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카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니시진역에 내린 뒤
북쪽으로 한참을 걸어
후쿠오카시 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2023년 6월 9일부터 스즈키 토시오와 지브리전(鈴木敏夫とジブリ展)이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렸는데요.
당일권은 선착순으로 판매해서 진작에 매진됐지만
이럴 줄 알고 미리 로손에서 선행권을 예매해 둬서
느긋하게 4시에 박물관에 들어갑니다.
스즈키 토시오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프로듀서이자 대표이사로
붉은 돼지, 귀를 기울이면, 모노노케 히메 등의 작품을 연출한 사람입니다.
요새는 이런 것보다는 태국인 여성에게 홀려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지브리를 망쳤다는 이미지가 더 큰 것 같지만...
아무튼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지브리 애니메이션 관련 전시다 보니 관람객이 상당히 많네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오르는 붉은 등을 지나면
커다란 토토로가 관람객을 맞이하지만
일단 이 전시는 기본적으로 스즈키 토시오에 대한 인물을 다루는 전시라서
그가 애니메이션을 연출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집중하는 전시물이 쭉 이어집니다.
특히 1978년작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비중 있게 다뤄지는데
이전에도 스즈키 토시오는 건담을 보고 나서
애니메이션 산업에 관심을 가졌다는 취지의 인터뷰나 대담을 여러 번 해왔으니
이번 전시에서도 그런 면목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쥬(アニメージュ)의 편집부에서 일하다 스튜디오 지브리로 이적한 뒤
그가 담당한 작품들의 스케치, 콘티, 러프, 그리고 굿즈까지 쭉 나열되는데
저작권에 엄격한 일본 답게 단 하나도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아 아쉽네요.
스즈키 토시오의 서재를 재현했다는 전시 공간을 지나면 나오는
약간 애매한 사이즈의 가오나시는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여기서 사람들이 열심히 셔터 소리를 냅니다.
가오나시를 지나면 갑자기 기약 없는 정체가 발생하는데요.
분노를 내뿜는 유바바와
유바바와는 다르게 환하게 웃고 있는 제니바의 커다란 얼굴이 나옵니다.
고작 여기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이 그렇게 긴 건가 했는데
알고 보니 유바바와 제니바 입 안에 오미쿠지를 뽑는 번호판이 숨어 있어
이걸 뽑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섰네요.
줄을 서기 귀찮아서 적당히 아무 번호나 골라 오미쿠지를 꺼내봤는데...
꼼수를 부리다가 벌을 받나 봅니다.
전시를 보기 전에 제 나름대로 기대를 했던 것이
스튜디오 지브리의 최신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와 관련된 전시물이 있지 않을까였는데
포스터 이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겠다던 발언을 지키듯이
이 전시에서도 새 작품과 관련된 전시물은 따로 없었습니다.
영화가 개봉된 뒤에 나오는 평을 보면...
괜한 기대를 안 하게 전시물이 없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진만 보면 안 그래 보이지만 관람객들로 넘쳐나 정신없던 전시 관람을 마치고
굿즈샵에서 뭘 살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전시실에서 나왔는데
제가 후쿠오카를 정말 자주 왔는데 후쿠오카시 박물관을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특별전만 보고 가기엔 아쉬우니 상설전도 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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