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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철 여행기/ㅇㅇ선

K238. 상갈역 - 경기도박물관 특별전 '고려도경'



추석 다음날 상갈역에 내려





금화마을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어





경기도박물관에 갑니다.





통행로 옆에 놓인 장승과





무덤 앞에 세우던 문인석,





충신, 효자, 열녀를 표창하는 정려문 등을 보며





박물관 건물에 진입,





박물관 출입구 앞에 아이들을 위한 설치 미술 'Suis-moi(나를 따라와!)'라는 미로를 지나





박물관에 들어갑니다.





경기도박물관은 입장료가 무료지만 관람하기 전에 입장권을 받아야 합니다.





경기도박물관에 온 이유는


경기천년 기획 특별전 '400년전 이방인의 코리아 방문기 - 고려도경'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고려 현종 때 전국을 5도 양계로 나누면서 수도 개경 주변을 경기라는 별도의 행정구역으로 지정했는데


이 경기라는 명칭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시기가 1018년이라 해서


2018년 올해를 '경기천년'이라 부르고 박물관에서 이런저런 특별전을 연 것이죠.





고려도경은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에 방문하면서 고려 풍습을 기록한 책으로


원제는 선화봉사고려도경입니다.


중국인이 바라본 고려의 모습은 어땠는지 한국쪽 기록과 비교하면서 과거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죠.


서긍을 포함한 송나라 사절단은 1123년 3월 14일 송나라 수도 개봉(카이펑)을 출발해 6월 12일 예성강 벽란항에 도착,


한 달여를 개경에서 머물다 송나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려도경에 적힌 기록과 고려시대 유물을 통해


고려시대 사람들의 풍습이 어땠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고려청자입니다.


고려 도자기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지만


중국인 서긍마저 고려청자가 띠는 비색을 칭찬하면서 고려도경에 기록을 남겼습니다.





고려 불교 문화에 대해서는 화엄경, 반야경 등 여러 불경에 대해 기록했습니다.





서긍이 고려를 방문한 때는 고려 인종 때인데,


이때는 고려가 거란 침입에 맞서 싸우면서 제작한 초조대장경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대각국사' 의천은 불경 주석서를 모은 교장을 4,000여권이나 펴냈으니 그야말로 고려에 불경이 넘쳐났던 것이죠.


왕실에서 불교를 장려한데다 의천이 문종의 넷째 아들이니 국가 지원도 컸을테고.





교장 옆에는 묘법연화경, 줄여서 법화경이 있습니다.


검은 종이에 금가루로 그림을 그리고 글자를 쓴 불경으로


고려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안내문을 보면 법화경이 천태종의 근본경전이라고 적혀 있는데


의천이 고려에 천태종을 도입한 것을 고려한 전시물 같습니다.





고려 여성들의 풍습을 보여주는 기록과 전시물도 있습니다.


고려도경 내용을 직접 인용한 구절은 화장법에 대해서 언급하고,





전시물 옆에 달린 안내문에는 복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려를 다녀온 서긍은 이듬해 고려도경을 써서 송나라 휘종에게 바쳤습니다.


하지만 1127년 정강의 변으로 북송이 멸망하고 남송으로 찌그러지는 과정에서 고려도경 원본이 소실됐고


서긍의 조카 서천이 그림 없는 사본 일부를 모아 다시 고려도경을 찍었습니다.





서천이 찍은 책을 초판본이라 하는데, 한동안 초판본이 전해지지 않아 필사본이 대신 유통됐습니다.


위의 책은 청나라 때 포정박이 편찬한 지부족재총서에 실린 고려도경인데,


오탈자도 많고 잘못 옮긴 내용도 많다는 한계가 있지만


청나라 건륭제의 명으로 편찬한 사고전서에 실린 고려도경과 함께 널리 읽혔다고 합니다.





청나라 때 고려도경이 다시 편찬되면서


조선 후기 실학자들도 고려도경을 역사 연구에 활용했는데


한치윤은 중국과 일본 역사서에 실린 한반도 역사 서술을 참고해 저술한 해동역사에서


고려도경을 인용해 개성 모습을 기록했습니다.





한편 사라졌던 고려도경 초판본은 1925년 베이징 고궁박물원에서 발견됐고


지금은 대만고궁박물원에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1970년 초판본 영인본이 발행되면서 널리 알려졌다고 하네요.





특별한 책 하나를 골라 과거 역사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전시였는데


한편으로는 이 전시가 경기도와 뭔 관련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서긍이 고려에 와서 머무른 곳이 개경과 경기일대라서 서긍이 본 것이 경기 풍습이다는 식으로 해석한 것 같은데


전시를 보면서 이런 접점이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전시를 다 보고 박물관을 나와 수증기를 뿜는 미로를 지나





물이 콸콸 흐르는 인공폭포를 거쳐 나가는데





저 멀리 고양이 한 마리가 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네요.





분명히 저를 경계하는 것 같긴 한데





가까이 다가가도





생각보다 멀리 도망가지는 않습니다.





바로 옆에서 사진을 찍어도 그러려니 하지만





어느 정도 거리는 유지하면서 길을 올라갑니다.





왜 그런가 하고 계속 보니





둘이서 싸우는 중이었네요.





다른 고양이를 향해 하악질을 하는 고양이를 보다





출구로 갑니다.





아무튼 고양이 보러 올라온 덕에 모르고 지나갈 뻔한 통일신라시대 고분을 보고 갑니다.




수도권 전철 여행 지도

K237. 기흥역

백남준아트센터

K238. 상갈역

K239. 청명역

솔바람 여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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