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있는 곳은 이와미 은광 세계 유산센터인데
목적지는 저 멀리 C에 있는 류겐지 마부입니다.
지도를 보니 센터 뒤로 난 길로 쭉 올라가 전망대를 거쳐 왼쪽으로 쭉 걸으면
류겐지 마부로 가는 길이 나오는 것 같아 이 길을 선택.
센터를 떠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전망대가 나오는데
전망대에서 보이는 경치가 영 별로라 실망하며
그 위에 있다는 센노야마 전망대를 향해 마저 걸어갑니다.
한국 산과는 나무가 달라서 그런지
한국에서 산을 오를 때와는 뭔가 느낌이 다르네요.
꽤 많이 걸은 것 같은데 어째 전망대가 안 나와서 뭔가 이상하다 싶을 즈음
센노야마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전망대에 붙은 사진을 보면 여기서 오모리 마을이 보인다고 하는데
대체 뭐가 보인다는 걸까요?
아무튼 여기서 더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이정표에 류겐지 마부 표시가 없는 데다
구글 지도를 보면 센노야마 전망대에서 위로 가는 길은 류겐지 마부로 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위로 올라갔다간 시간만 허비할 것 같아
일단 아래로 내려가서 다른 길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내려가는 길도 분위기가 심상찮아 이게 맞나 싶긴 한데...
그러다 갈림길을 발견해서 또 고민에 빠집니다.
구글 지도는 물론 센터에서 받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길.
하지만 왜인지 지름길 같아 보이는 길.
시작부터 길을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을 많이 허비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지름길을 선택해 버렸습니다.
멋모르고 막 걸어가는데
유적 안내판이 있는 것을 보면 제대로 가고 있나 싶다가도
방치되다시피 한 안내판 상태를 보면 영 불안합니다.
잘못하다 낭떠러지로 직행할 뻔도 했으니...
녹이 슬어 글자가 가려진 이정표에 의지해
내리막길로 내려가니
나오는 건 폐쇄된 갱도네요.
처음부터 길을 잘 선택했더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너무 멀리 왔습니다.
다시 길을 찾아
또다시 나온 갈림길에서
시미즈다니 제련소 터(清水谷製鍊所跡) 방향을 선택.
태풍이라도 지나간 건지 쑥대밭이 돼버린 대나무숲을 지나니
오래된 건물 폐허가 나옵니다.
거대한 규모에 놀라면서
사진을 찍다 보니
'시미즈다니 제련소 터'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입니다.
다행히 마지막 갈림길에서는 선택을 잘한 것 같네요.
거친 길의 끝에 나온 것이 다 무너져가는 폐가라서 놀랐지만
주변에 고양이가 있는 것을 보니 일단은 제대로 온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걸으니 류겐지 마부로 가는 이정표도 나오고
전동카트 정류장도 보이네요.
개고생도 하고 시간 허비도 많이 했지만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다행히 류겐지 마부를 둘러볼 시간은 있어서
진흙으로 엉망이 된 신발을 한번 털고 아스팔트길을 걸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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