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역전시장에서 매산로로 하는 길에 수엠부라는 인도 식당이 있습니다.
인도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당연히 커리(카레)지만
지금까지 먹어본 커리라곤 일본에서 건너온 카레라이스뿐이라
새로운 음식을 먹어본다는 설렘 반 입에 안 맞아서 돈만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 반으로 계단을 올라갑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인테리어만큼은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네요.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세트메뉴입니다.
친구와 같이 왔으니 아래 세트 중에서 고르면 될 텐데
세트 메뉴를 주문하면 플레인 난을 계속 리필받을 수 있으니
커플 세트 메뉴 B로 먹기로 했습니다.
음식 구성은 탄두리 치킨 반 마리, 렘 티카(양고기 구이 조각) 2조각,
야채샐러드, 마늘맛 난, 머튼 커리(양고기 커리), 밥, 사모사 반 세트,
그리고 음료는 저는 라씨, 친구는 맥주를 주문했습니다.
세트 메뉴 이외에도 별의별 음식을 팔고 있네요.
주문을 마치니 가장 먼저 각종 피클이 나오고
주문한 음료가 나왔습니다.
라씨는 요구르트를 가지고 만든 음료인데,
플레인 요구르트 음료와 거의 비슷한 맛이 나지만
생각보다 걸쭉해서 빨대로 빨아 마실 때 제법 힘을 쓰게 됩니다.
아무튼 처음 맛보는 음료는 가볍게 클리어.
이어서 애피타이저로 사모사가 나왔습니다.
사모사는 군만두와 비슷한 요리인데
채식을 많이 하는 나라답게 안에 고기는 하나도 없고
감자에 완두콩 등을 넣고 커리를 잔뜩 버무려놨습니다.
감자 비중이 높아서 제법 푸석푸석해 생각보다 오래 씹어 먹게 됩니다.
샐러드도 사모사와 같이 나왔는데
샐러드드레싱이 특이하게 망고 드레싱입니다.
망고가 내는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 야채와 잘 어우러지네요.
샐러드 위에 뿌린 하얀 가루는 코코넛 코프라 가루인데
한국에서도 도넛이나 비스킷 위에 뿌려 먹는 일이 많으니 제법 친숙한 재료라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어서 가장 메인 음식이라 할 수 있는 양고기 커리와 마늘을 뿌린 난, 그리고 밥이 나왔습니다.
세트 메뉴에 나오는 밥은 기다란 인디카가 아니라 한국에서 먹는 자포니카로 주네요.
메뉴판을 다시 확인해보니 인디카는 인도식 밥(Basmati Indian Rice)이라고 따로 팔고 있습니다.
토마토를 넣어 빨간 커리를 한 숟갈 퍼서
난 위에 올리고 살짝 말아 입으로.
양고기나 커리나 향이 강한데 생각보다 그 냄새에 익숙해진 것인지 별다른 거부감이 없이 속으로 잘 들어갑니다.
난은 쫄깃한 맛이 일품이고, 커리는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나서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탄두리 치킨과 램 타카가 나왔는데요.
먹을 만큼 접시에 담아 살을 잘 발라내고 다른 음식과 함께 먹어봅니다.
향신료를 듬뿍 묻히고 불에 구워서 고기를 입에 머금으면 향이 확 느껴지지만
이 향도 제법 견딜만합니다.
제가 의외로 인도 음식 체질인 건지 수엠부가 현지화를 잘한 건지 모르겠지만
주문한 음식 하나하나가 너무나 제 입에 잘 맞습니다.
세트로 나온 음식은 양이 제법 넉넉해서 난을 1번만 리필했는데도 성인 남성 둘이 배부르게 먹었네요.
새로운 음식을 맛있게 먹어서 만족하며 기분 좋게 식당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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