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해서 도쿄로 가는데
그 친구가 사는 도쿄가 흔히들 아는 도쿄 23구 내가 아닌
도쿄도 외곽 지역인 타마 지역이라
신칸센을 타고 오미야역에 내린 뒤 환승에 환승을 거처 이동합니다.
도착한 곳은 히가시코가네이역 근처에 있는 식당 롯코산(六甲山).
사장님이 한신 타이거스 팬인걸까요?
별의별 글귀로 뒤덮인 애니메이션 포스터를 지나
안내받은 자리에 앉고
온갖 재료를 다 때려 박은 오코노미야키 2인분을 주문합니다.
가격은 3,200엔.
주문을 하면 모든 조리를 점원이 해주는데
밀가루 반죽과 섞은 양배추를 철판 위에 올리고
그 위에 달걀을 풀지 않고 올린 뒤
오징어, 돼지고기 등 온갖 재료를 얹고
그 위를 다시 야채로 덮어줍니다.
바닥이 어느 정도 익으면 과감하게 뒤집어주고
소스를 뿌린 야키소바용 면을 철판에 올린 뒤
소스가 잘 섞이도록 비비면서 익혀주고
이번에는 계란 프라이를 익힌 뒤
오코노미야키에 소스를 뿌리고
그 위에 야키소바와 계란 프라이를 올리면 모던야키라고 부르는 오코노미야키 완성.
맛에 대한 평가를 빈 철판으로 대신하도록 하죠.
식사를 마치고 친구와 헤어진 뒤 도쿄역으로 와서
우에다에서 샀던 스타벅스 카드를 쓰러 스타벅스에 왔습니다.
시즌 한정 음료로 퐁당 쇼콜라 아몬드 밀크 모카를 주문해 봤는데
우유 특유의 진한 맛 대신 아몬드 밀크의 밍밍한 맛 덕에 카페 모카 맛이 좀 심심하네요.
커피를 다 마시고 도쿄역 개찰구 안쪽으로 넘어와
9번 승강장에서 대기 중인 열차를 타러 갑니다.
이날 탄 열차는 특급 선라이즈.
별의별 열차가 특급으로 운행되는 일본에서도 유독 튀는 부분이 많은 열차로
가장 큰 특징은 일본 최후의 정규 야간 침대열차라는 점입니다.
침대객차를 달고 운행하던 야간열차 이즈모와 세토를 대체하기 위해 등장한 특급 선라이즈는
도쿄에서 오카야마를 거처 카가와현 타카마츠역까지 가는 선라이즈 세토와
도쿄에서 오카야마를 거쳐 시마네현 이즈모시역으로 가는 선라이즈 이즈모로 운행이 됩니다.
두 열차는 도쿄에서 오카야마까지는 운행 구간이 겹쳐 한 열차로 연결해 운행하고 오카야마역에서 갈라지니
도쿄역에서 오카야마역 사이를 이용하는 승객이라면 어느 열차를 이용해도 됩니다.
침대열차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침대 객실을 구비하고 있지만
이런 개인실은 가격은 둘째치고 예약 경쟁이 치열해 구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이동과 숙박이 가능한 데다
신칸센 막차보다 늦게 출발해서 신칸센 첫차보다 일찍 도착한다는 특징 때문에
예전부터 인기가 높았던 열차인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일본 국내여행에 대한 붐이 일어 더욱 예약하기 힘들어진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 저 같은 사람은 평상을 이용해야겠죠.
노비노비석이라고 부르는 이 자리는
가격이 저렴하고 무엇보다 특급 지정석 취급을 받아
JR패스 이용자라면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 열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얇은 담요와 베갯잇이 제공될 뿐 이불이 없는 데다
다른 승객과 칸막이로 구분되지 않고 공간을 공유하니 이래저래 불편합니다.
그래서 농담 삼아 노비처럼 타고 가서 노비노비라고 말하기도 하네요.
선라이즈를 타려는 승객이라면 열차가 승강장에 오기 전부터 줄을 서는 것이 좋은데
3호차와 10호차에 있는 샤워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3호차와 10호차 라운지 옆에 있는 자판기에 330엔을 넣고 샤워카드를 사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샤워카드를 각 열차 당 20매만 팔고 있습니다.
이즈모와 세토에 각각 140여 명이 타는 것을 생각해 보면 턱없이 부족한데
열차에 그만큼의 물을 담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 어쩔 수 없겠죠.
그래서 이즈모에서 샤워카드가 매진되면 잽싸게 세토로 건너가서 샤워카드를 사보라는 등의 꼼수가 공유되고 있는데
이즈모에서 매진이 된 샤워카드가 세토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
샤워카드 쟁탈전에서 승리하신 분은 3호차와 10호차에 있는 샤워실로 가면 됩니다.
4호차와 11호차에도 샤워실이 있지만
여기는 비싼 돈을 주고 예매한 A침대 싱글 디럭스 전용이니 이용할 수 없습니다.
샤워 카드를 넣으면 물이 6분 간 나오는데
비누칠을 할 때에는 물을 멈추면 되니 의외로 길게 씻을 수 있습니다.
A침대 이용객이 아니면 어매니티가 없으니 수건 등은 미리 챙기고 가야 합니다.
열차에 매점은 없지만 라운지는 있어서
역에서 미리 산 도시락을 먹을 때에는 이곳을 이용하면 되겠네요.
열차 내 구경을 마치고 노비노비석으로 돌아오니
자리를 잡고 커튼을 친 뒤 드러누운 사람들이 속속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고작 한 정거장인 요코하마역까지만 가는 승객이니
도시의 야경을 즐기면서 앉아 가도록 하죠.
한국에서는 2004년 이후 침대차가 영업을 종료했지만
새벽에도 운행하는 무궁화호가 전국 곳곳을 달려
등받이를 최대한 기울인 채로 자리에서 졸면서 숙박비를 아끼고 이동한 경험이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선로 개량과 함께 KTX 노선도 늘어나 열차 이동시간이 짧아지고
고속버스, 시외버스 노선이 지속적으로 확충되면서 야간열차 수요가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무궁화호 객차 노후화 문제가 심각해 객차를 폐차하기 시작하면서
2021년 8월 1일을 끝으로 한국에서 야간열차가 사라졌습니다.
일본도 사정이 다르지 않는데요.
신칸센이 곳곳에 깔리면서 열차 이동시간이 짧아져
야간 이동보다는 일찍 도착해 숙박하는 여행객이 늘어났고
신칸센이 가지 않는 곳은 고속버스가 기차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침대객차 노후화를 이유로 여러 침대특급이 칼질을 당했죠.
정규 야간 침대열차는 선라이즈 이즈모/세토 단 하나만 남았고
그나마 남은 침대열차는 대부분 초호화 여행 상품으로 예약을 받거나
임시열차로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선라이즈 이즈모/세토는 신칸센보다 시간 우위가 있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수요가 많겠지만 열차 노후화라는 문제는 피해 갈 수 없겠죠.
그러니 도장 깨기를 하듯이 침대칸을 하나하나 이용해보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로 노비노비석을 짧게 맛만 보고
요코하마역에 내려
다시 도쿄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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