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포토덤프] 교통카드 수집가로서의 짧은 생각

언제부터 교통카드를 수집하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도 내가 교통카드를 쓰기 시작한 중학생 시절 이후 교통카드를 본격적으로 수집했을 것이다. 내가 살던 도시는 옆 도시는 물론 전철과도 교통카드가 호환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교통카드를 여러 장 들고 다녀야 했고 다른 교통카드를 이것저것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통카드를 수집하게 됐고, 한국을 벗어나 전 세계에서 쓰는 별의별 카드를 손에 넣기 위해 지금도 발품을 팔고 있다.

교통카드 시장이 경쟁시장에서 과점시장으로 바뀌고, 교통카드 시장의 주도권이 운송사업자에서 유통사로 넘어가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교통카드의 유형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카드사별로 어른용, 청소년(학생)용, 어린이용이라는 종별과 사용할 수 있는 지역, 이런저런 부가기능에 따라서 교통카드를 유통했다면, 전국호환 교통카드가 등장한 뒤 티머니와 이즐카드(캐시비)가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지금은 연예인, 캐릭터 굿즈로서의 역할이 매우 커져 기본 디자인은 찾아볼 수 없어진 대신 수많은 디자인의 교통카드가 판매되고 있다.

여러 교통카드들이 통합되면서 사용하기는 좋아졌지만 그 과정에서 수집할 수 있는 카드의 '종류'는 줄어들었고, 카드 디자인이 상당히 다양해져 수집할 수 있는 카드는 늘어났지만 정작 기본 디자인 카드는 시장에서 사라져 수집상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카드를 수집할수록 아쉬움이 많이 느껴지고 있다.

이런 한국의 상황과 정 반대인 곳이 옆 나라 일본인데, 교통카드의 주도권을 철도회사나 버스회사 같은 운송사업자들이 쥐고 있어 지역별로 별의별 교통카드가 난립하고 있다. 도쿄를 대표하는 교통카드 스이카를 위시하여 10개 교통카드가 상호 이용 협약을 맺어 전국 주요 도시에서 쓸 수 있지만 그런 도시에서도 호환을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이어나가는 교통카드들이 수두룩하며, 기념 디자인 교통카드는 말 그대로 기념 한정판으로 유통될 뿐 평소에는 기본 디자인 카드만 구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유통업체들이 만든 전자화폐가 교통카드를 도입할 여력이 안되는 영세 회사들과 손을 잡고 전자화폐는 쓰지만 교통카드는 못 쓰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화병 나는 협약을 맺기도 하고, 한국보다 앞서 오픈 루프를 도입해 EMV Contactless 기반 신용카드 터치 결제로 대중교통을 탈 수 있는 등 일본 교통카드 시장은 여전히 전국시대이다.

히로시마 지역 교통카드 모비리 데이즈

 

그래서 한국 교통카드만큼이나 일본 교통카드 수집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쪽 교통카드 소식을 꾸준히 확인하면서 새로 나올 교통카드에 대한 소식을 확인한 뒤, 비행기를 타고 현지에서 개고생하며 카드를 얻는, 여행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고행을 하며 원하는 카드를 손에 넣는 여정. 일본을 수십 번 다녀왔지만 여전히 일본어를 잘 못하는 나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취미지만, 사봐야 일본에서도 써먹을 데가 마땅찮은 카드지만, 역경 끝에 얻는 조그만 플라스틱 쪼가리를 얻는 순간만큼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이 몰려온다. 찰나의 이 기쁨을 다음에도 느끼기 위해 오늘도 나는 일본 쪽 뉴스를 기웃거린다.(2024.09.26)

 

교통카드 수집가로서의 짧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