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카와 남쪽에 있는 도시 후라노.
여름만 되면 라벤더로 가득한 들판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옵니다.
그러다 보니 후라노역에도 라벤더 그림이 그려져 있지만
지금은 여름이 아닌 겨울이라 당연히 라벤더는 못 보고
게다가 후라노에 온 시간이 6시가 한참 지난 시간이니
다른 걸 보고 싶어도 못 봅니다.
매표소마저 문을 닫아 북쪽 대지의 입장권을 살 수가 없네요.
어쨌거나 후라노역에 도착은 했으니
다음 열차를 탈 때까지 비는 시간 동안 저녁 식사를 하러 역 밖으로 나왔는데
하필이면 구글 지도에서 알아본 카레집 유아독존은
라이브 파티를 연다는 이유로 13시에 라스트 오더를 받고 문을 닫아버렸네요.
급하게 다시 구글 지도를 켜 문을 연 식당을 찾으니
오코노미야키 식당이라는 표시가 있는 마사야라는 식당이 나와 여기로 갑니다.
특이하게 일본인이 아닌 서구권에서 온 종업원의 응대를 받아 카운터 자리에 앉았는데
카운터에 있는 널찍한 철판만 보면 오코노미야키집이 맞아보이거든요.
그런데 정작 메뉴판을 펼쳐보면 가장 인기 있는 메뉴라고 나오는 것은
오코노미야키가 아닌 오므카레, 즉 오므라이스 카레이고
철판 위에서 요리 중인 재료도 잘 보면 밥입니다.
죄다 오므카레를 주문하는데 저 혼자 다른 요리를 주문하면 이상하겠죠.
다른 요리를 주문하면 조리 시간이 더 걸린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고.
아무튼 그런 이유로 오므카레를 주문하고
철판 바로 앞에서
오므카레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열심히 지켜봅니다.
상당히 많은 주문이 들어와 분주하게 조리하는데
딱딱 자기가 맡은 부분을 맡아 요리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멋지네요.
다만 아무리 기다려도 제 차례가 되지 않아
이러다 기차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 괜히 초조해지다가
드디어 오므카레를 받았습니다.
철판 위에 밥과 양배추를 충분히 볶았는데도 양배추가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고
밥을 볶는 동안 같이 철판에서 구운 돼지 볼살은 삼겹살 못지않게 맛있습니다.
오므카레와 같이 나온 후라노 우유는 시중에 우유팩에 담아 유통되는 우유보다 훨씬 진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네요.
철판을 싹 비우고 나서 차분하게 앉아 여운을 음미하고 싶지만
잘못하면 진짜 기차를 놓쳐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기에
재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죽어라 뛰어 후라노역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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