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행사 준비가 한창인 종로 1가 아래 광교.
한국관광공사 건물과 투썸플레이스 사이 작은 골목길로 가면
누가 봐도 시선을 빼앗을법한 특이한 모습의 전기차가 놓여 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에 놓인 옛 서울전차 381호의 모습을 본떠 만든 전기차를 타고
서울 도심을 돌아보는 여행 상품인데
상당히 인기가 높아 예약이 힘들다고 하지만
다행히 1자리가 비어있는 시간대를 찾아
토요일 10시 30분 출발로 예약했습니다.
자전거처럼 안장에 앉고 페달을 밟을 수 있지만
보통은 전기차 배터리로 움직이고 전해진 구간에서만 페달을 밟으면 되니
날이 덥더라도 그렇게까지 고생하지는 않았습니다.
주스와 커피 중 커피를 선택하고
최대 시속 20km까지 달린다는 전기차에 올라타
승차권을 받았는데요.
생김새는 진짜 서울전차 승차권과는 다르게 생겼지만
종이 승차권을 주는 덕에
이제는 한국 철도에서 사라진 승차권 개표를 받아보네요.
광교를 출발한 서울전차는
베를린 장벽을 지나
청계천 남쪽 도로를 쭉 달리다
세운상가에서 방향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다 오른쪽으로 턴.
이제는 문을 닫은 서울극장을 거쳐
창덕궁 앞 돈화문을 지나갑니다.
돈화문 옆에는 원서동이라는 작은 동네가 있는데
원서동 깊숙이 들어가면 왕복 2차로 도로가 더욱 좁아져 중앙선이 사라진 도로가 되거든요.
마을버스도 간신히 들어가는 길을 달리다
고희동 미술관이 보일 즈음 전기차에서 내려
원서동 내 볼거리를 하나둘 알아가봅니다.
가장 먼저 가보는 곳은
단청 채색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북촌단청공방.
햇빛이 강렬하게 내려오는 한옥집 안으로 들어가
한옥에 대한 이야기, 단청에 대한 이야기 등을 들으면서
이런저런 사진을 찍어봅니다.
아쉽게도 단청 체험을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한옥 구경만 하고 나와
개량 공사가 한창인 한옥들을 보며
골목길의 끝자락으로 가면
원서동 빨래터가 나옵니다.
궁궐사람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빨래를 하러 왔다는 곳이고
얼마 전까지도 여기 근처에 살던 할머니께서 이곳에서 빨래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네요.
돈화문과는 달리 처마에 잡상이 없는 외삼문을 지나
올해 9월 개교한다는 태재대학교 옆으로 가면
원서동 백홍범 가옥이라는 큰 한옥집이 나옵니다.
여기는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니 안으로는 못 들어가지만
대신 고희동 미술관 옆 주차장에서
저 한옥집이 얼마나 큰지 그 위용을 볼 수 있네요.
마지막으로 고희동 미술관에 들어가
작품 관람 대신
경치를 감상하고
방향을 바꾼 서울전차로 돌아와
이제 옛 서울전차가 달리던 경로를 따라
편안하게 서울 나들이를 합니다.
율곡로를 따라 달리는 서울전차는
오랫동안 울타리로 둘러싸여 외부에 드러나지 않던 송현동 부지를 지나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우회전을 해서
삼청로를 달립니다.
삼청동 안쪽으로 들어가
국무총리공관에서 왼쪽으로 꺾어
팔판동을 순식간에 들어갔다 나와
춘추문을 지나면
이제 청와대에 진입.
3.5초 동안 짧게 청와대를 구경합니다.
청와대야 이미 가본 곳이니 그다지 아쉽지는 않습니다.
급격히 더워진 날씨 덕에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분수를 지나
경복궁 서쪽 효자로를 지나는 도중
서울전차 운전사가 종을 울리면 신나게 페달을 밟을 시간.
전기차 자체도 느리지만 페달을 밟으니 이게 달리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천천히 움직이네요.
다시 배터리 구동으로 바꾸고 광화문 앞을 지나면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뒷길로 진입.
교통상황에 따라서 덕수궁 돌담길을 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날은 워낙 집회도 많고 행사도 많아 덕수궁은 패스.
서울투어치고는 조금 비싼 가격 35,000원이 아쉽지만
주변의 시선을 모조리 끌어들일 정도로 특이한 경험이었으니
기분 좋게 투어를 마쳤는데
아직 집으로 돌아가기엔 시간이 너무 이르니
박물관 투어를 하고 가기로 합니다.
동아일보 본사 옆 일민미술관에 가보니
히스테리아라는 이름의 기획전을 열고 있길래
현대 리얼리즘 회화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덤으로 신문박물관도 보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들어가
단종된 지 한참 됐지만
이상할 정도로 박물관에서 자주 보이는 삼발차와 시발자동차를 보고
옥상 전망대로 올라가
복원 과정에서 전차 선로가 발굴된 광화문 월대를 멀리서 바라보고
국립고궁박물관을 방문해
일본에서 환수해 전시 중인 동여도 정보를 추가한 대동여지도를 보는 게
이날의 계획이었는데
서울 한복판에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서울역사박물관이 함께 하는 스탬프 투어가 있길래
박물관 투어를 여기서 끝낼 수 없게 됐네요.
경복궁 동쪽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에 들러
야외에 있는 카페에서 스탬프도 찍고 선물도 받았는데
그 선물이 좀 커서 부담스럽습니다.
이어서 서울공예박물관을 들렀다
아까 서울전차를 타고 스쳐 지나간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들렀다 갑니다.
오래전 세도정치의 권세가, 친일파를 거쳐 미국 대사관이 소유하던 송현동 부지는
삼성그룹이 미술관을 지으려고 매입했지만 수많은 규제가 얽혀 결국 미술관 건설을 포기했고
그 뒤로는 한진그룹이 한옥호텔을 짓겠다며 매입했지만
바로 옆에 학교가 있어 현행법상으로는 호텔을 지을 수 없는 곳이라 오랫동안 말이 많았는데
결국 송현동 부지와 옛 성동구치소 부지를 교환하기로 합의했고
오랫동안 울타리에 싸여 드러나지 않던 토지는 공원이 되어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던 중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사망하면서 기증한 수많은 미술품을 전시할 장소로
이곳 송현동이 선택되는 바람에 기껏 만든 공원이 날아가게 생겼지만
이건 아직 먼 미래의 일이니...
공원을 걸으면서
탁 트인 광장과는 조금 안 어울리는 전망대 '하늘소'는 안 올라가고
광장을 떠나
다른 박물관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 들러
한반도 밖에서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보고
마지막 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에 방문해
스탬프와 함께 선물로 비누를 받고 박물관 투어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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