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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통/교통 일반

승차권으로 보는 일본 철도에 대한 이해

 

한국 철도는 일본 철도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습니다.

 

일본 여행을 처음 가는 여행자라면 승차권을 받자마자 당황할만한 부분도 있죠.

 

승차권에서 나타나는 일본 철도의 특징에 대해 몇 가지 안내를 해보겠습니다.

 

전반적으로 JR에 대한 내용이 많지만 다른 사철에도 해당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1. 승차권과 특급권

 

 

 

 

위의 사진은 코레일 자동발매기에서 뽑는 흔한 기차표입니다.

 

한국에서는 승차 내용을 1장에 담아 주는게 당연한 상식처럼 돼 있고 외국에서도 기차표 1장만 주는 곳이 많죠.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기에

 

"기차표를 샀는데 두 장을 줬어요. 어떤게 기차표인가요?"와 같은 질문글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동에 대한 대가인 운임특급열차 이용에 대한 대가인 요금을 구분해서 받는데

 

운임을 기록한 표가 승차권, 요금을 기록한 표가 특급권입니다.

 

운임과 요금을 나눠 받기에 이동할 때 돈을 얼마 내야 하는지 한번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지만

 

운임이 보통열차나 신칸센이나 동일하기에 열차를 갈아타도 운임이 더 나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량리역에서 서울역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는 KTX를 타고 이동하면

 

지하철 따로, KTX 따로 돈을 내지만,

 

신주쿠역에서 시나가와역까지 전철을 타고, 시나가와역에서 신오사카역까지 신칸센을 타고 이동하면

 

환승을 하더라도 한번에 운임을 내니 기본운임을 중복으로 내지 않습니다.

 

 

왼쪽은 난카이 전철 공항특급 라피트, 오른쪽은 케이세이 전철 스카이라이너 티켓입니다.

 

 

JR 이외에도 유료 특급열차를 굴리는 회사라면 위와 같이 승차권과 특급권을 구분해서 승객에게 줍니다.

 

오른쪽 스카이라이너 티켓은 종이 자체는 1장이지만

 

승차권과 특급권(라이너권)을 구분해서 운임(1,240엔)과 요금(1,230엔-할인액 470엔)도 따로 표기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운임과 요금을 구분해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열차가 지연됐을 때의 환불 절차인데

 

JR 기준으로 특급열차가 2시간 이상 지연되면 특급열차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으니 요금은 환불해주지만

 

어쨌거나 승객이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이동에 대한 대가인 운임은 환불해주지 않습니다.

 

 

 

 

개찰구를 통과할 때는 승차권과 특급권을 둘 다 집어넣어도 되고 승차권만 집어넣어도 됩니다.

 

보통열차를 타는 곳과 특급열차를 타는 곳이 같기 때문이죠.

 

신칸센은 보통열차와 타는 곳을 구분해놨기 때문에 신칸센용 개찰구가 따로 있고

 

신칸센용 개찰구를 통과할 때에는 반드시 승차권과 신칸센 특급권을 동시에 개찰구에 집어놓고 통과해야 합니다.

 

승차권 용지 1장에 승차권과 특급권 정보를 모두 담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그 승차권만 집어넣어도 됩니다.

 

특급권은 이동에 대한 대가가 들어있지 않으니 특급권만으로는 개찰구를 통과하지 못합니다.

 

 

2. 승차권 유효기간과 도중하차

 

 

 

 

JR 단거리 승차권(주황색) 발매기에서 승차권을 뽑으면

 

발매당일에 한해 유효(発売当日限り有効),

 

하차전도무효(下車前途無効, 중간에 내리면 남은 구간 무효 처리)라는 글귀가 써져 있습니다.

 

 

 

 

 

 

하지만 매표소나 장거리 승차권 발매기에서 초록색 승차권을 뽑으면

 

조금 다른 문구를 보게 될 수도 있는데

 

위의 승차권을 보면 유효기간이나 하차전도무효 규정이 조금 다르게 적혀있습니다.

 

먼 옛날 기차를 타고 당일 이동이 불가능한 시절부터 내려온 규정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것 같은데

 

옛날에는 당일 이동이 불가능했으니 승차권 유효기간이 하루가 아니라 이틀 이상이었고

 

하루 종일 열차 내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 기차역 밖으로 나갔다 돌아올 수 있게 규정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규정은 일본국유철도가 JR로 민영화된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영업거리 100km 이상인 승차권을 샀으면 개찰구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는 도중하차가 가능하고

 

영업거리가 200km 이상이면 승차권 유효기간이 이틀, 이후 200km마다 하루가 늘어납니다.

 

도중하차 시 이동방향 반대로 가지 못한다는 점만 주의하면

 

장거리 이동 승차권은 교통패스 못지 않게 좋은 여행 수단이 될 수 있는데요.

 

이동 중간에 숙박할 수도 있고,

 

승차권과 특급권 분리 발권이 되니 신칸센이나 다른 특급열차를 조합해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단, 기획승차권, 유익한 티켓(おトクなきっぷ)라고 해서 보통 승차권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승차권은

 

유효기간이나 도중하차 규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위에 JR九州ネット予約라고 적힌 승차권은 나가사키에서 하카타까지 가는 특급열차 할인권이라서

 

도중하차가 되는 장거리 승차권과는 달리 하차전도무효(下車前途無効) 규정이 붙어있습니다.

 

또 도중하차 규정은 승차권에만 적용되는 규정이고 특급권에는 해당사항이 없어

 

도쿄에서 신오사카로 가는 신칸센 표를 사고 나고야역에 내리면 신칸센 특급권이 날아갑니다.

 

 

 

 

도중하차 규정은 장거리 이동을 전제로 하니 JR을 제외하면 이걸 허용하는 사철이 많지 않은데

 

케이큐 전철 미사키 마구로 킷푸나 오다큐 전철 에노시마·카마쿠라 프리패스처럼

 

기획승차권(교통패스)에 한해 도중하차를 허용하는 곳도 있고,

 

니시테츠는 17km를 넘게 이동할 때 중간에 내릴 수 있으니

 

야나가와로 가기 전 다자이후에 들러 잠시 관광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3. 특정도구시내 구간

 

 

 

 

도쿄나 오사카와 같은 대도시로 가는 승차권을 사면

 

위의 사진처럼 목적지가 특정 역명이 아닌 ㅇㅇ市内 또는 東京都区内로 나올 때가 있습니다.

 

특정도구시내라는 규정이 적용된 것인데,

 

JR에서 지정한 특정 지역의 중심역에서 이동거리가 201km 이상인 승차권을 사면

 

어디서 출도착하던지 그 지역 중심역에서 출발한 것으로 간주하고 요금을 내는 것이죠.

 

예를 들어 오사카에서 도쿄로 가는 승차권을 사면

 

이동거리가 201km가 넘어 오사카시내 특례와 도쿄도구내 특례가 모두 적용돼서

 

텐노지역에서 출발해 우에노역에서 내린다 하더라도 요금은 무조건 오사카역 - 도쿄역 기준으로 내게 됩니다.

 

신오사카역 - 시나가와역 이동처럼 특정도구시내 규정때문에 오히려 요금을 더 내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른쪽 위 큰 지도 보기 버튼을 누르면 역명이나 노선명(한국어, 일본어)으로 검색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도구시내로 지정된 곳은 총 11곳으로

 

삿포로, 센다이, 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교토, 오사카, 코베, 히로시마, 키타큐슈(코쿠라), 후쿠오카(하타카)입니다.

 

오사카 시내 구간과 코베 시내 구간에는 특이한 환승 특례가 있는데요.

 

오사카역과 키타신치역 사이에 도보로 이동해도 환승이 인정돼 오사카 시내 구간 다른 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신코베역은 신칸센만 서고 다른 JR 노선과 환승이 되지 않아

 

지하철이나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을 타고 산노미야, 모토마치, 코베, 신나가타역으로 이동한 뒤

 

코베 시내 구간 다른 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도쿄도구내 역인 도쿄역. 역명판 오른쪽 위에 山, 区 표시가 있습니다.

 

오사카시내 역인 신오사카역. 역명판 오른쪽 위에 阪 표시가 있습니다.

 

 

특정도구시내 범위에 들어가는 역이면 도쿄면 区, 오사카면 阪 등

 

역명판 한쪽 구석에 지역을 나타내는 한자가 써진 사각형이 그려져 있습니다.

 

 

특정도구시내와 별도로 '도쿄 야마노테선내(山)'라는 특례도 있는데

 

도쿄도구내 중심역인 도쿄역에서 이동거리가 100km~200km 이내일 경우 받을 수 있는 특례입니다.

 

이 특례를 적용받으면 야마노테선 내 모든 역과

 

야마노테선 사이를 달리는 츄오-소부선(신주쿠 - 아키하바라) 구간에서 타고 내려도

 

도쿄역에서 출도착할 때의 요금을 냅니다.

 

 

특정도구시내나 도쿄야마노테선내 특례 구간 안에서는 2번에서 언급한 도중하차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개찰구 밖으로 나가면 승차권이 무효 처리되니 주의하세요.

 

예를 들어 도쿄에서 오사카로 간다면 도쿄도구내 구간이나 오사카시내 구간에서는 도중하차를 못합니다.

 

대신 이동하면서 거치게 되는 요코하마, 나고야, 교토 시내 구간은

 

승차권에 적힌 출도착 지역이 아니니 도중하차가 가능합니다.

 

 

4.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로 산 승차권에 대한 환불 제약

 

 

 

 

JR 매표소에서 신용카드로 승차권이나 특급권 등을 구매하면

 

왼쪽 위에 C制라는 글자가 찍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신용카드로 결제한 표에 대해서 환불을 제한한다는 뜻인데요.

 

현금으로 산 표는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느 역에서든 환불할 수 있지만

 

신용카드로 산 표는 구매한 역 매표소를 찾아가 구매한 신용카드를 제시해야 돈을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도쿄역에서 센다이역으로 가는 신칸센을 현금으로 샀다면

 

JR 동일본에서 운영하는 어느 역에서든 환불받을 수 있지만

 

승차권을 신용카드로 샀다면 오직 도쿄역에 신용카드를 들고 가야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기차표를 카드로 샀으면 환불할 때 결제했던 신용카드를 같이 내야하긴 하지만

 

코레일은 현금이나 신용카드나 별다른 차별 없이 어느 역에서든 환불을 받아준다는 점에서 다르죠.

 

 

 

 

한편 단거리 승차권 발매기에서는 교통카드로 승차권을 살 수 있는데요.

 

이 경우 승차권에 IC라는 글자가 찍혀서 승차권이 나옵니다.

 

이런 승차권 역시 환불에 제약이 있는데요.

 

버튼을 잘못 눌러서 승차권을 잘못 산 경우에 대응하기 위해

 

승차권 발매기에는 사고 실수·환불(買い間違え・払い戻し)이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이 메뉴를 누르고 잘못 구매한 승차권을 승차권이 나온 구멍에 다시 집어넣으면 승차권이 환불됩니다.

 

그런데 교통카드로 구매한 승차권은 수수료 문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방법으로는 환불이 안 됩니다.

 

그러니 번거롭더라도 역무원을 찾아 환불을 부탁해야 합니다.

 

교통카드로 산 승차권이라고 해서 승차권 요금을 교통카드 잔액으로 환불해주지는 않고 현금으로 줍니다.

 

 

위의 신용카드나 교통카드 이야기는 JR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특급열차를 운행하는 몇몇 사철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받아주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 회사들은 신용카드 결제 자체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또 몇몇 회사에서는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로 산 승차권은 환불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JR 외의 다른 회사에 일반화하기는 어렵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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