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표를 따라
해가 지는 방향으로 걸어
구름이 가득 낀 하늘 아래 바다에 도착했습니다.
하필이면 딱 태양 주변을 구름이 가려버려
노을을 감상하긴 글렀네요.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작은 바위섬에 토리이와 사당이 있는데
이 섬의 이름은 이나사노하마(稲佐の浜)에 있는 벤텐지마(弁天島).
벤텐지마라는 지명은 불교의 신 변재천(사라스바티)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일본에서는 물의 신으로 변재천을 모시는 일이 많아
일본 곳곳에 있는 작은 섬에 변재천을 모시는 사당을 짓고 그 섬을 벤텐지마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즈모시에 있는 이 벤텐지마도 변재천을 모셨는데
지금은 토요타마히메(豊玉毘古命)라는 해신(와타츠미)의 딸을 모시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구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벤텐지마 앞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어째 구름은 더욱 강렬하게 해를 가립니다.
안내판에 실린 강렬한 석양까지는 아니더라도 멋진 노을을 보고 싶었는데
어째 시모나다역에 갈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참 하늘이 도와주지 않네요.
그나마 비는 안 내린다는 것에 감사하며
노을 감상은 포기하고 벤텐지마를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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