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여행/이런저런 전시

유토피아를 찾아서 (2024.04.06)

 

 

토마스 모어의 소설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 유토피아.

 

 

 

 

이상향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어원을 뜯어보면 존재하지 않는 장소라고 하죠.

 

 

 

 

'유토피아: 노웨어, 나우 히어'라는 이름의 전시가 열린 그라운드 시소 성수에서

 

 

 

 

어디에도 없는 이상향을 찾아

 

컴퓨터 앞에서 막연히 떠오르는 유토피아의 이미지를 고르고

 

 

 

 

티켓을 출력한 뒤

 

 

 

 

유토피아를 찾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신스웨이브가 흘러나오는 우주 정거장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 한가운데 담긴 익숙한 풍경들을 보기도 하고

 

 

 

 

9번째 구름 위에서 펼쳐지는

 

 

 

 

몽환적인 풍경도 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았습니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고 모든 곳에 물이 차올라 잠겨버린 조용한 마을.

 

 

 

 

작품 안내에는 우리가 머무를 수 있는 유토피아는 아니라고 적혀 있지만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이 공간을 떠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 유토피아를 찾는 여정이 끝나지 않았으니

 

 

 

 

유토피아가 아니라고 멋대로 단정해버린 전시 기획자를 원망하며

 

 

 

 

다른 이의 유토피아를 찾아 마저 이동합니다.

 

 

 

 

사막 모래길을 걸으며

 

 

 

 

때로는 태양을, 떄로는 달을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바라보는 여행자를 만나고 헤어진 뒤

 

 

 

 

길을 잃었습니다.

 

 

 

 

작은 구멍을 통해 무언가 보이지만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봐왔던 것과는 많이 다른 것들.

 

 

 

 

기이한 소리와 어우러져

 

 

 

 

가만히 있어도 괜히 불안해지는 곳.

 

 

 

 

여기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 아니라 존재해서는 안될 곳이 아닐까요.

 

 

 

 

빠르게 벗어나봅시다.

 

 

 

 

다행히 놀이공원 같은 푸근한 세상에 도착했네요.

 

 

 

 

동화같기도 하고 몽환적인 느낌도 드는

 

 

 

 

낙원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곳에서

 

 

 

 

놀랐던 마음을 쓸어내리고

 

 

 

 

마지막 유토피아 후보에 도착해

 

 

 

 

마음의 안식을 찾아봅니다.

 

 

 

 

전시 안내를 읽어보면

 

SF 소설가 김초엽씨의 '공생가설'이라는 작품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으로 전시를 구성했다고 하는데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초현실주의 작가 7명의 작품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나의 유토피아를 찾는 여행을 즐겁게 즐겼습니다.

 

귀를 즐겁게 하는 신스웨이브 음악은 덤.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 경험한 적 없지만 막연히 머릿속에 들어 있는 이상향을 찾는 여행은 이것으로 끝인데요.

 

 

 

 

이제 처음에 생각했던 유토피아와

 

전시를 관람하며 찾은 유토피아가 얼마나 일치했을지 확인해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진실의(?) 컴퓨터에 전시를 보기 전 출력한 티켓 QR코드를 찍고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을 선택하라는데

 

정작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아쉬운 대로 같은 작가(Hayden Clay)의 다른 작품을 선택하니

 

유토피아 매칭 결과가 0%로 나오네요.

 

 

 

 

너무나도 유토피아적인 결과를 맞이한 기념으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웹 페이지 화면을 캡처하고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는 전시 도록을

 

이번에는 너무나 마음에 드는 표지로 골라 구매한 뒤

 

 

 

 

여운이 남은 채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kakaoTalk facebook twitter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