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로도역에 내려서
유키노오타니(雪の大谷)이라는 글자를 따라
밖으로 나오니
조금만 멀리 떨어진 곳도 안 보일 정도로 구름과 안개가 자욱합니다.
여름에는 무로도역에서 등산로를 통해 타테야마 정상으로 올라가 볼 수도 있다고 하는데
4월에는 일단 불가능할 것 같네요.
진입로에 놓인 안내판을 보고
하지 말라는 행동을 적은 안내문도 보면서 토야마현도 6호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도로를 걸으면
알펜 루트의 상징과도 같은
최대 높이 14m의 설벽이 이어집니다.
직접 보니 말을 잃게 하는 설벽을 눈앞에 두고
괜히 손으로 긁어보기도 하면서
대체 이런 설벽을 어떻게 만든 것인지 절로 궁금해지는데
GPS 신호를 받은 불도저가 우선 길 중심을 제설하고
이어서 불도저 2대가 붙어서 눈을 깎아내듯이 제설한다고 하네요.
불도저로 눈을 밀어낼 뿐 눈을 옆으로 쌓는 것이 아니기에
눈앞에 보이는 이 설벽은 자연적으로 쌓인 높이 그대로라는 자랑은 덤.
설벽을 걷다 보니 옆길로 빠져 설원을 걷는 코스도 있는데
아이젠은커녕 패딩조차 입지 않고 왔기에
저기로 갔다간 정말로 죽을 수 있어서
안전하게 제설된 설벽 길만 걸으면서
머리 높이보다 한참 위로 쌓인 눈에 다시금 감탄하기도 하고
도로 왼쪽에서 왔다갔다 하는 버스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알펜 루트 프로모션 이미지에 나오는 사진과 비슷한 구도로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고민도 해보다
이 정도면 많이 걸어온 것 같으니
발걸음을 돌려서
무로도역으로 돌아갑니다.
하늘을 보니 어느새 구름이 걷히면서
주변이 좀 더 환해지네요.
타테야마 쿠로베 알펜 루트에 온 사람들을 환영하는 뇌조(라이쵸)를 찍고
이제 하산하러 갑니다.
무로도역에서 비죠다이라역까지는 도로를 통해 잇고 있지만
이 도로는 일반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있어서
타테야마 고원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다른 차와의 간섭 없이 정해진 시간대로 움직입니다.
아쉽게도 버스 맨 앞자리는 차지하지 못했지만
카메라 줌을 최대한 당겨서
버스 안에서 설벽을 담아보고
구름이 산봉우리에 걸린 듯이 뿌연 하늘도 보고
하얀 눈 속 검은 길처럼
멋진 풍경도 보다
갑자기 짙은 안개가 나타납니다.
출발지인 무로도는 해발 2,450m인 반면 목적지 비죠다이라는 해발 977m라서
하산하려면 구름을 뚫고 내려와야 하니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네요.
구름 아래로 내려와서 푸른 나무도 보고
저 멀리는 쇼묘 폭포(称名滝)도 보다 보니
버스 종착지인 비죠다이라에 도착했습니다.
버스 이동 시간이 50분정도 돼서 버스 안에서 잘까 생각도 했는데
잠을 자지 않은 덕에 멋진 경관을 실컷 즐기고
알펜 루트 마지막 코스인 케이블카를 타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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