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전철 정기권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전철을 타는 많은 사람들이 정기권을 씁니다.
정기권을 사면 요금이 크게 할인되는데다 많은 회사에서 교통비 지원을 해주니
정기권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죠.
정기권은 통근객이나 통학생이 주로 이용해서
한국인 여행자가 정기권에 대해 검색해볼 일이 많지 않지만
해외여행 트렌드 중 현지에서 일상을 살아본다는 명목으로 한 달 살기 등의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적어보겠습니다.
일본에서 쓰는 정기권(定期券, Commuter Pass)은
특정 구간을 특정 기간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승차권입니다.
한국에서 쓰는 정기권은 타고 내리는 역에 제한이 있고 승하차 횟수도 60회로 제한돼 있지만
일본은 정기권을 산 구간 내에서는 어느 역에서든 승하차가 자유롭고 횟수 제한도 없습니다.
마치 조금 비싼 교통 패스와 같은 셈이죠.
1개월짜리 정기권 요금이 대략 15~20일 요금이니 무턱대고 정기권을 사기보다는 미리 요금을 알아보는게 좋겠죠.
여러 사이트가 있는데 외국인이 쓰기 편한 사이트였던 HyperDia가 업데이트를 중단해서
이제는 야후 노선정보, 죠르단 같은 일본어 사이트를 이용하는게 최선으로 보입니다.
출발역과 도착역을 입력해서 경로를 검색한 뒤 정기권(定期券) 메뉴를 누르면
1개월, 3개월, 6개월 정기권 요금이 나오니
요금을 확인해서 정기권을 구매할지 고민해보면 됩니다.
승차권 발매기에서 일본어 메뉴로 구매하는 영상
승차권 발매기에서 영어 메뉴로 구매하는 영상
정기권은 이용 개시일 14일 전부터 승차권 발매기에서 살 수 있습니다.
회사마다 인터페이스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위의 영상에 나온대로 이름과 성별, 나이와 같은 인적사항을 입력하고
정기권을 이용할 구간, 사용 기간을 선택합니다.
정기권 사용 기간이 길 수록 요금 할인이 커지지만 일본 체류 비용은 더 비싸지니
계획을 잘 세워서 기간을 고르세요.
이후 교통카드를 새로 사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교통카드를 투입해 정기권 데이터를 카드에 담습니다.
정기권을 구매할 때 동시에 교통카드 잔액을 충전할 수도 있고, 충전 없이 정기권만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정기권 구매 영수증이 필요하신 분들은
정기권 요금을 넣기 전에 영수증 인쇄 버튼을 누르면 정기권과 함께 영수증이 나옵니다.
기존에 스이카나 파스모같은 교통카드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교통카드가 한정판 디자인 카드라면 대부분 정기권을 넣지 못합니다.
카드 오른쪽 아래를 보면 카드에 파인 홈 개수가 다른데요.
정기권을 담을 수 있는 카드는 홈이 하나, 담을 수 없는 카드는 홈이 두 개 파여 있습니다.
기계 조작이 어려운 분들은 각 역에 있는 정기권 발매소에 가서
정기권 신청 서류를 작성해도 됩니다.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이 아이폰8 이상이라면 스이카 앱이나 파스모 앱을 설치한 뒤
모바일 정기권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발급 방법은 JR 동일본에서 만든 안내 사이트를 참조하세요.
성인용 통근 정기권은 별다른 서류 없이 만들 수 있지만
학생용 통학 정기권은 일본 내 학교에서 발행한 통학 증명서나 통학 정기권 구입 겸용 증명서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미성년자는 구입을 못합니다.
정기권을 신청할 때 전철 이동 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서 신주쿠역에서 도쿄역까지 정기권을 산다면
신주쿠역에서 야마노테선을 타고 도쿄역까지 가는 경로로 정기권을 살 수도 있고,
츄오 쾌속선을 타고 도쿄역으로 가는 경로로 정기권을 살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기권 요금이 달라질 수 있으니
일본에 사는 동안 출발역과 도착역 사이에 있는 역을 얼마나 이용할지 고민해보고 사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이동거리는 더 먼데 요금이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카노역에서 신주쿠역까지 정기권을 산다고 치면
나카노역에서 신주쿠역에서 바로 한 정거장 다음인 신오쿠보역까지 정기권 요금이 똑같거든요.
이러면 굳이 신주쿠역까지 정기권을 끊을 필요 없이 신오쿠보역까지 신청하는게 좋겠죠.
여행자나 유학생이라면 이렇게 이동경로를 선택할 수 있겠지만
회사에서 교통비를 지원받는 직장인이라면 출퇴근 때 사고라도 일어나면 이래저래 일이 꼬일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집 - 직장 최단거리 경로만을 이용하세요.
일본 여행을 할 때에는 교통카드를 선택할 수 있지만
정기권을 살 때에는 해당 철도회사에서 발행하는 교통카드만 써야 합니다.
도쿄에서는 JR 동일본, 도쿄 모노레일, 린카이선은 스이카를 쓰고
이외에 지하철이나 사철은 파스모를 씁니다.
JR 동일본 역에서 출발해 도쿄 메트로 노선으로 환승하는 것처럼 둘 이상의 회사 노선을 이용한다면
스이카나 파스모 둘 다 정기권을 만들 수는 있지만
JR 동일본 역에서 정기권을 만들고 싶다면서 파스모를 보여주면
메트로 역으로 가서 만들라고 안내할 것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사카는 거의 모든 회사가 이코카를 쓰지만
이외에 다른 지역은 철도회사별로 교통카드가 다르니 주의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정기권을 쓰고 있는데
사실 정기권과 교통카드는 별개라서 교통카드를 사지 않고 정기권을 살 수도 있습니다.
이러면 교통패스처럼 얇은 플라스틱 카드에 인쇄된 정기권을 받게 되죠.
교통카드에 정기권을 넣으려면 보증금 500엔을 추가로 내야 하지만
보증금이야 카드 환불할 때 돌려받을 수 있고
교통카드 기능을 활용해서 요금 정산도 편해지니
되도록이면 교통카드에 탑재된 정기권을 사는게 좋습니다.
또 교통카드에 담긴 IC칩에는 정기권 여러 개를 담을 수 있어서
마그네틱 카드 정기권 1장으로는 이용할 수 없는 X, Y, T 형태 경로 정기권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대중교통을 탈 때에는 신용카드 사용이 제한적인데요.
정기권은 워낙 결제액이 커서 그런지 신용카드로 정기권 요금을 낼 수 있습니다.
정기권을 살 때 동시에 카드 잔액을 신용카드로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대신 신용카드로 산 정기권을 환불할 때에는 절차가 조금 복잡하니 계획을 잘 세우세요.
정기권 구매를 마쳤으면 교통카드를 쓸 때와 마찬가지로
개찰구 교통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찍고 개찰구를 통과하면 됩니다.
종이로 된 정기권은 승차권 투입구에 넣고 개찰구를 통과하세요.
정기권은 지정한 구간 내에서만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정기권 구간 밖을 넘어간다고 해서 역에서 내렸다 표를 사고 다시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정기권 구간 내 역에서 승차한 뒤 정기권 구간 밖에 있는 역에서 내린다면
정기권 구간 외 구간에 대한 요금이 교통카드 잔액에서 알아서 빠져나갑니다.
다만 교통카드 잔액은 정기권 요금과는 별도로 충전해야 하니
교통카드에 정기권만 담고 따로 충전을 안 했다면 내리는 역에서 요금을 정산해야 합니다.
반대로 정기권 구간 밖에서 출발해 정기권 구간 내 역에서 하차할 때에도 알아서 요금이 계산되고
심지어 승차역과 하차역 모두 정기권 바깥 역이라도 이동 경로 내에 정기권 구간이 있다면
정기권 구간을 뺀 나머지 구간만 요금이 계산됩니다.
정기권 기간이 끝난 뒤 정기권을 갱신할 때에는 정기권 메뉴에서 계속(継続)을 누른 뒤 안내대로 진행하면 됩니다.
신규(新規) 대신 계속 버튼을 누른다는 것을 제외하면 정기권을 새로 살 때와 동일한 과정을 거칩니다.
정기권을 갱신하면 카드 위에 있는 옛 정기권 내용은 지워지고 새 정기권 내용이 써집니다.
만약 정기권 기간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새 정기권을 사면 기존 정기권 내용이 그대로 지워지니 주의하세요.
정기권 유효 기간 내에 이용 구간을 다른 구간으로 바꾸는 작업은 정기권 갱신이 아닌 환불로 취급합니다.
교통카드에 정기권 글자를 인쇄할 때에는
교통카드 위에 뿌려진 로이코 염료에 열을 가해서 인쇄하는데
카드에 열을 반복해서 가하다 보면 글자가 흐려지거나 카드가 손상되곤 합니다.
이럴 때에는 정기권 센터에서 새 카드로 바꿀 수 있습니다.
정기권을 분실했을 때 신고를 하거나 환불을 하고 싶을 때에는 역에 있는 역무실이나 정기권 센터를 방문하면 됩니다.
정기권을 잃어버렸으면 분실 신고 서류에 정기권을 만들 때 입력한 인적사항을 그대로 적은 뒤
정기권 재발행 수수료(JR 동일본 기준 510엔)와 교통카드 보증금(500엔)을 내면 정기권을 다시 만들어줍니다.
인적사항이 정확해야 정기권을 다시 만들어주니 정기권을 만들 때 인적사항을 정확하게 입력하세요.
유효기간이 1개월 이상 남은 정기권은 신분증을 가지고 역무실을 찾아가면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회사마다 환불액 계산 방법이 조금씩 다른데 JR 동일본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정기권 구입 금액에서 이미 사용한 월수만큼의 정기권 금액과 수수료 220엔을 차감하고 남은 금액을 줍니다.
이와는 별개로 정기권 개시일로부터 7일까지는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환불해줍니다.
정기권 환불은 정기권을 만든 철도회사 역이라면 어디서나 할 수 있지만
신용카드로 정기권을 산 경우는 좀 골치아파지는데요.
정기권을 산 역까지 찾아가서 정기권과 신분증, 그리고 정기권을 사는데 쓴 카드도 내야 합니다.
정기권 환불과 교통카드 환불은 별개니
교통카드도 환불해달라고 하면 교통카드 잔액에서 수수료 220엔을 뺀 돈과 보증금 500엔을 돌려줍니다.
교통카드 잔액이 220엔 미만이면 그 돈을 수수료로 내고 보증금을 돌려주니
카드 잔액을 0으로 맞추면 수수료를 한푼도 내지 않고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정기권 기간이 끝난 뒤 정기권 갱신을 하지 않고, 교통카드 환불도 하지 않으면
교통카드에 정기권 내역이 인쇄된 채로 교통카드 기능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독특한 기념품이 하나 생기는 셈이죠.
다만 이런 카드는 기명식 교통카드와 동일하게 취급해서
여행 가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빌려주면 조금 골치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되도록이면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지 말고 본인만 사용하는 것을 권합니다.
일본 여행이야 일본 곳곳을 다니겠지만 단기간 거주 여행으로 가는 곳은 대부분 도쿄일테니
도쿄에서 만들 수 있는 특이한 정기권 몇 가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일반적인 정기권보다 요금이 비싸지만 여행객 입장에서는 이런 정기권을 사는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야마노테선내 균일 정기권(山手線内均一定期券)
야마노테선과 그 사이를 다니는 츄오선 신주쿠 - 아키하바라 구간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습니다.
1개월짜리 마그네틱 카드 정기권으로만 팔고 있습니다.
가격은 소비세 인상 전에는 14,220엔이었는데 인상 후에는 대략 14,490엔이네요.
정기권 생김새는 요렇게 생겼습니다.
도쿄 지하철 운행사 중 하나인 도쿄 메트로의 전 노선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긴자선, 마루노우치선, 히비야선, 토자이선, 치요다선, 유라쿠쵸선, 한조몬선, 난보쿠선, 후쿠토신선을 이용할 수 있죠.
종이 정기권과 교통카드 정기권 중 선택할 수 있고 요금은 1개월 기준 17,300엔입니다.
* 도영 지하철 전선 정기권(東京都営地下鉄 全線定期券)
도쿄 메트로와 함께 도쿄 지하철을 운행하는 도쿄도 교통국 전 노선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영 지하철은 아사쿠사선, 미타선, 신주쿠선, 오에도선 4개 뿐이라
전선 정기권이 그다지 메리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종이 정기권과 교통카드 정기권 중 선택할 수 있고 요금은 1개월 기준 15,490엔입니다.
* 도쿄도 23구 내 도영 버스 전선 정기권(東京23区内フリーカード)
도쿄도 교통국은 지하철뿐만 아니라 시내버스도 운행하는데요.
도쿄도 23구(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도쿄가 여깁니다.) 내 도영버스 전 노선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습니다.
종이 정기권과 교통카드 정기권 중 선택할 수 있고 요금은 1개월 기준 9,450엔입니다.
특이하게 10,000엔 딱 맞추려고 1개월+3일 정기권도 팔고 있네요.
케이오 전철은 타마 지역이라고 부르는 도쿄도 외곽 지역에서 도쿄 23구를 잇는 노선을 운행하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신주쿠역으로 가는 케이오선과 시부야역으로 가는 이노카시라선이 있는데
두 노선이 만나는 메이다이마에역 서쪽 역에서 신주쿠역이나 시부야역으로 가는 정기권을 사면서 1,020엔을 더하면
신주쿠와 시부야 어디로도(돗치모) 갈 수 있는 정기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Y자 형태 정기권이죠.
예전에는 깔끔하게 1,000엔만 더하면 됐는데 소비세가 인상되면서 숫자가 조금 지저분해졌습니다.
타마 지역까지 가서 살아볼 여행객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워킹 홀리데이로 일본을 찾는 사람이라면 한번 알아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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