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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상세)/2023.10.13 토호쿠

9. 쓰나미의 아픔을 담고 달리는 케센누마선 BRT

 

 

케센누마역 역사 안 도로에 도착한 버스.

 

 

 

 

생긴 건 다른 시내버스와 다를 것이 없지만

 

JR 계열 버스회사가 아닌 JR 동일본에서 직접 관리하는 노선이고

 

 

 

 

운행 시간도 오후나토선 기차 시간과 연계돼 운행하는 케센누마선 BRT입니다.

 

 

 

 

이 일대를 운행하는 다른 시내버스와는 다르게 교통카드도 쓸 수 있지만

 

저는 지금 JR에서 발행한 교통패스를 쓰고 있으니

 

 

BRT 노선끼리 환승할 때는 정산증명서를 받으라고 하네요.

 

 

교통카드를 찍지 않고 정리권만 뽑은 뒤

 

 

 

 

맨 앞자리에 앉아

 

 

 

 

버스가 다니는 길을 보며 이동하기로 합니다.

 

 

 

 

반대편에서 오는 버스를 보내고 난 뒤 출발한 버스는

 

 

 

 

철길 옆으로 난 버스 전용차로를 따라 달립니다.

 

 

 

 

버스만 달리는 길이라서

 

일반 도로와 만나는 교차점에는 철도 건널목처럼 차단봉이 놓여 있는데

 

 

 

 

버스가 가까이 다가오면 차단봉이 저절로 올라가서

 

속도는 줄일 지언정 막힘 없이 달리네요.

 

 

 

 

신호등도 버스가 다가오면 알아서 바뀌어서 신호 대기 없이 달리고

 

 

 

 

반대편에서 오는 버스를 비켜주기 위해 중간중간 대피홈에 멈추긴 하지만 오래 정차하는 것은 아니라서

 

 

 

 

버스가 달리는 내내 시속 50km를 유지하는 편입니다.

 

 

 

 

버스 1대가 간신히 지나갈만한 터널에 진입해

 

 

 

 

실제로 벽에 부딪힐 위험이 있는 건지 양옆을 완충재로 엎은 모습에 기겁하기도 하고

 

 

 

 

버스 기사가 운전석에 달린 모니터를 통해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버스 위치를 확인하고는

 

 

 

 

버스를 비켜주는 모습을 보며 신기해합니다.

 

 

 

 

버스 전용차로를 달리던 버스는

 

 

 

 

일반 도로에 진입해

 

 

 

 

탁 트인 바닷길을 달리다

 

 

 

 

국도 휴게소인 미치노에키 오야카이간(大谷海岸)에 들어갑니다.

 

 

 

 

휴게소 건물에 붙은 저 개복치 모양 그림을 어디선가 보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여기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온 장소이기도 합니다.

 

 

 

 

도쿄를 출발해 북쪽으로 쭉 올라가던 스즈메와 이모가 대판 싸우던 곳이 대충 이 어딘가죠.

 

 

 

 

BRT 정류장이 있다 보니 휴게소에 JR 동일본 역명판도 같이 붙어있네요.

 

 

 

 

휴게소를 출발한 버스는

 

 

 

 

한동안 일반 도로를 달리다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버스를 보내고

 

 

 

 

모토요시역이 가까워질 즈음 다시 버스 전용차로에 진입합니다.

 

 

 

 

또다시 만난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정말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쭉 이어지는데

 

 

 

 

이것의 정체는 2012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쓰나미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둑입니다.

 

 

 

 

한국에서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워낙 강렬해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후쿠시마 일대에 국한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지진 이후 일본으로 온 쓰나미는 미야기현, 이와테현 동해안을 그대로 덮쳤고

 

이 일대 마을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해안선을 달리는 철길도 이때 말 그대로 소실 돼버렸는데요.

 

JR 동일본에서 운영하던 오후나토선과 케센누마선은

 

주변 연선 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던 와중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대재해로 선로가 쓸려 내려가고 토사가 선로를 덮치는 등의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국 원화로 조 단위의 비용을 들이면서 노선을 복구하기엔 얻는 것이 너무나도 없기에

 

JR 동일본에서는 케센누마선 야나이즈역 - 케센누마역,

 

오후나토선 케센누마역 - 사카리역 구간 철도 운행을 포기하고

 

 

 

 

남은 철도 노반을 활용해 버스 전용차로를 달리는 BRT를 대신 운행하게 됐습니다.

 

 

 

 

버스 전용차로가 왕복 2차로가 아닌 1차로인 이유도,

 

중간중간 버스를 대피하기 위한 공간이 있는 이유도,

 

버스가 지나다니는 터널이 지나치게 좁은 이유도 BRT를 운행하게 된 이유를 알면 이해가 되는데

 

단선으로 운행하던 철도를 부지 확장 없이 거의 그대로 버스 전용차로로 바꿨기 때문이죠.

 

 

 

 

버스 전용차로를 계속 달리던 버스는

 

 

 

 

한눈에 봐도 방치된 지 오래됐다는 게 티가 나는 길 대신

 

 

 

 

다시 일반 도로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쓰나미로 마을이 소멸됐기에 사람들이 새로운 마을을 만들었고

 

이 마을은 기존에 있던 기차역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있다 보니

 

버스 정류장을 마을 근처에 새로 만들어 BRT 버스가 정차하게 됐는데요.

 

 

 

 

철도가 계속 다녔더라면 이런 유연한 정류장 변동은 불가능한 일이니

 

철도 대비 BRT가 지닌 몇 안 되는 장점을 이런 데에서 느끼네요.

 

 

 

 

과거 마을의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사람이 빠져나가

 

 

 

 

지금은 휴게소와 쇼핑센터가 들어선 시즈가와역을 지나

 

 

 

 

열심히 달려

 

 

 

 

종점 야나이즈역으로 갑니다.

 

 

 

 

시즈가와역에서 야나이즈역 사이 구간은 예전에는 버스 전용차로 구간을 달렸는데

 

 

 

 

제가 버스를 탄 날에는 버스 전용차로가 아닌 일반 도로를 달려 야나이즈역에 왔네요.

 

 

 

 

왜 그런가 하고 야나이즈역 BRT 정류장으로 가보니

 

 

 

 

버스 자율주행 실증실험을 위한 시설을 버스 전용차로에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라

 

버스 전용차로 진입이 불가능해 중간 버스 정류장 위치를 바꿔 일반 도로로 달렸네요.

 

 

 

 

한국도 버스 기사 부족 문제가 심한 편이지만 일본은 상황이 더 심각한데

 

오사카부 톤다바야시시에서 버스를 운행하던 콘고버스는

 

적자 누적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버스사업에서 철수했고

 

한큐 전철의 자회사 한큐버스는 운전자 부족을 이유로

 

오사카 우메다와 코베 산노미야에 진입하던 노선을 폐선했습니다.

 

도쿄를 비롯해 수도권 일대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토큐버스는

 

승무원의 효율적인 배치를 위해 자회사 토큐트란세와 합병했고

 

나가노 일대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나가덴버스는

 

버스 기사 부족을 이유로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버스 운행을 멈추고 있습니다.

 

 

 

 

대도시와 소도시를 가리지 않고 버스 기사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운전자 연간 근무시간을 960시간으로 제한하는 일명 2024년 문제로 인력난이 더 심해질 예정인데

 

과연 버스 자율주행은 일본 버스회사들의 구원수가 될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게 만든 케센누마선 BRT 여행을 마치고

 

 

 

 

야나이즈역 기차 타는 곳으로 들어가

 

 

 

 

케센누마선 열차를 타고 다음 여행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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