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를 타고 엔랴쿠지에 도착해
입장권 가격을 확인해봅니다.
엔랴쿠지 입장권과 국보전 입장권이 묶인 세트권을 사서 안으로 들어가니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조금은 뜬금없게도 소방차입니다.
워낙 산 깊숙이 자리 잡은 절인 데다 대다수 건물이 목조건물이라 화재에 취약해
초기 진압을 위해 절에서 자체적으로 소방차를 가지고 있는 것 같네요.
엔랴쿠지를 대표하는 건물은 입장권에도 실린 콘포츄도(根本中堂, 근본중당)인데...
보수공사 중이네요.
2016년(헤이세이 28년)부터 2027년(레이와 9년)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콘포츄도 지붕을 교체하면서 새로 칠을 하는 대수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의 경우 대수선 작업에 들어간 건물이더라도
그 안에 들어가 문화재 관람을 하거나 복원 중인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볼품없긴 하지만 관광 자체는 가능하네요.
엔랴쿠지는 788년에 지어진 오래된 절인데
전국시대 때에는 절 자체가 커다란 군사 세력을 갖춰 다른 영주와 대립하다
오다 노부나가의 토벌로 절 전체가 불태워졌으니
지금 남아 있는 건물은 대부분 16세기 이후 다시 지어진 건물입니다.
16세기 이후 건물이더라도 오래된 건물인 것은 마찬가지인 데다
일본 불교 천태종의 총본산 위치에 있는 등 역사적으로 여러 의미가 있는 곳이다 보니
'고대 교토의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교토의 다른 문화재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습니다.
의외로 한국과 얽힌 인연도 있는데
장보고의 도움을 받아 당나라로 유학을 간 일본의 승려 엔닌이 이곳 엔랴쿠지에서 수행을 해서
2001년에 완도군이 이를 기념하는 비석을 엔랴쿠지에 세웠다고 하네요.
콘포츄도 모습이 이렇다 보니 기념비 보러 가는걸 깜빡했지만...
시일이 지나고 나서 나중에 다시 엔랴쿠지를 와보기로 하고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빨리 엔랴쿠지를 떠나려고 보니
조금은 뜬금없게도 소 석상이 있습니다.
일본 텐만구 신사에 놓여 있는 천신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상징하는 조각인데
절 안에 이런 게 놓여 있네요.
소 석상 옆에는 토텐텐만구(登天天満宮)라고 해서 작은 신사 건물이 놓여 있는데
안내문을 파파고로 번역해 읽어보니
오카야마시에 있는 후쿠다카이(福田海)라는 종교법인과 메이지유신 때부터 얽힌 인연으로
경내에 이런 시설이 마련됐나 봅니다.
지난번 도쿄 여행 때 본 센소지에서도 그렇고 일본 불교와 신토와의 관계는
저 같은 외지인, 그리고 크리스천 입장에서는 참 신기합니다.
돈을 낸 신도가 치는 종소리가 나는 종루를 지나
이름과는 다르게 불상을 모시고 있는 대강당(大講堂)을 거쳐
국보전 건물에 도착했습니다.
이날 본 전시는 국보전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 히에이의 영보(比叡の霊宝)라는 전시인데
홍보 포스터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뜻밖에도 불상이 아닌 콘포츄도의 12신장(根本中堂の十二神将)입니다.
앞서 짧게 언급한 오다 노부나가의 공격 때
기적과도 같이 불에 타지 않고 지금까지 전해지는 문화재인데
최근에 복원을 하면서 외부에 공개를 하게 돼 전면에 내세운 것 같네요.
이외에도 의미 있는 국보가 여럿 전시됐는데
저 시퍼런 얼굴이 워낙 강렬해서 저것만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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