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와서 늦잠을 자는 게 소원이라면 소원인데
워낙 일정을 빽빽하게 짜는 버릇때문에
6시 49분 출발하는 신칸센을 타야 해서
결국 이날도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도 포기한 채 체크아웃을 마치고 히로시마역에 왔습니다.
히로시마에 본사를 둬서 그런지 히로시마역에 놓인 마쓰다의 CX-60 뒤에 있는
도토루에서 모닝 커피를 마시고
신오사카행 코다마를 타러 갑니다.
코다마로 운행하는 이 열차는
왕년에 히카리 레일스타라는 애칭을 붙여 산요 신칸센에서 운행했던 열차인데
지정석 좌석 배열을 3+2가 아닌 2+2로 하고 특별 좌석도 설치하는 등
JR 서일본에서 제법 공을 들였던 열차입니다.
하지만 큐슈 신칸센 전 구간이 완공되고 산요 신칸센과 노선을 합쳐 운행하게 되자
히카리 레일스타로 운행하던 열차는 히카리보다 아랫등급인 코다마로 운행하게 돼서
과거의 명성을 잃어버렸네요.
지금은 사쿠라 등급 열차가 히카리 레일스타 열차의 명맥을 잇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삼겹살 구이와 각종 나물이 들어간 로손 도시락(おてがる焼豚ご飯)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열차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관광열차 etSETOra가 다니는 미하라역인데
저 열차를 타러 온 건 아니고
미하라역에서 쿠레선 열차로 갈아타 타다노우미역(忠海駅)으로 갑니다.
히로시마역에서 타다노우미역으로 바로 가는 보통열차도 있지만
시간 관계상 신칸센을 타고 역방향으로 이동하네요.
신칸센 승강장에서 나와
재래선 열차 승강장으로 이동해
히로시마 어느 곳이든 보이는 빨간 열차에 승차.
쿠레선은 세토 내해를 따라 지어진 노선이라
중간중간 산으로 빠지기도 하지만
이렇게 열차 안에서 바다를 보며 이동할 수 있습니다.
바다라고 해서 그 경치가 전부 멋지냐면 그건 아니지만 말이죠.
아무튼 바다를 따라 히로시마로 달리는 열차는
제 목적지 타다노우미역에 도착했습니다.
역 주변은 평범한 어촌 마을인데
토끼섬으로 유명한 오쿠노시마(大久野島)로 가는 배가 타다노우미항에서 출발해서
은근히 관광객들이 이곳 타다노우미역을 많이 이용합니다.
저도 오쿠노시마에 가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으니 말이죠.
타다노우미역은 역무원이 없는 무인역인데
교통카드를 쓰는 사람은 간이 단말기에 카드를 찍고 나가고
승차권을 사서 열차를 이용한 승객은 왼쪽 승차권 반환통에 넣고 지나가면 됩니다.
하도 JR패스를 저기에 넣는 외국인들이 많았는지 제발 넣지 말라고 영어로 적어놨네요.
타다노우미항으로 가기 전에
역 바로 옆에 있는 패밀리마트에 들러 생수를 사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길을 따라
바닷길 옆을 걸어
타다노우미항으로 가는데
어째 제가 알던 타다노우미항과는 좀 많이 달라졌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모습이었는데
관광객 금융치료를 좀 세게 맞은 건지 정말 깔끔하게 탈바꿈했네요.
아무튼 배표를 사러 안으로 들어갑니다.
타다노우미항에서 오미시마를 잇는 카페리가 중간에 오쿠노시마를 들렀다 가는데
오쿠노시마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작은 배를 하나 더 띄워서 타다노우미항과 오쿠노시마를 왕복하는 시간대가 있나 봅니다.
오쿠노시마까지 왕복 운임은 720엔이고 결제는 현금만 받네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서 승선권과 영수증에 영어도 같이 적어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렇게 적으니 오쿠노시마를 이미 가봤던 사람처럼 보이는데
예전에 오쿠노시마를 다녀온 친구에게 이것저것 받은 게 있어서 알고 있을 뿐
오쿠노시마 방문은 이번이 처음 맞습니다.
매점이 같이 있어서 토끼에게 줄 먹이를 같이 사고
안을 좀 더 둘러보니
어디에서 왔는지를 스티커로 붙인 지도가 있네요.
해외에서도 참 여러 곳에서 오쿠노시마를 찾아온 걸까요?
아니면 스티커를 그냥 막 붙인 걸까요?
매점 구경은 이 정도로 하고
배를 탈 시간이 되어
선착장으로 나가니
사람과 차를 태운 배가 옵니다.
배에 탄 승객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배에 올라타 객실로 들어가니
내부는 다른 카페리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이네요.
오쿠노시마는 타다노우미항에서 배로 10분밖에 안 걸리는 곳에 있는 가까운 섬이라
배에서 오쿠노시마가 보여서
섬을 보면서 여기를 어떻게 둘러볼지 고민하고
배에서 내려 토끼를 보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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