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에서 로데오거리로 가기 직전에 있는 골목에는
수원역 순대골목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순댓국집 세 곳이 있습니다.
명산식당, 아다미순대국, 일미식당 이렇게 세 곳이죠.
평소에는 별생각 없이 순댓국을 먹었는데
문득 세 식당에서 파는 순댓국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세 식당에서 각각 순댓국을 주문해 먹어봤습니다.
첫 번째는 명산식당.
수원역 순대골목길에서 가장 처음 순댓국을 먹었던 곳이라 관성적으로 여기를 제일 자주 가는 편입니다.
메뉴판을 보면 순댓국과 별도로 따로국밥이 있는데
순대골목길에 있는 세 식당 모두 따로국밥이 일반 순댓국보다 1,000원 더 비쌉니다.
순댓국은 밥을 미리 뚝배기에 담았다가 국물을 퍼서 주지만
따로국밥은 공깃밥을 따로 줘서 그만큼 뚝배기에 건더기가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주문한 순댓국이 나왔습니다.
순댓국을 받은 뒤 숟가락으로 국물을 열심히 휘저어보면
이게 순댓국인지 돼지국밥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고기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래서 국밥을 먹으면서 고기를 씹는 맛이 좋습니다.
순댓국에 들어가는 순대가 분식집에서 파는 당면 순대라는 점이 아쉽지만
이건 순대골목길에 있는 다른 식당도 마찬가지고
국밥에 들어간 저 살코기를 보면 순대에 대해 불평할 마음이 사라집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아다미순대국.
메뉴는 명산식당과 거의 똑같습니다.
그러니 순댓국을 주문.
아다미에서 파는 순댓국은 다른 두 식당에서 파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국밥에 암뽕이라고도 부르는 애기보(돼지 자궁+나팔관)가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들어갑니다.
곱창보다 더 쫄깃한 맛을 자랑하지만
호불호가 조금 갈릴 수 있는 식재료이기도 하죠.
애기보뿐만 아니라 다른 내장도 다른 두 곳보다 더 들어가는 편이라서
순댓국에 잡내가 조금 더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곳까지 찾아와서 순댓국을 드시는 분이라면 그런 잡내쯤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마지막으로 일미식당으로 들어갑니다.
명산, 아다미보다 식당 공간이 좁아 좌석도 그만큼 좁습니다.
일미식당은 앞의 두 식당과 달리 순대국밥이 아니라 돼지머리국밥이 메뉴판 맨 위에 있습니다.
그만큼 이곳에서 파는 국밥은 건더기가 살코기 위주로 들어가고
내장은 오소리감투라는 별칭이 더 익숙한 돼지 위 위주로 들어갑니다.
주문한 순댓국을 받았을 때 처음 든 느낌은 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돼지 잡내가 강하다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돼지 잡내를 잡기 위해 들깨나 후추를 강하게 뿌려 그 향이 확 납니다.
세 식당 모두 국밥에 건더기가 푸짐하게 들어가는데
일미식당에서 나온 이 순댓국에는 순대가 6점으로 가장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순댓국'이라는 이름에는 가장 어울리네요.
명산, 아다미, 일미 세 식당은 멀리 떨어지지 않고 딱 붙어 있는 채로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장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 순댓국 조리를 조금씩 다르게 해 지금에 이른 것 같네요.
살코기 외의 부속 재료를 충실히 담은 아다미순대국,
머릿고기 위주로 국밥을 만든 일미식당,
그리고 두 식당의 순댓국을 적절히 섞어 놓은 듯한 명산식당.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순댓국을 맛있게 먹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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