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를 새벽에 달리고
휴게소가 나올 때마다 쉬거나 차에서 자면서
시흥에서 한참 떨어진 사천에서 열린 에어쇼를 보러 갑니다.
워낙 집에서 일찍 나와서 휴게소에서 부실한 식사를 하는 등 여유를 부리고 갔는데
막상 셔틀버스 타는 곳에 오니
아직 행사 시작까지 시간이 남았는데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사천 에어쇼는 사천공항과 활주로를 같이 쓰는 사천비행장에서 열리는데
부대 정문 주차장이 턱없이 좁다 보니
비행장 주변 곳곳에 셔틀버스 정류장을 만들고 이곳에서 관람객을 버스로 태워 행사장으로 보내는데요.
차를 끌고 왔으니 공단주차장으로 왔는데 좀 더 빨리 올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듭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셔틀버스에 타고
KF-21 시험 비행 때 열리는 KAI와 제3훈련비행단 사이 통로로 진입해
부대를 빙 돌아 행사장에 도착했습니다.
가방 소지자와 가방 미소지자를 구분해서 입장하는데
가방 소지자 줄이 너무 길어서 가방을 가져온 것을 후회했지만
다행히 메신저백은 가방 미소지자 입구로 보내 바로 통과했습니다.
사진 촬영이 제한된다는 안내문이 행사장 곳곳에 놓여 있지만
비행기를 찍는 것은 크게 제재를 하지 않아
행사장 방문객 모두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네요.
여러 비행기가 행사장에 전시되고 있지만
가장 먼저 보러 간 비행기는 바로 이 KF-21 보라매.
KAI에서 개발 중인 초음속 전투기로
방산 관련 소식이 여럿 들려오는 요즘 대중에게도 제법 잘 알려진 전투기입니다.
작년에 첫 시제기 조립이 완료돼서 ADEX 2021에서 실물을 공개하지 않을까 했는데
개발이 다 되지 않은 탓인지 실물 대신 모형만 공개됐고
올해 시험비행을 할 때에는 사천이 집에서 워낙 멀어서 보러 갈 생각 자체를 못했는데요.
이번 에어쇼 때 최초로 KF-21 실물을 대중에 공개한다고 해서
조금 무리를 해서 왔습니다.
이번에 공개한 KF-21은 3호기인데
계획상으로는 1~4호기는 한국이 시험 용도로 쓰고
5호기를 인도네시아에 인도할 예정이었으나
인도네시아에서 돈을 안 준채로 버티고 있어서 현재로서는 시제기 인도 계획이 어그러졌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저 국기를 180도 뒤집어야 한다는 소리도 있는데
폴란드도 KF-21에 관심이 있다는 기사는 있지만
아직 개발 중인 전투기에 당장 큰돈을 쓰기는 어려우니
공동 개발국으로 뛰어들 가능성은 아직은 낮은 편입니다.
그래도 KF-21 개발이 기적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상황이라
현재로서는 인도네시아의 몽니를 고려하더라도 미래가 희망적으로 보입니다.
에어쇼에 온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천천히 행사장을 둘러봅니다.
지난 DX코리아 2022때 실물을 공개한 전투헬기 LAH를 지나
타우러스를 비롯한 미사일을 간단하게 보고
군용이 아닌 민수용 헬기를 구경합니다.
왼쪽 소방헬기는 한국에서 개발한 수리온을 기반으로 만든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용 헬기이고
오른쪽 경찰헬기는 이탈리아 아구스타에서 개발한 AW-109C라는 헬기네요.
군 행사에서 군용 장비가 아닌 민수용 장비를 보는 게 괜히 신기합니다.
마저 행사장을 걸어
기분이 묘해지는 푸드코트를 지나
C-130 허큘리스 수송기를 개조해 특수작전 지원기로 만든 MC-130K와
해군에서 대잠초계기로 쓰고 있는 P-3C 오리온을 보고 더 걸으니
부활호, KT-1, F-5E 비행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 열렸네요.
나머지 비행기들은 이전에도 여러 번 봤던 비행기라
사진은 적당히 찍고 설렁설렁 돌아다니다
전시 부스로 들어가서 이것저것 보려니
크게 눈길이 가는 건 없지만
DX코리아 2022에서 본 범고래 모양 수송기를 다시 보니 괜히 반갑습니다.
에어쇼는 이제 시작이지만 에어쇼에서 보려고 했던 것을 다 봤으니
승객이 다 내린 셔틀버스에 홀로 타
공단주차장으로 돌아와 다음 여행지를 고민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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