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살았던 구운동 강남아파트에 오랜만에 와봤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
계단을 오르고 동산을 넘어 구운초등학교로 갔는데
어른이 돼서 어릴 적 걸었던 등굣길을 다시 걸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어릴 때에는 그렇게 가팔라보였던 계단이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그저 그런 계단으로 보이네요.
한편으로는 계단 옆 비탈길을 미끄럼틀삼아 놀다 어머니께 혼났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계단을 오르니 이제는 바닥이 고무 매트로 바뀐 놀이터가 보이고
놀이터 뒤 작은 동산도 보입니다.
구운초등학교 교가가 '여기산의 숲속에서 새소리가 들려오면~'으로 시작하는데
어릴 때에는 당연히 구운초등학교 뒤를 감싸고 있는 이 산이 여기산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산은 여기가 아니라 농촌진흥청 옆에 있는 산이더군요.
이곳 명칭은 딱히 산으로 부르지 않고 구운공원으로 부르는 것 같습니다.
옛날보다 깔끔해진 계단을 올라
이런저런 운동기구가 놓인 산능선으로 올라오면
바로 구운초등학교 뒷모습과 학교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어릴 적에는 그렇게 걸어가기 힘들던 길이
어른이 되어 다시 걸으니 가벼운 산책로 수준이네요.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 실감 납니다.
요즘은 학교 후문을 여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에는 후문을 잠가놓고 정문으로만 등교하도록 했기에
예나 지금이나 벽화로 꾸민 길을 따라 걸어
구운초등학교로 갔습니다.
오랜만에 학교에 와본 김에 주변 상가를 둘러봅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가게도 많이 바뀌었지만,
가게 앞에 있던 메탈슬러그를 하겠다고 매일 가던 문방구는 여전히 학교 앞에 있고,
학교 근처에서 유일하게 피자를 팔던 피자가게도 여전히 학교 근처에 있네요.
짧은 추억 나들이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는 버스가 서지 않는 정류장을 지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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