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나가노 하면 떠오르는 인상은
오래전 동계올림픽을 연 도시 정도일 텐데
무지막지하게 높은 일본 알프스를 비롯해서 온천욕을 즐기는 원숭이 등 관광거리가 제법 있는 도시입니다.
그중 제가 가볼 곳은 젠코지라는 절인데요.
나가노시 자체가 젠코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도시기에
나가노 시내 관광하러 가기 적합할 것 같아 여기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의외로 나가노에서는 아직까지도 스이카 등 교통카드를 쓰지 못하기에
사방에 일본어는 물론
영어로까지 스이카를 쓰지 못한다는 안내로 도배해 놓은 모습을 보며 괜히 쓴웃음을 짓고
젠코지구치로 나가 젠코지로 이동합니다.
나가노역에서 젠코지로 가는 방법은 시내버스가 좋긴 한데
나름대로 현청 소재지인 나가노에서도 버스 기사 인력 수급 문제가 심각해서
주말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 시내버스가 대거 늘어났기에
조금 걸어야 하지만 나가노 전철을 이용하는 것이 무난해 보이네요.
그럴듯한 출입구를 거쳐 지하로 내려오면
상당히 세월이 묻어 나오는
전철역 모습이 나오는데요.
그나마 2024년에 새로 도입한 승차권 발매기만큼은 아주 새것 느낌이 납니다.
열차 시각표를 보니 마침 특급 열차가 출발할 시간이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승차권과 함께 특급권을 샀는데
생각해 보니 목적지 젠코지시타는 특급이 서지 않는 역이라서
유인 개찰구에서 승차권을 보여주면서
특급권을 환불받고
승강장으로 진입.
지방 영세사철답지 않게
보통열차와 특급열차를 같이 운행하면서 그럴듯한 완급결합 운행을 하고 있는데
열차 모습을 잘 보면
일본 여행 좀 오래 해본 사람들이라면 절로 쓴웃음이 날 겁니다.
그럴듯한 파노라마 전망석이 있는 이 특급열차는
오다큐 전철에서 하코네로 가는 로망스카로 운행했던 열차고
스노우 몽키라는 애칭이 붙은 또 다른 특급열차는
JR 동일본의 공항 특급 나리타 익스프레스로 운행했던 열차입니다.
다른 지방 사철과는 다르게 지하에 철길을 뚫어놨으면서도
낡은 시설과 더불어 열차마저도 오래됐다 보니
옛날 도쿄 지하철 느낌이 난다는 사람도 있나 보네요.
도쿄 메트로 히비야선에서 운행하다 중고로 팔린 보통열차를 타고
3정거장 이동해
젠코지시타역에 도착한 뒤
유인 개찰구를 지나
벽에 그려진
나가노 전철 특급 열차와
별일 없으면 다음날 갈 알펜루트를 보며 밖으로.
분명 젠코지 간다는 글인데 어째 다른 얘기만 죽어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무튼 젠코지시타역에서 10분쯤 걸어
니오몬(仁王門, 인왕문) 반대편
나카미세도리 끝에 보이는 젠코지에 도착했습니다.
이런저런 시설 입장권을 갈기갈기 찢어 각각 돈을 내라고 하니
상술에 당해서
1,200엔짜리 세트권을 샀는데
본당이야 종교적 차원에서 내부 사진 촬영을 금한다고 쳐도
산몬(山門)마저도 내부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네요.
규칙은 규칙이니 불상으로 가득한 산몬 안을 얌전하게 둘러보고
비불이 있는 젠코지 본당으로 들어갑니다.
백제 성왕이 노리사치계를 일본에 보내 불교를 전파할 때 가져왔다는 불상이
젠코지의 본존불이자 대중에게 절대 공개하지 않는 비불인 것도 특이하지만
그만큼이나 특이한 것이 오카이단메구리(お戒壇巡り)라는 수행입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계단 순회라는 말인데
본당 내진에 있는 계단을 따라 빛이 하나도 없는 지하로 내려가
벽에 손을 짚으면서 한 바퀴 돌며 '극락의 자물쇠'를 건드려
자물쇠 위에 있는 본존과 결연을 맺고 극락왕생의 약속을 받는다고 해설하고 있네요.
불자가 아닌 저로서는 이 정도로 어두운 곳은 너무나도 오랜만이라서
극락이고 뭐고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지만...
이외에도 일본에서 불교를 공인한 것으로 전해지는 쇼토쿠태자상을 비롯해 수많은 편액과 불상이 있는 역사관과
건물 하나를 꽉 채울만한 크기의 린조(輪蔵, 윤장)가 있는 쿄조(経蔵, 경장) 등 다른 시설을 둘러봤는데
이건 넘어가고
위에서 짧게 언급했던 비불에 대해 좀 더 찾아보니
정말 여기에 있는 아미타삼존상이 성왕이 보낸 불상이 맞다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입니다.
불상이 일본에 온 시기보다 나중에 젠코지가 지어졌고
12세기 즈음인 카마쿠라 시대 때 이미 비불이었기 때문에
정말 백제에서 온 불상이 맞는지, 지금도 보존상태가 괜찮은 건지 알 수 없지만
의외로 젠코지의 아미타상을 본떠 만들었다는 불상이 꽤나 많이 남아 있고
일본어 위키피디아에는 아예 젠코지식 아미타 삼존이라는 항목이 만들어질 정도라서
절대비불이라는 별명에 비해서는 젠코지의 불상이 어떻게 생겼을지 예상해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이런저런 곳을 다 둘러보고 나니 슬슬 떠날 때가 돼서
어떻게 나가노역으로 갈지 고민하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기로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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