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바다 케이블카 건너편 기념공원 정류장에서 20번 버스를 타고
삼천포터미널에 도착해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제가 타려는 버스가 오지를 않아서
하는 수 없이 치트키를 쓰기로 합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한국항공우주박물관.
이곳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으로
KAI가 항공 관련 방위산업체인 만큼 본사 겸 공장 근처에 항공과 관련된 전시공간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입장료 3,000원을 내고 매표소를 지나면
박물관 건물로 들어가는 길에 수많은 비행기 실물이 전시돼 있는데요.
한국에서 쓴 비행기를 이것저것 보자면
1953년 사천비행장 내 공군기술학교에서 만든
한국 최초 개발 경비행기 부활호 레플리카,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 주석이 한반도로 귀국할 때,
이승만 대통령이 전쟁 때 대통령 전용기로 이용한 C-47 수송기를 설명하기 위해
대신 여기에 놓인 C-47과 동일한 모양의 EC-47Q 전자전기,
박정희 대통령이 전용기로 사용한 C-54 수송기,
한국 공군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이자
일부 도입분은 국내에서 조립을 해서 제공호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 F-5 전투기,
수송기로 도입했지만 숱한 추락사고 끝에 20년 만에 퇴역한 C-123 수송기 등이 놓여 있습니다.
뜬금없게도 나이키 방공미사일 옆에
아직도 한국 육군에서 운용하고 있고 폴란드 방산 수출로 앞으로도 더 쓰게 된
M48 패튼 전차(구체적으로는 M48A2C)가 있네요.
이외에도 더 많은 비행기들이 밖에 있는데 조금 이따가 보기로 하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어째 전시실 초입부터 무리수를 듬뿍 담은 국뽕 가득한 전시물들로 가득한데
아무래도 기업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니
자기네 기업 자랑이 안 들어갈 수 없겠죠.
그래도 아무것도 없던 불모지에서 초음속 전투기를 스스로 만드는 나라가 되었으니
그 과정에서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현장에서 굴렀을 분들에게는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KAI의 자기 자랑 끝에는 KAI에서 만든 여러 항공기들의 모형이 있는데
그중 가장 베스트셀러인 FA-50의 기반이 된 T-50은 확대를 해서 찍어보고
다음 전시실로 이동하죠.
비행기와 관련된 과학기술에 대해 다루는 전시 공간을 지나면
우주에 대해 다루는 전시실이 나옵니다.
사명에 '우주'가 괜히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듯이
KAI는 인공위성 개발 참여는 물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조립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한국의 우주개발과 관련된 전시물로
전남 고흥군 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에 대한 소개와
이래저래 미묘한 결과를 남긴 한국우주인배출사업에 대한 소개,
한국인을 우주에 보내기 위해 새로 만든 한식 우주 식량 등이 있습니다.
첨단기술을 다루는 KAI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전시실을 나오면
방산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자유수호관이 나옵니다.
6.25 전쟁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이 놓여있는 것을 보니
박물관 건물 밖에 탱크가 놓인 것이 이해가 될 것도 같네요.
정작 M48 패튼 전차는 6.25 전쟁 이후에 개발된 전차지만.
이런저런 전시물을 보고 나서
박물관 건물을 나와 떠나려는데
항공산업관이라는 별도의 건물에 전시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KAI에서 하는 사업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다루는 전시관 겸 홍보관인 것 같네요.
한국형 헬리콥터 사업의 결과물로 나온 KUH-1 수리온 제조,
제트 여객기 날개 등 부품 조립 및 납품,
교묘하게 자기네 제품을 올려치면서 소개하는 T-50 훈련기 제조,
김포공항 옆 국립항공박물관에서도 본 항공정비사업(MRO)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시실의 한가운데에는
박물관 방문 시점에서도 꽤나 수출 실적을 올렸고
글을 쓰는 2022년에는 폴란드에 대량 수주를 한 T-50/FA-50 모형이 있네요.
FA-50 조종석 모형도 그 옆에 놓여 있길래
잠시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건물 밖으로 나와 다시 비행기를 실컷 구경합니다.
미 공군이 기증한 C-124 글로브마스터를 비롯해서
지금도 수많은 나라에서 운용하고 있는 F-16,
도쿄 대공습은 물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을 떨어뜨리고
6.25 전쟁에도 참전한 B-29 폭격기를 끝으로
항공우주박물관 관람을 마쳤습니다.
원래는 박물관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박물관 옆에 시에서 운영하는 사천첨단항공우주과학관이 있거든요.
모처럼 멀리 내려왔으니 여기도 들렀다 가보죠.
바로 옆 박물관처럼 여기도 항공우주와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 과학관이라서
박물관과 겹치는 내용도 있고
지금까지 다녀온 과학관에서 이미 봤던 내용도 있는데
다른 과학관에 비해 유난히 체험 코너가 많은 것 같네요.
비행기 좌석 대신 극장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난기류를 굳이 스스로 겪어보기도 하고
1:1 사이즈 T-50 모형에 다가가
안내문을 읽어본 뒤
조종석에 앉아
조종간 대신 조이스틱을 잡고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면서 계기판 구성요소를 알아보기도 합니다.
2021년 들어서 항공과 관련된 여러 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가장 먼저 김포공항 옆에 있는 국립항공박물관을 다녀왔고
제주도에 있는 제주항공우주박물관도 다녀왔으니
이제는 지겨울 만도 한데 봐도 봐도 신기하고 즐겁네요.
상설전시실 관람을 마치고
기획전시실로 들어가
사천에어쇼에 관한 이런저런 사진을 본 뒤
과학관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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