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라요시의 중심지가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서

보통은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되는데요.

9시 55분에 쿠라요시역 버스 승강장 2번에서 출발하는 11번 버스를 타고 20세기 배 기념관으로 갑니다.

20세기 배 기념관이 있는 쿠라요시파크스퀘어까지는 버스 운임이 230엔인데
얼핏 보면 그 근처에 있는 쿠라요시 파크스퀘어키타구치 정류장까지는 200엔이라
잘하면 돈을 아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저도 그 생각을 하고 버스에 탔는데

한눈파는 사이 이미 버스는 쿠라요시파크스퀘어까지 가는 바람에

얄짤없이 230엔을 내고

기념관으로 들어갑니다.

기념관 입장료는 300엔이고

결제방법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안에서 배를 시식하려면 표를 보여줘야 한다고 하니

티켓을 잘 챙기고

안으로 들어가보죠.

중국 남서부에서 자생하던 배가

한반도를 건너 일본으로 건너오는 과정을 보여주는 지도를 본 뒤

세계 각지에서 재배하는 배 품종에 대해 소개하는 공간으로 이동해 봅니다.

아무래도 한국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숙한 한국 배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데

20세기 배를 비롯해서

유럽에서 먹는 일명 서양배를 보니 의외로 갈색 배보다는 초록색 배가 더 많이 보이네요.

색깔만 보면 전혀 배로 안 보이는 스타크림슨 배도 있고.

전 세계 배 생산량을 보니 한국 배도 생가보다 무시할 정도는 아니구나 하고 이동하는데

정말 뜬금없게도 한국 전시실이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관혼상제를 거하게 챙기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곤 하는 게 배다 보니

생각해 보면 한국 문화에서 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구나 싶긴 한데

이걸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보니 좀 황당합니다.

박스째로 놓인 배와

갈아만든 idH를 보면 여기가 일본이 맞나 싶은 생각도 들고.

한국 전시실에서 나오니 배 시식 코너가 나옵니다.

3가지 품종의 배를 먹어볼 수 있는데
정작 20세기는 없어 괜히 아쉬우면서도 일단 주는 것에 감사하며 먹어봅니다.

위에서부터 신코(新興), 아타고(愛宕), 오슈(王秋)인데
신코는 한국 배와 비슷한 맛이 나고
아타고는 맛이 좀 연하고
오슈는 너무 부드러워서 배보다는 사과 같은 식감이 나네요.

1층 구경은 대충 이 정도로 마치고

2층으로 올라와보니

톳토리현에 처음 심었던 20세기 배 중 지금까지 현존하는 나무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20세기 배는 신세기의 대표적인 품종이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담아 1898년에 붙인 이름인데
1904년 키타와키 에이지(北脇永治)라는 사람이 이 배를 톳토리에 가져와 재배를 시작하면서
톳토리를 대표하는 특산물이 됐다고 합니다.
일본어를 읽을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전시물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을 텐데
번역기를 통한 전시물 감상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네요.

이외에 배를 재배하고 수확하고 포장하고 판매하는데 쓰이는

별의별 도구를 둘러보고

배를 포장하는 상장 붙이는 여러 그림도 보고

위에서 짧게 언급한 키타와키 에이지 등

배 재배와 관련된 인물들의 연혁을 다루는 전시실을 둘러본 뒤

기념관에서 나와

짧게 쿠라요시 시내 구경을 더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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