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이었던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카스카와바타역으로 가서
하코자키선이라는 관광객이라면 어지간하면 탈 일이 없는 지하철 노선을 타러 갑니다.
공항선 열차와 똑같이 생긴 하코자키선 열차를 타고
종점 카이즈카역에 도착.
역을 빠져나오면 바로 앞에 카이즈카 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이 있는데
공원 곳곳에 도로와 신호등, 횡단보도 등을 둔 어린이 교통안전공원으로 만든 것 같은데
공원에 둔 전시물이 좀 비범합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뜬금없게도 필리핀에서 쓰는 지프니와
안내판에는 삼로(Samlor)라고 적혀 있지만 아무리 봐도 인력거가 아닌 삼발차 툭툭 2대입니다.
후쿠오카에서 3,700km 떨어진 동네에서 쓰는 차가 대체 왜 여기 있나 하고 보니
1989년 후쿠오카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박람회 때 전시했던 차라고 하는데
전시를 할거면 좀 제대로 관리를 할 것이지...
천장을 씌운 곳에 둔 전시물이 저 모양이니
노상에 전시 중인 다른 전시물은 상태가 더한데요.
일본 국철 9600형 증기기관차 49627호는 검은 도색을 칠한 지 오래돼 줄줄 흘렀고
햇빛을 강하게 받아 변색되는가 하면 갈라진 틈으로 녹이 슬어 칠이 벗겨지기도 했네요.
뒤에 달린 객실은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데
니시카고시마역(지금의 카고시마츄오역)에서 모지코역을 잇던
급행열차 카이몬(かいもん)으로 쓴 국철 20계 객차입니다.
지금이야 신칸센이 카고시마츄오역에서 하카타역을 거쳐 코쿠라역까지 빠르게 잇고 있지만
이 열차가 다니던 시절에는 하루의 반을 이동시간으로 허비해야 했으니
이 객차는 침대객차로 운행했는데요.
낮에 운행하거나 승객이 적을 때에는 위에 달린 좌석을 접어두고
밤에는 좌석을 펴서 승객이 누워 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일본에서 이런 열차는 운행하지 않고 있는데
러시아나 중국 등 영토가 넓은 나라에서는 아직도 현역으로 운행하고 있죠.
근처에 공항이 있어 쉴새없이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보며
공원에 보존 중인 비행기를 보러 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비행기도 상태가 영...
한참 전에 사라진 일본국내항공에서 운용한
드 하빌랜드(De Havilland)의 DH114 헤론이라는 비행기입니다.
드 하빌랜드는 2차 세계대전 때 모스키토 폭격기를 만들어 전쟁 승리에 기여한 곳이기도 하고
세계 최초의 제트 여객기 DH-106 코멧을 만든 곳이기도 한데
회사 자체는 사라지고 이제는 BAE 시스템스라는 영국의 방위업체의 일부로 남아있네요.
공원 구경은 이정도로 하고 카이즈카역으로 돌아왔는데
카이즈카역에는 아까 타고 온 지하철 하코자키선 외에 다른 노선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니시테츠에서 운행하는 카이즈카선이라는 노선인데
니시테츠의 주요 노선인 텐진오무타선과 연계가 되지 않고 연선 내 주민들이 많지 않아
2칸짜리 열차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종점인 니시테츠신구역 주변에
고양이섬으로 가는 아이노시마로 가는 배를 타는 신구항이 있어서
이 섬을 가는 사람이라면 카이즈카선을 이용할 법 한데
아이노시마 자체가 대중적인 관광지는 아니라서...
외국인에게야 어떤 평가를 받든간에 연선 주민 입장에서는 후쿠오카 시내로 들어가는 주된 교통수단이라서
니시테츠 카이즈카선과 지하철 하코자키선 간의 직결을 원하는 의견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하철 노선도에도 하코자키선과 카이즈카선을 딱 붙여서 표시하고 있고
선로 규격도 같아 직통 자체는 쉽게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열차 규격이 달라도 너무 달라 지금까지도 두 노선 간 연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만들어진 지 60년이 넘은 전차를 지금도 별다른 개량 없이 쓸 정도로
니시테츠에서 카이즈카선에 큰 투자를 하지 않는 상황이라 직결 계획이 진전되지 않았는데
가장 최근의 발표의 경우
하코자키선 구간에서는 6칸짜리 열차를 운행하다
카이즈카역에서 2칸을 분리해 카이즈카선을 달리려고 했더니
열차를 분리하는데 시간이 걸려 전체적인 시간 단축이 고작 1분밖에 되지 않아
결국 직결 논의를 동결했다고 하네요.
이런저런 구경을 마치고 지하철 승강장으로 돌아와
열차를 타고 다시 시내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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