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5번 출구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빌딩 지하에
꽃보다라면이라는 식당이 있습니다.
점심에는 라면을 비롯한 식사류를 파는 식당으로, 저녁에는 안주거리를 파는 술집으로 장사하는 곳인데
지금은 점심시간이니 오른쪽 메뉴판을 봐야겠죠.
5,000원짜리 라면에 생닭 육수를 쓴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우면서도 일단 라면정식을 주문했는데
정식이라는 이름에 걸맞을 양의 음식들이 나왔습니다.
양은냄비에 끓인 라면은 물론
네모난 도시락에 나온 이른바 '추억의' 도시락에
더 달라고 하면 주는 잡채를 비롯한 반찬까지
5,000원짜리 상차림치고는 상당히 푸짐합니다.
생닭 육수를 넣었다는 라면은 스프 때문인지 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본 이상은 하고
분홍 소시지와 김치볶음, 멸치볶음, 계란 프라이를 넣은 도시락은
맛이 없으면 그게 이상한 조합이고
겉으로만 보면 별로 들어간 게 없어 보이는 이 잡채가
의외로 계속 젓가락이 가게 만드는 중독성 있는 맛을 냅니다.
라면, 밥, 반찬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맛있어서
가격을 고려할 필요 없이 기분 좋게 배를 채웠네요.
저렴한 점심을 먹고
저렴한 커피로 입가심을 한 뒤
마이아트뮤지엄으로 이동해 일리스 달튼 브라운의 푸른빛 가득한 작품들을 보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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