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7월의 어느 일요일.
컴퓨터용 사인펜이나 경마 예상지 등을 파느라 여념이 없는 잡상인을 헤치며 경마공원역에 내려
경마장, 그러니까 렛츠런파크 서울로 갑니다.
별생각 없이 왔는데 여름에는 경마를 조금 늦게 시작해서 야간까지 시작하나 보네요.
안으로 들어가려면 입장권을 사야 하는데
경마장 입장권은 물론 마권까지 전부 신용카드 결제 불가라서
현금으로 내거나 티머니, 캐시비와 같은 선불교통카드로 결제해야 합니다.
현금이 없으면 매표소 옆에 있는 ATM에서 돈을 찾을 수 있는데
농협에서 설치한 ATM밖에 없으니 농협 계좌가 없는 분이라면 수수료도 감안해야 합니다.
입장권을 사고 안으로 들어오긴 했는데
제가 마쟁이는 아니라서 경마에는 별 관심이 없거든요.
그런 놈이 여기를 왜 왔는가 하니
렛츠런파크 서울 안에 있는 말박물관에 가기 위해서입니다.
경마공원역 자체가 경마장 접근성 향상을 위해 지어진 역이라
역 인근 시설이라곤 경마장밖에 없는데
경마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어떻게든 경마공원역에 갈 이유를 쥐어짜 낸 결과가 이겁니다.
말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말과 관련된 역사적인 유물이나 말을 탈 때 쓰는 이런저런 도구에 대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갖춤 또는 마구(馬具)라고 해서 말을 부릴 때 사용하는 안장, 재갈 등에 대해 소개하면서
각각의 도구에 대한 쓰임새와 함께
어떻게든 각 도구를 눈에 띄게 만드려고 시도한 다양한 장식이나 무늬에 대해 다루기도 합니다.
말발굽에 박는 편자에 대해 소개하면서
편자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장제라는 작업에 대해 알려주는가 하면
말에 올라타서 편안한 상태로 앉기 위해 얹는 안장이나
말 가슴걸이나 후걸이에 달아 소리를 내면서 장식을 더한 말방울에 대해 소개도 하네요.
이외에 말과 관련된 유물로 삼국시대 때 만들어진 기마인물형 토기,
말 도둑을 예방하고자 말 주인이 누구인지를 식별할 수 있게 만든 낙인,
역참에서 말을 빌릴 수 있는 증표로서의 역할을 한 마패 등이 놓여 있습니다.
이외에 눈에 띄는 전시물로는
간단한 체험 코너에 놓인 말 사료와
마구간에 까는 흙, 그리고... 말똥이네요.
말박물관 전시실 옆은 갤러리로 쓰이고 있는데
운영주체가 마사회 아니랄까 말을 그린 그림이 여럿 걸려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어째 경마에 대한 전시물은 전시실 안에 놓인 우승컵과
박물관 밖에 걸린 역대 그랑프리 수상 기수 사진이 전부네요.
한국에서 경마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와 같은 경마의 역사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어서
인터넷에서 따로 찾아봤습니다.
간단히 적어보자면 일제 강점기인 1922년 민간단체인 조선경마구락부가 출범한 뒤
1928년 서울 용두동에 경성경마장이 세워졌고,
광복 후 1949년 경마 단체를 국유화한 뒤 1954년에 경마장을 뚝섬 인근으로 이전,
1980년대에는 제주 조랑말을 멸종위기로부터 보호하고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면서 제주도에 경마장을 세웠고,
1989년에는 서울 경마장을 지금의 자리인 과천으로 이전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제주 외에도 부산과 김해 사이에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이 있고
경북 영천에도 렛츠런파크 영천이 추진 중인데
여기는 어째 계속 사업이 미뤄지다 어찌 됐든 진행은 되고 있나 봅니다.
말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니 딱히 할 게 없어 사람들이 북적대는 경기장을 둘러만 보기로 했습니다.
경마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마토라고 부르는 마권을 사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 과정이 제법 복잡해 보이네요.
현금을 구매권으로 바꾼 뒤
OMR 카드로 만든 구매표에 돈을 걸 경주와 말을 표시하고
구매권과 구매표를 자율 발매기에 집어넣으면 마권이 나오나 봅니다.
경마가 진행될 경주로로 나가 보니 아직 경마가 시작하기 전인데
경기장 앞에 놓인 예시장에 말과 기수가 들어오는 장면이 화면에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장으로 들어오기 전 말 체중과 같은 상태를 체크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경마를 볼 생각은 딱히 없으니 예시장으로 나가
말 구경만 간단히 하다 경마공원역으로 돌아갔습니다.
435. 선바위역 추사박물관 |
436. 경마공원역 | 437. 대공원역 국립과천과학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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