거리를 찾아
빠르게 기웃거려 봅니다.
시뮬레이터는 진작에 문 닫았으니 못 보고
다른 곳으로 가니 보잉 787 제작에 참여하는 일본 기업에 대한 소개가 나오네요.
토요타 계열사이자 토요타의 근본이기도 한 토요타 방직에서는
기내 좌석을 만든다고 하고
미츠비시 중공업 못지않게 별의별 걸 다 만드는 카와사키 중공업에서는
비행기 동체를 만든다고 합니다.
토레이에서 만든다는 탄소섬유도 보이는데
철로 만든 조각과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각을 직접 들어보게 해서
비행기 무게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간단하게 보여주네요.
펌데일 리저널 공항(KPMD)에서 킹 카운티 국제공항(보잉 필드, KBFI)을 거쳐
츄부국제공항(RJGG)으로 787 초호기 ZA001이 오기까지의 여정을
간단히 보여주는 전시물도 보고
보잉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보잉 787에 대한 소개도 뒤늦게 살펴봅니다.
보잉 787과 츄부국제공항(센트레아)의 관계를 보여주는 패널도 있는데
앞서 간단히 말했듯이 보잉 787을 만드는 데 쓰이는 파츠들이
츄부국제공항을 거쳐 미국에 있는 보잉 공장으로 갑니다.
이 과정에서 쓰이는 독특한 화물 수송기가 보잉 747 기반으로 만든 드림리프터인데요.
비슷한 성격의 에어버스 벨루가가 비행기 앞을 들어서 동체를 운반하는 반면
보잉 드림리프터는 비행기 꼬리를 열어서 짐을 싣네요.
787에 대한 전시물 관람은 이 정도로 마치고
파란 전시물 사이 유독 노란색으로 튀는 전시 공간으로 넘어갑니다.
뜬금없게도 DHL 브릭과 함께 기업 소개 패널이 놓여 있는데
DHL의 항공 자회사 DHL 익스프레스의 아시아 거점이 츄부국제공항인 것 같네요.
노란색이 인상적인 DHL 화물기와
특도기를 만들어도 유로화이트 기반 도장을 유지하는 일본항공 비행기,
일본항공에 비해 기업 컬러를 더 반영한 전일본공수 비행기와
보잉에서 개발한 여러 비행기 다이캐스트를 보고
플라이트 오브 드림즈를 떠나려다
기념품점에 들러
조금 더 구경을 하고
비행기를 타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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