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서울월드컵경기장 옆에 있는 문화비축기지를 찾았습니다.
유사시를 대비해서 석유를 비축하던 탱크가 문화시설로 재탄생한 곳인데
석유탱크가 주는 독특한 분위기때문인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주말을 맞아 모두의 시장이라는 행사가 열렸는데
여기에는 별 관심이 없으니 패스.
문화비축기지에는 석유탱크로 사용하던 탱크 T1부터 T5와
문화비축기지로 재생하면서 새로 만든 커뮤니티 센터 T6이 있는데
우선 T1부터 들어가봅니다.
비스듬한 경사를 걸어 올라가면
유리로 만든 파빌리온 한 가운데 이환희 작가가 만든 조각이 있고
그 주변에는 유리에 칠한 안상훈 작가의 그림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문화비축기지를 감싸는 매봉산을 볼 수 있네요.
파빌리온으로 올라가는 길 옆에 있는 작은 방에는
김경태 작가의 작품이 있는데
작품 해설을 읽어도 조금 난해하다는 생각이 조금 강하게 듭니다.
석유 탱크 철판을 거의 다 해체한 뒤
지금은 야외 공연장으로 쓰고 있는 T2를 지나
T6 커뮤니티 센터로 들어갑니다.
T1과 T2를 해체하면서 나온 철판을 활용해서 새로 지은 건물이라고 합니다.
나선형 경사를 따라 위로 올라가면
작은 독서 공간이 나오고
옥상에는 정지현 작가가 만든 Big Service라는 작품이 놓여 있습니다.
얼핏 보면 평범한 탁구대처럼 보이지만 기성 탁구대의 2배 크기로 만든 물건이라고 하네요.
이 작품에 대한 해설은 뜬금없지만 T1에 놓여 있던 전시 해설에 적혀 있습니다.
T3는 탱크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입니다.
서울미래유산 팻말이 걸린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아쉽게도 계단은 철조망으로 막혀 있네요.
아쉬운대로 탱크 위로 올라가는 계단과
탱크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찍고
T3 근처 안내문에 실린 여러 사진으로 관람 아닌 관람을 해봅니다.
T4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별다른 전시물 없이 텅빈 탱크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요한 공간에서 뭔가 생각을 해보라는걸까요?
이명으로 오랫동안 고생해서 너무 조용한 공간에 오래 있으면 위험하기에 사진만 찍고 바로 나와
탱크 밖 순찰로를 걸어봅니다.
탱크 바깥을 걷다 보면 석유비축기지 시절 이곳에서 근무했던 분들이
이곳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대해 남긴 말이 붙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T5 이야기관으로 들어가봅니다.
이야기관은 말 그대로 이곳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4차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1차 오일쇼크 이후
석유 수급 안정을 위해 만든 석유비축기지에 대해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석유비축기지 건설 당시에는 이곳이 쓰레기 매립지인 난지도 바로 옆이었으니
별다른 문제가 없었겠지만
2002 한일월드컵 개최로 인해 상암월드컵경기장이 바로 옆에 들어서면서
경기장 주변에 위험시설물을 둘 수는 없으니 1999년 석유비축기지 이전을 결정하고 이곳이 폐쇄됐습니다.
석유비축기지는 사라졌지만 석유탱크는 해체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었는데요.
2010년 들어서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논의하다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개방하기로 결정하고
리모델링을 거쳐 2017년 9월 문화비축기지로 개장했습니다.
이야기관 관람을 마치고 탱크 안으로 들어가서
기록의 시간여행이라는 영상 작품을 보는 것으로 문화비축기지 구경은 끝.
석유탱크는 영화에서는 종종 봤지만 당연히 실제로 가볼 일은 없었는데
용도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실제로 와보니 신기합니다.
다만 문화비축기지라는 이름에 비해 '비축'이 많이 된 것 같지는 않네요.
날씨가 풀려서 이곳에서 열리는 공연을 본다거나
5월에 열리는 도깨비야시장에 와본다면 조금 더 문화를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으니
나중에 한번더 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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