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계획을 짤 때에는 마츠야마 시내 이동을 개략적으로 잡아서
이요테츠 시내선 패스를 살 생각이 없었는데

마츠야마시역에 오고 난 뒤 일정을 다시 짜보니 패스를 사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이요테츠 티켓 센터에 들러 시내전차 1Day 티켓을 샀습니다.

2024년부터 종이 패스 판매를 종료하고 모바일 패스로 바꿨으니 결론적으로 좋은 결정이었네요.

패스를 사고 시내전차 승강장으로 이동해

JR마츠야마에키마에역을 거쳐 다시 마츠야마시역으로 오는 1번 계통 전차에 올라타

JR마츠야마에키마에역 전 역인 오테마치에키마에역에 내려
인도로 건너갑니다.

노면전차 역명대로 바로 옆에 이요테츠 타카하마선 오테마치역이 있는데
정말 도로에 딱 붙어 있어서

선로를 고가로 들어올릴 수도 지하로 내려갈 수도 없어
교외선 선로와 노면전차 선로가 십자가 모양으로 교차합니다.

그래서 노면전차 바로 앞에서 기다란 전동차가 지나가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기이한 모습도 볼 수 있네요.

다시 전차를 타고 JR마츠야마에키마에역에 내려

신자체가 아닌 구자체로 역명판을 쓴 JR 마츠야마역으로 이동.

한자가 같아 대만 쑹산역과 우호역 결연을 맺은 것을 기념하는 역명판을 지나

매표소에서 표를 사려는데

마츠야마역에서 시모나다역으로 가는 왕복 승차권을 달라고 하니

일반적인 티켓이 아닌 기념 승차권을 주네요.

전혀 생각조차 못했던 티켓을 받아 기분은 좋은데
들고 다니기엔 좀 많이 커서...

시모나다역으로 바로 가는 열차가 없는 시간에 마츠야마역에 와서
이요시역까지 가는 열차를 타고 이요시역에서 다른 열차로 갈아타 이동합니다.

회송 표시를 띄운 이 기차를 타나 했는데

양키 센스를 뛰어넘는 괴상한 래핑을 한 이 기차가 제가 탈 기차입니다.

기관사가 직접 롤지를 돌려 행선지를 바꾸는 모습도 참 충격적이네요.

학생들 귀가 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서 이요시역까지 이동한 뒤

야와타하마행 열차로 환승.

다행히 이번에는 자리에 앉아가는데

비가 옵니다.
시모나다역 도착하기도 전에 여행 망했네요.

시모나다역에 가까워질 수록

비가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일단 기차에서 내려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기를 기다린 뒤

시모나다역을 떠나는 기차를 찍고

작은 시모나다역 대합실로 들어갑니다.

시모나다역과 관련 있는

여러 멋진 사진들이 벽에 붙어있는 가운데

시모나다역 방문 기념 스탬프도 걸려 있길래
마츠야마역에서 산 기념승차권에 찍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어째 스탬프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스탬프 찍기는 실패.

시모나다역 주변에는 별다른 시설은 없고
캠핑카를 개조한 작은 카페 하나만 있는데

드립 커피가 주력인 일본 답게 여기서 파는 커피도 드립 커피입니다.

저보다 먼저 온 사람이 주문한 드립 커피가 만들어지는 동안

저는 아이스로 주문한 덕에 바로 커피를 받고 다시 시모나다역으로 갑니다.

시모나다역은 역 시설 규모에 비해 상당히 유명한 역인데

역 바로 앞에 있는 세토내해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일본 내 여러 광고 촬영지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맑은 날 푸른 바다와 석양이 질 때의 붉은 하늘 모두 절경인데

날씨가 이래서야 원...

시모나다역에서 바다를 보면 저 멀리 희미하게 섬 하나가 보이는데
고양이 섬으로 유명한 아오시마(青島)입니다.

이요나가하마역 근처 나가하마항에서 하루 2번 출발하는 배를 타고
섬 안에서 6시간을 체류해야 하니 아직도 못 가봤는데
먼발치에서나마 섬을 보니 참 가보고 싶네요.

계획대로라면

마츠야마역으로 돌아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해가 지는 동안 붉은 노을을 감상했어야 하는데
해는 보이지도 않고 하늘은 그냥 시커메집니다.

시모나다 커피는 그새 장사를 접었고

비는 그칠 생각을 안 하네요.

외국인들로 바글바글한 시모나다역에서

엉망진창이 된 관광을 마무리하고

마츠야마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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