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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상세)/2023.01.26 토호쿠

14. 아오모리현에 있는 다자이 오사무의 유산

 

 

카나기역이 있는 고쇼가와라시 카나기쵸는 츠시마 가문이라는 지역 유지가 살던 동네인데

 

 

 

 

이 가문을 대표하는 사람 중에 하나가

 

본명 츠시마 슈지보다 필명이 더 유명한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입니다.

 

그래서 카나기역 주변에는 다자이 오사무와 관련된 관광지가 여럿 있고

 

카나기역 앞에 있는 지도에도 이들 시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모든 곳을 둘러볼 수는 없으니 간단하게 두 곳만 둘러보고 가기로 하죠.

 

우선 다자이 오사무 피난의 집 신자키시(太宰治疎開の家 新座敷)로.

 

 

 

 

입장료 500엔을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다자이 오사무가 쓴 여러 책이 보이는데

 

 

 

 

저를 비롯해서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인간실격이라는 책 제목은 들어봤을 듯한데

 

인간실격은 이곳에서 집필한 책이 아니다 보니 아쉽게도 여기에는 보이지 않네요.

 

 

 

 

이 전시실 이름에 붙은 피난(일본식 표현으로는 소개(疎開)라고 합니다.)은

 

도쿄 대공습으로부터 피난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당시 도쿄 미타카에서 집필활동을 하던 다자이 오사무는

 

미군의 공격이 심해지자 아내와 자녀를 처가가 있는 코후로 피난 보냈습니다.

 

 

 

 

그런데 다자이 오사무의 집이 파괴돼 처가로 피신했더니

 

3개월 뒤 처가마저 폭격을 맞아 사라져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면서 작가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본래 츠시마 가문의 집 별채로 쓰고 있던 이 집으로 피난을 와

 

1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0여 점이 넘는 작품을 집필했습니다.

 

 

 

 

이렇게만 적으면 다자이 오사무가 가족을 생각하는 자상한 아버지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자살 시도를 밥먹듯이 했고 마지막 자살은 내연녀와 함께 했으니...

 

 

 

 

아무튼 이곳 신자키시는 다자이 오사무가 이곳에서 살던 시절의 모습을 복원해서 공개하고 있는데요.

 

 

 

 

타다미 방에 꾸민 서재에서 소설을 쓰는 작가를 상상해 보며

 

작은 별채를 둘러봅니다.

 

 

 

 

다자이 오사무가 살던 별채가 있으니 본채도 있겠죠.

 

 

 

 

지금은 다자이 오사무 기념관으로 쓰고 있는 사요칸(斜陽館)으로 이동합니다.

 

 

 

 

한국식 한자로 음독하면 사양관이 되는데

 

여기서 사양은 사양세 할 때 쓰는 사양으로 저무는 해를 말합니다.

 

다자이 오사무가 쓴 소설 사양에서 따온 이름인데 묘하게 그의 일생과 겹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사요칸은 츠시마 가문이 대대로 살던 대저택으로

 

다자이 오사무 역시 어린 시절에는 이 집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1948년 다자이 오사무의 형 츠시마 분지가 이 집을 팔아 한동안 이곳이 료칸으로 쓰였는데요.

 

신자키시에서 받은 한국어 안내문에 따르면

 

일본이 전쟁에서 패망하면서 사회 변화를 겪었는데

 

그중에서도 지주제가 무너지고 농지개혁이 진행되면서

 

이 일대 지주였던 츠시마 가문이 이 여파로 정계에 진출했고

 

그 과정에서 이 저택도 매각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츠시마 가문 불단

 

 

그래서 이곳 사양관에는 츠시마 가문의 흔적과 함께 료칸으로서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참고로 츠시마 가문이 이 집을 매각했다고 해서 가세가 기울었냐면 그건 아닌데

 

츠시마 가문이 고쇼가와라가 포함된 선거구를 대대로 세습하면서

 

지금도 츠시마 가문의 후손 츠시마 준이 이곳에서 정치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네요.

 

 

 

 

다자이 오사무가 살았던 두 집 외에 가보려고 했던 곳이 몇 곳 더 있는데

 

 

 

 

눈이 점점 심하게 내려 도저히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싶어

 

 

별채 신자시키를 반대편에서 바라본 모습. 예전에는 이곳이 정문이었을 겁니다.

 

 

남은 관광을 포기하고 카나기역으로 돌아갑니다.

 

 

 

 

고쇼가와라역으로 돌아갈 때에도 스토브 열차를 탈까 했는데

 

이번에는 일반 좌석을 타고 가기로 하죠.

 

 

 

 

원래대로라면 디젤 기관차가 끄는 스토브 열차를 탔어야겠지만

 

 

오늘의 스토브 열차는 기관차 점검 정비를 위해 디젤 기동차 '달려라 메로스호'가 스토브 열차를 이끌고 운행합니다.

 

 

어쨌거나 눈 오는 날에 스토브 열차를 타봤다는 사실로 만족해야겠네요.

 

스토브 열차에서의 낭만은 충분히 느꼈고.

 

 

 

 

스토브 열차를 끌고 온 달려라 메로스호가 카나기역에 도착했는데

 

 

 

 

열차를 보니... 대체 무슨 폭풍을 만난 건지 모습이 처참합니다.

 

열차 운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정도로.

 

 

 

 

스토브 열차보다 따뜻한 디젤동차 안에 자리를 잡기 전

 

 

 

 

작은 도서관이 놓인 열차 앞에서

 

 

 

 

반대편에서 온 열차가 교행 하는 모습을 보고 자리에 앉아 반쯤 졸다

 

 

 

 

고쇼가와라역으로 돌아와

 

 

 

 

다음 열차를 타러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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