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여행/짧은 나들이

서오릉 야별행 (2025.10.21)

 
 
한밤중의 서오릉.
 
 

 
 
다른 때라면 진작에 문이 닫혔을 시간이지만
 
서오릉 입구에 사람들이 여럿 모였습니다.
 
 

 
 
2025 세계유산 조선왕릉축전을 맞아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
 
 

 
 
서오릉과 동구릉에서 한밤중에 왕릉으로 들어가 시나리오를 따라 참여하는 야별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길래
 
 

 
 
집에서 가까운 서오릉 야별행을 예약했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티켓을 받은 뒤
 
 

 
 
안내 부스에서 기념품으로 담요를 받고
 
 

 
 
서오릉 야별행 팸플릿도 받아 짧게 읽어보니
 
 

 
 
자유롭게 서오릉을 둘러보지는 못하지만
 
NPC를 따라 이동하는 게임 플레이어가 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네요.
 
 

 
 
오후 8시가 되어
 
 

 
 
안전요원의 뒤를 따라
 
 

 
 
서오릉 안으로 들어가
 
 

 
 
재실에 도착한 뒤
 
본격적인 서오릉 야별행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텐데
 
어차피 조선왕릉축전도 거의 끝물이니 적어보도록 하죠.
 
 

 
 
재실에서 조선왕릉에 대한 영화를 제작하고자 하는 감독을 만나
 
이 영화에 투자할지 말지를 정하기 위해 서오릉 야간 탐방을 시작하는데요.
 
 

 
 
다리 위로 그어진 빨간 선을 넘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웬 한복을 입은 사람을 만납니다.
 
 

 
 
스스로를 '선비'라고 부르는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한밤중에 서오릉을 걷는 이유를 말해주니
 
 

 
 
영화감독과 투자자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면서
 
순창원으로 안내합니다.
 
 

 
 
순창원에 놓인 정자각에 빔을 쏘면서
 
 

 
 
이곳에 묻힌 공회빈 윤씨의 비극적인 이야기에 대해 알려주네요.
 
 

 
 
9살의 나이로 명종의 외아들 순회세자와 결혼해 세자빈이 되었으나
 
 

 
 
고작 2년 뒤에 남편이 사망하는 바람에
 
 

 
 
11살에 과부가 되고 말았습니다.
 
 

 
 
살아서도 순탄치 못한 인생을 살았는데
 
공회빈은 죽어서도 편히 지내지 못했습니다.
 
공회빈이 죽고 나서 상례를 진행하던 중 임진왜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시신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전쟁이 끝난 뒤 뒤늦게 시신을 찾으려 했으나 결국 못 찾았거든요.
 
지금의 순창원에는 순회세자의 시신과 공회빈의 빈 관만 묻혀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2006년에는 도굴 미수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파란만장이 무엇인지 씁쓸하게 보여주네요.
 
 

 
 
순창원 도굴 미수 사건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감독이 이런저런 말을 투자자에게 건네다
 
조선왕릉에 묻힌 보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다음 왕릉으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오래된 책을 만났습니다.
 
표지에 적힌 글자는 내훈(內訓).
 
 

 
 
대중에게는 인수대비라는 명칭이 더 친숙한
 
소혜왕후 한씨가 쓴 여성 행동 지침서인데요.
 
 

 
 
선비를 따라 소혜왕후가 묻힌 경릉으로 이동하니
 
 

 
 
한 여인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소혜왕후를 만나 왕릉 속에 묻힌 보물에 대해 물어보자
 
왕릉 도굴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 줍니다.
 
다름 아닌 소혜왕후의 아들 성종이 묻힌 선릉과 손자 중종이 묻힌 정릉이
 
임진왜란 도중 도굴된 사건인데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선정릉을 도굴한 것인지는 진범을 잡지 못해 지금도 알 방법이 없고
 
지금까지도 선전릉은 유골이 없는 허묘로 남아 있습니다.
 
 

 
 
정작 왕릉 안에 보물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고
 
경릉을 떠나 어딘가로 향하는 선비.
 
길을 가던 중 갑자기 붉은 옷을 만나게 됐는데요.
 
 

 
 
옷을 보고 무언가 떠오른 것이 있는지
 
 

 
 
옥산부대빈 장씨의 무덤 대빈묘로 걸어가
 
 

 
 
대화를 하면서 누군가를 위로하네요.
 
 

 
 
선비의 말이 끝나고 잠시 뒤
 
 

 
 
숲에서 하얀 나비가 날아와
 
 

 
 
선비에게 다가갑니다.
 
 

 
 
이곳에 묻힌 옥산부대빈 장씨의 다른 이름은 장희빈.
 
 

 
 
이 선비가 누구인지, 이쯤 되면 정체를 알 수 있겠죠?
 
 

 
 
대빈묘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중
 
사방에 환하게 핀 모란꽃을 만나
 
 

 
 
그중 한 다발을 선비가 따고
 
 

 
 
익릉으로 이동해
 
 

 
 
정자각 위로 모란꽃을 바치니
 
 

 
 
정자각 뒤에 숨어있던 인경왕후 김씨가 나와
 
 

 
 
한을 풀기라도 하는 듯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인경왕후는 숙종의 첫 번째 왕비인데요.
 
짧은 기간 동안 아이를 연달아 출산하면서 몸이 쇠약하던 차에 천연두에 걸리는 바람에
 
19세의 나이에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두 아이 모두 공주였기에
 
숙종의 세자를 낳기 위해 새로운 여인을 궁에 들였다가 대중에게도 유명한 여러 환국이 발생했으니
 
정치적으로도 인경왕후의 죽음이 큰 영향을 미치고 말았네요.
 
 

 
 
장희빈의 무덤과 인경왕후의 무덤을 방문했으니
 
이제 남은 무덤은 명릉 하나인데
 
 

 
 
명릉으로 가던 중 이번에는 연지가 담긴 통을 발견했습니다.
 
 

 
 
연지통을 잽싸게 챙긴 선비는
 
 

 
 
명릉으로 이동해
 
 

 
 
마지막 부인 인원왕후에게 연지통을 건네주고
 
 

 
 
옷을 갈아입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뒤
 
조선왕릉에 묻힌 보물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해 줍니다.
 
 

 
 
조선왕실은 유교 윤리를 따르면서 나라를 비교적 검소하게 운영했기에
 
왕릉에 묻은 부장품 역시 다른 나라의 왕릉에 비하면 상당히 소박한 생활물품 위주였고
 
보물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장신구나 보석은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그러면 조선왕릉에 묻힌 보물의 정체가 무엇인가 하니
 
'위하는 마음'이라고 숙종이 해설해 주네요.
 
돌아가신 왕과 왕비를 위해 예를 갖추면서 왕릉에 모시는 '왕가를 위하는 마음',
 
그러면서도 왕릉을 만들 백성들의 고통을 생각해 자연경관을 유지하면서 검소하게 왕릉을 지은 '백성을 위하는 마음',
 
그리고 선대 왕들에게 제례를 지내면서 나라의 안위를 비는 '나라를 위하는 마음'
 
이렇게 3가지 위하는 마음이 조선왕릉에 담겨 있다고 설명한 뒤
 
인원왕후와 함께 사라지며 서오릉 야별행의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지루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조선왕릉인데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여럿 묶어 상당히 재미있는 스토리로 풀어내 즐겁게 참여했습니다.
 
게다가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왕릉의 고즈넉한 야경도 볼 수 있어 좋았네요.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서 몸은 고생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ps. 자유 관람이 아니다 보니
 
사진 촬영에 제약이 있어 꽤나 고생을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