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수원역에서 순댓국으로 배를 채우고
400번 버스 안에서 쪽잠을 자
종점 궁평항에 도착했습니다.
전날 전곡항에서 요트를 탈까 고민하다 그만두고 다른 곳에서 배를 타기로 마음먹었는데
그 배를 타러 궁평항에 왔습니다.
경기도 옆 서해 바다에 수많은 섬들이 있지만
의외로 대다수 섬은 경기도가 아닌 인천 소속 섬인데요.
몇 안 되는 경기도 화성시 소속 섬인 국화도, 입파도로 가는 배가 이곳 궁평항에서 출발합니다.
배는 하루에 3~4번 있고
요금은 성인 기준 왕복 20,000원입니다.
배표는 보통 한국해운조합 통합 전산망을 통해 발권하기에
신용카드만 들고 왔는데 의외로 행복화성지역화폐를 쓸 수 있네요.
조금이라도 할인받을걸...
보통은 여기서 왕복표를 살 텐데
저는 나올 때 다른 배를 타고 나올 거라 편도 10,000원만 내고
매표소에서 조금 떨어진 선착장으로 이동해
서해도선2호에 올라탔습니다.
어디에 앉을지 잠시 고민을 해봤는데
배를 타고 40여 분을 이동해야 하니
바닷바람 쐬면서 가기보다는 객실 안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궁평항을 떠난 배는 국화도와 입파도를 거쳐 다시 궁평항으로 돌아가는데요.
궁평항을 떠나 30분쯤 지나니 배에서 국화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국화도에서 제일 가까운 육지인 당진 장고항에서 온 배도 보이네요.
국화도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매표소에 들러
국화도에서 떠나는 배 시간표를 확인하고
국화도를 떠나는 두 배를 바라본 뒤
간단히 국화도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볼만한 곳이 뭐가 있는지 알아봅니다.
화성시에서는 지질공원이라 해서 특이한 자연지리 경관을 소개하고 있는데
잘 보면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지형이네요.
구체적인 지질구조를 찾아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섬을 한 바퀴 돌면서 눈에 띄는 것들을 사진에 담아보기로 하고
우선 바다 위로 난 데크를 걸어가 봅니다.
데크길을 끝까지 걸어가면 나오는 곳은 작은 해수욕장과 펜션이네요.
백사장에서 노는 사람은 있어도 본격적으로 물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은 없는 기묘한 여름 바닷가를 지나
모래 알갱이가 굵어진 해변을 지나가면
국화도에 딸린 작은 섬 매박섬이 나옵니다.
썰물 때에는 두 섬을 잇는 바닷길이 드러나 매박섬으로 걸어가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가보지 못하네요.
매박섬을 지나 반대편 바다를 바라보면 조금은 뜬금없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에는 아무것도 안 나오고
위성사진으로 검색해도 아주 부자연스러운 나무들만 나오는 이곳은
한국동서발전 산하 당진화력발전소입니다.
화력발전소 옆에는 파이프를 통해 발전용 석유를 바로 공급해주는 유조선이 여럿 보이네요.
마저 모래사장을 따라 걸으면
매박섬처럼 국화도에 딸린 도지섬이 나옵니다.
조금 더 기다리면 바닷길이 열릴 것 같기도 한데
그러기엔 시간이 없네요.
아쉽지만 두 꼬마섬을 가보는 건 머나먼 미래에 해보기로 하고
길이 끊긴 바닷길이 아닌 숲속둘레길로 올라갑니다.
등산이라 부르기엔 너무나도 낮은 언덕길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길이라서 당황하면서 걷다 보니
아까 배를 타고 내렸던 선착장이 보이네요.
언덕에서 내려와 평지를 걸으니
국화도에 마련한 작은 행정시설들이 보입니다.
소방서 대신 의용소방대가 있고
평소에는 육지에서 근무하다 특정 시기에만 경찰이 오는 치안센터가 있고
우정초등학교 국화도 분교장이 있던 자리에는 학교 대신 학습관이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이 생각나는 작은 갤러리에는
국화도를 들른 여러 사람들의 사진과 글귀가 걸려 있는데
특이하게 화성시장 사인과 함께 당진시장 사인이 걸려 있습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화성시지만 가장 가까운 육지는 당진시인 국화도의 생활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네요.
마저 걸으니 해맞이 전망대가 보여서
구석진 곳에 숨은 계단을 찾아
전망대로 올라가는데...
올라가지 말라고 기다란 줄로 전망대를 둘둘 감아놨습니다.
바닥을 보니 이모양이라 올라갈 생각이 사라지네요.
그래도 전망대가 있는 언덕도 섬에서는 제법 높은 곳이니
여기서 노란 등대를 바라보다
노란 등대 앞으로 내려와
섬을 떠날 채비를 합니다.
여기서 11시 40분에 장고항으로 가는 배를 탈 건데
놀랍게도 여기서 타는 배표는 현금으로만 살 수 있고
그마저도 장고항으로 가는 배 발권기는 고장 나서 작동을 안 합니다.
이래서야 섬을 떠날 수 있긴 한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방법이야 있겠죠.
궁평항에서 배가 들어오니 매표소를 관리하는 사람이 매표소에 오길래
장고항으로 가는 배표를 사는 법을 물어보니
일단 배에 올라타서 돈을 내면 된다고 하네요.
부두 안쪽에서 파도를 피하고 있던 국화훼리가
선착장으로 다가오길래 잽싸게 줄을 서서 사정을 말하고
일단 배에 올라타 객실로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당진까지는 배로 고작 10여 분.
외지인이 보기엔 당진시 섬으로 오해할만한 거리입니다.
선착장에서 멀어진 배는
입파도를 거쳐 궁평항으로 가는 배를 먼저 보내고
국화도를 떠나
가장 가까운 육지를 향해 달립니다.
그러는 사이 저는 뱃삯 5,000원을 카드로 결제.
장고항에서 배표를 낼 줄 알았더니 신용카드 단말기를 가져오시네요.
바닷바람을 즐길 새도 없이
어느새 배는 장고항에 도착했습니다.
장고항에 도착했으니 이제 시내로 이동해야 하는데
어째 항구 주변이...
일단 장고항 근처에 버스 정류장이 있긴 한데
상태를 보아하니 여기서 버스를 바로 타는 것은 무리일 것 같네요.
그래서 근처 편의점에서 물을 사는 김에 교통편을 물어
장고항 교차로까지 나와
장고항2리마을회관 버스 정류장에서
12시 30분에 당진터미널로 가는 141번 버스를 탑니다.
차를 가지고 온다면 장고항에서 국화도로 가는 게 편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배를 타고 가는 시간이 길어도 궁평항에서 국화도로 가는게 낫겠네요.
우여곡절 끝에 장고항을 떠나
한 시간여를 달려 시내에 진입,
당진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기지시리, 삽교, 안중을 거쳐 평택으로 가는 시외버스가 수시로 다녔는데
코로나로 인해 배차가 많이 줄어들어 1시간을 기다려야 하네요.
시간이 남은 김에 간단하게 분식으로 배를 채우고
안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
1시간여를 자다
평택 안중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어째 국화도 관광 시간보다 육지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더 긴 것 같은 느낌이...
아직 집으로 돌아가려면 멀었기에
수원역으로 가는 8472번 버스를 타고 안중을 떠나 집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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