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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여행/이런저런 전시

가보지 못한 뱅크시 디즈멀랜드의 기억 (2021.09.21) 이상하게 갈 때마다 갤러리 이름이 미묘하게 바뀌는 듯한 갤러리아포레 지하 갤러리를 찾아 아트 오브 뱅크시 월드투어 인 서울 전시를 관람합니다. 만화로 표현한 듯한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면 나오는 작품들은 그야말로 현대미술의 아이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들이죠. 반전, 반권위, 반자본주의를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미술 시장에서는 천정부지로 작품 가격이 오르는 모습을 보면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철저히 정체를 숨긴 비밀의 작가라는 특이성과 기습적으로 나타나 작품을 만들어내고는 사라지는 작업 과정, 자신의 작품을 경매가 종료되는 그 순간에 파괴시키는 등의 가십거리 등 그야말로 인기가 없을 수 없는 정체성을 모조리 갖추고 있어 주요 활동지인 영국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도 작품을 볼 수 있네요. 개인적으로..
불안함을 사진에 담은 알렉스 프레거 사진전 (2022.03.12) 오랜만에 잠실로 가는 버스를 타고 알렉스 프레거라는 작가의 사진전이 열린 롯데뮤지엄에 왔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5,000원인데 사진전이 열리기 2달 전에 티켓을 사서 저렴하게 관람했네요. 알렉스 프레거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사진가로 주로 5~60년대 미국 사회 분위기가 떠오르는 소품과 연출기법을 사용하는 작가라고 합니다. 이런 설명에 걸맞게 벽에 걸린 사진들을 보면 조금 오래된 미국 시기를 다룬 영화가 떠오르네요. 시대적인 분위기와 함께 대부분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기분은 바로 불안감인데, 사진에 담긴 사람들의 눈을 보면 어딘지 보르게 불안한 시선이 느껴지고 흔히 일어나는 일상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사람들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가리거나 사방으로 분산시키는 등 의도된 연출을 통해 불안함을 만들어냅..
파스텔톤 사진으로 가득한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2022.03.01) 휴일을 맞아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더 현대 서울을 굳이 찾아 6층 ALT.1에서 열린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을 보기로 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5,000원인데 사전에 9,000원으로 예약해서 티켓에는 초대권으로 찍혔네요. 엄청 붐비는 쇼핑몰에 열린 전시라서 그런 건지 인스타그램에 소문이라도 난 건지 티켓 발권과는 별개로 입장 대기를 해야 해서 잠시 시간을 때우려고 5층 블루보틀로 내려왔는데 여기도 입장 대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도 커피 마시는 줄이 전시 입장 줄보다는 빨리 줄어들어서 뉴올리언스를 주문해 마시다 입장 안내 메시지를 받고 전시실로 들어갔습니다.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만나는 사진은 조화와 함께 걸린 분홍빛 꽃들이고 꽃을 지나 나오는 사진들도 인물이면 인물, 풍경이면 풍경 모두 화사하..
국립중앙박물관에 모신 두개의 불상 (2022.02.05)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전시실 이름은 유물이 만들어진 시기나 지역을 참고해 지었는데 이날 방문한 사유의 방은 다른 전시실과는 동떨어진 이름이 붙었습니다. 사유의 방에 있는 유물은 국보 제78호와 제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2점으로 삼국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불교 문화재입니다. 너무나도 귀하게 다뤄서 특별전이 아닌 이상 두 불상을 나란히 전시하지 않고 한 불상이 전시실로 이동하면 다른 한 불상은 수장고에서 보관하거나 연구실로 이동하곤 했는데 2021년 11월 12일부로 전용 전시 공간인 '사유의 방'을 만들어 이제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두 불상을 나란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불상을 예전에 함께 본 적이 있지만 그게 무려 7년 전 일이니 오랜만에 두 불상을 보러 갑니다. 반가사유상에서 영감을 받..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2021.07.24) 예전에 신분당선을 따라 짧은 여행을 할 때 양재시민의숲역 근처에 있는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을 견학하려 했으나 기념관이 휴관 중이라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제는 개관했겠지 하고 21년 7월의 주말에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윤봉길 의사를 기리는 기념관은 이곳 말고도 고향인 충남 예산 충의사에 있는데요. 예산에 있는 기념관은 예산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반면 서울에 있는 이 기념관은 민간에서 운영해서 경영난을 겪기도 하고 냉난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다 LG그룹이 지원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곳입니다. 그래도 2021년에도 입장료 없이 무료로 관람객을 맞이하는 걸 보니 고비는 넘겼나 봅니다. 기념관 전시실로 들어가면 우선 일제의 식민지 교육을 거부하고 민족 교육에 앞장선 교육자로서의..
1월의 이런저런 전시 단상 (2022.01.29) 날씨가 추운 1월에는 멀리 돌아다니지 않다 보니 야외 활동보다는 실내 전시를 많이 찾아보고 다녀왔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길게 쓰지 않는 편이고 어쩌다 보니 전시 내 작품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전시를 많이 다녀와서 1월에 관람한 전시들을 모아서 간단하게 느낀 점이나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북서울미술관 -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영국 테이트미술관(아마도 테이트 모던에서 많이 가져왔겠죠.)에서 소장한 다양한 작품들을 '빛'이라는 주제로 묶어 다룬 전시입니다. 근세 낭만주의에서 근대 인상주의로 넘어가는 시기부터 빛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다루기 시작했는데 빛의 속성에 대해 연구하거나 빛에 따른 색깔의 표현 방법을 고뇌하는 화가들의 노력을 작품을 보면서 배우거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한..
우연히 웨스 앤더슨 (2021.12.20) 성수동 그라운드 시소에서 열린 사진전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회 이름만 보면 드는 생각과는 다르게 이 전시는 웨스 앤더슨의 인스타그램 팬덤 Accidently Wes Anderson에 소개된 사진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 나올법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죠. 웨스 앤더슨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감독의 팬들이 찍은 사진이라서 그런지 사진에 담긴 구도나 소재를 보면 영화에 나올법한 인상이 강하게 듭니다. 계절은 다르지만 문라이즈 킹덤의 섬이 떠오르는 사진도 보이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의 검문 장면이 생각나는 기차 객실 사진도 보입니다. 국내에서 웨스 앤더슨의 인지도가 높아지게 된 작품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기도 하고 저 역시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을 알게 된지라 벽에 걸린..
비행장 개발사 위주로 둘러본 여의도 기획전(2021.07.16) 모처럼 평일에 휴가를 낸 날에 굳이 서울역사박물관을 찾아왔습니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는 아니고 비행기 출발 시간이 오후 늦게 있어 시간을 잠시 때우려고 왔는데요. 마침 흥미로운 기획전이 열렸기에 기획전시실로 들어갔습니다. '모래섬, 비행장, 빌딩숲 여의도'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기획전은 금융과 상업의 중심지 기능을 하고 있는 여의도의 개발사를 알아보는 전시인데 한강 위 모래섬이었던 여의도에 1916년 지어진 일본 육군 비행장, 즉 여의도 비행장을 중심으로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육군 연병장 위에 지어져 군사용으로 쓰이던 여의도 비행장은 1920년대가 되면 전투기뿐만 아니라 민간 항공기도 많이 이용했는데 안창남의 고국 비행도 여의도 비행장에서 시작했고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옹도 귀국할 때 여의..
우연히 작가를 직접 만난 김정기 전시회 (2021.06.26) 오랜만에 잠실 가는 버스를 타고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롯데뮤지엄에 왔습니다. 이날 열린 전시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정기씨의 작품을 다루는 '김정기 - 디 아더 사이드'입니다. 3천여 점에 달하는 그림들을 전시했다는 전시 소개문이 허튼 말이 아니라는 듯이 크고 작은 그림을 담은 액자들이 전시 초입부터 가득하네요. 벽에 걸린 그림들을 보면 단번에 느껴지는 특징이 있는데 상당히 다양한 인물과 사물을 한정된 공간에 빽빽하게 담으면서도 개체 각각의 묘사를 상당히 자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바로 그려낸다는 것인데요. 그의 전매특허이자 김정기 작가를 유명하게 만든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보면 구체적인 사물을 하얀 종이 위에 곧바로 디테일하게 그려내는 것을 ..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진 화신백화점의 흔적을 찾아서 (2021.12.05) 디뮤지엄에서 열린 독립출판 행사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1을 찾아 3개 층을 오르내리면서 흥미로워 보이는 책을 찾아 그중 2권을 골랐습니다. 꽤나 시간을 들여 책을 골랐는데 이것만 가지고 글을 쓰자니 할 얘기가 많지 않아서 오랜만에 서울에 온 김에 한 곳 더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온 곳은 종로타워 옆 센트럴폴리스 지하 1층에 있는 공평도시유적전시관. 공평동 재개발 중 거의 온전한 모습을 간직한 채로 발굴된 골목길과 건물터를 원형을 거의 그대로 보존한 채 건물 안으로 가져와 전시하는 박물관입니다. 건물터를 원래 있던 자리에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절로 감탄이 나오지만 사실 건물터와 조각 유물만 보고 가기엔 뭔가 조금 심심한데요. 그래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서 열린 특별전을 중심으로 박물관을..
비밀문을 열어 만나는 유럽 빈티지 장난감 (2021.10.31) 스타벅스가 더 유명한 서울 웨이브 아트센터에 장난감을 보러 왔습니다. '신비한 장난감 가게 작은 것들의 큰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유럽 빈티지 장난감전이 연말까지 열리고 있는데요. 가볍게 구경하고 가자는 마음으로 들렀습니다. 그런데 전시전 곳곳에 놓인 장난감 일부를 찍은 사진을 보고 어느 방에 있는 장난감인지 맞추면 작은 선물을 준다니 생각보다 머리를 좀 써야겠네요. 표 검사를 지나 전시실로 들어가면 장난감 가게처럼 꾸며놓은 공간이 나옵니다. 여기서 비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어릴 적 본 나홀로 집에가 생각나는 장난감으로 가득 찬 어린이 방이 나옵니다. 장난감을 너무 많이 올려 잠을 잘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침대를 지나면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크기로 만든 기차 장난감이 나옵니다. 어린이들이..
4년 전 열린 이집트 보물전 (2017.02.24)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2년 3월 1일까지 열리는 이집트 상설전은 미국 뉴욕에 있는 브루클린 박물관의 유물을 대여받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상설전이 열리기 이전에 브루클린 박물관의 유물을 빌려온 특별전이 2017년에 있었습니다. 이 전시를 관람하면서 찍은 사진이 몇 장 있어서 이집트전을 다녀온 김에 겸사겸사 같이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전시실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미라와 관인데 이때 열린 전시는 미라, 미라와 함께 발견된 유물을 통해 고대 이집트인들의 죽음에 대한 인식, 장례 문화에 대해 알려주려는 의도로 전시를 구성했기에 이런 기획의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미라를 맨 앞에 배치한 듯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 미라를 중요한 유물로 본 것인지 지금 열리고 있는 이집트 상설전에도 똑같은 미라와 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