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적지는 쿠라요시역에서 2정거장 뒤에 있는 유라역(由良駅)인데
문제가 있습니다.
코난 열차를 못 타는 건 둘째치고
유라역은 특급열차가 서지 않는 역이라서
가장 빠른 열차가 13시 34분 쿠라요시역에서 출발합니다.
지금 시간이 11시 45분이니 거의 2시간을 여기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 교통패스가 있긴 하지만 철도 대신 버스를 이용해서 다음 여행지로 이동할 건데
그 버스도 12시 25분에 쿠라요시역에서 출발하니 시간이 많이 비네요.
그래서 일단 쿠라요시역에 있는 옛날 사진이나 실컷 보다
마침 점심시간이니 배를 채울까 해서
역 건너편에 있는 카페에 왔는데
파스타를 만드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고 해서
이미 카페에 들어왔는데 다시 나가긴 뭣하니 아이스커피를 주문하고
빈속에 또 커피를 먹으면 속이 쓰릴까 봐 오랜만에 크림과 시럽을 듬뿍 넣고 커피를 마신 뒤
단백질 보충용 두부바를 사서 먹고
12시 25분에 출발하는 80번 버스에 탑니다.
쿠라요시역이 아니라 시내 다른 정류장에서 탔으면
버스비도 아끼고 시간 여유도 더 챙기고 좋지 않았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하며
시골길을 달려
철길을 건너
620엔을 내고 목적지인 호쿠에이쵸다이에이쵸샤마에 정류장에 하차.
버스에서 내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명탐정 코난 그림이 곳곳에 놓여 있는데요.
호쿠에이쵸는 명탐정 코난을 그린 만화가 아오야마 고쇼의 고향이라서
고향 관광 부흥을 위해
동네 곳곳에 명탐정 코난 관련 조형물을 마련해 놨습니다.
그 정점에 있는 시설이
명탐정 코난 박물관 역할을 하는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여권을 보여주고 100엔 할인한 600엔을 낸 뒤
코난을 비롯해서 작가의 다른 작품인 매직 카이토, 4번 서드, 야이바가 담긴 표를 받고
안으로 들어가니
아오야마 고쇼가 그린 원화나 콘티 등 저작권에 문제가 생길만한 것들은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 외에 다른 전시물은 별다른 제재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허용하고 있네요.
하도 연재된 지 오래돼서
명탐정 코난을 만화책으로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각 잡고 차근차근 보자니 원피스도 그렇고 코난도 그렇고 엄두가 안 나기에
늙은 팬으로서 추억이나 되새겨 봅니다.
그래도 이 트릭은 예전에 만화책에서 봤던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극장판 흥행 보증 수표인 괴도 키드 옆에는
매년마다 1편씩 나오는 극장판 명탐정 코난 포스터가 걸려 있습니다.
여길 방문한 때가 2024년 1월이니 2023년에 개봉했던 흑철의 어영 홍보 포토존이 놓여 있었는데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글 작성이 미뤄지는 동안
일본에서는 괴도 키드가 또 나오는 100만 달러의 오름성이 개봉을 했죠.
스토리도 그렇고 마지막 반전도 그렇고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어쨌거나 흥행은 했던데
오랜만에 봐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짧게 추억에 잠기다
건물에서 나와
박사님이 모는
노란 비틀을 찍고
유라역으로 이동하려는데
생각보다 후루사토관에서 시간을 좀 많이 썼네요.
그렇다고 동네에 있는 포토존을 안 찍고 가자니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오랜만에 죽어라 뛰어
유라역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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