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야마 전철 고양이 역장을 만나고 나서 와카야마역을 뜨려고 보니
특급 쿠로시오가 몇 분 뒤 들어오길래
급하게 승차권 발매기로 달려가 지정석권을 뽑았습니다.
칸사이 와이드 패스로 특급열차 지정석을 6회 이용하게 된 건 좋은데
반대급부로 쿠로시오처럼 전 좌석 지정석이 된 특급열차도 있어 이래저래 고생하게 만드네요.
바로 전날 일본 최장거리 시내버스 야기신구선을 이용하고 나서 오사카로 복귀할 때 탄 열차도 쿠로시오인데
분명 같은 이름의 특급열차지만 들어온 열차는 좀 많이 다릅니다.
예전에는 오션 애로우라는 애칭이 붙어있던 열차인데
바다를 바로 옆에 두고 달리는 열차라는 특색을 살려 관광열차로 밀어주려고 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열차 양산에 실패해 이도저도 아닌 열차가 돼버렸다고 하네요.
와카야마역 바로 다음 정차역인 히네노역에 내려
반대편 선로를 달리는 열차를 잠시 구경하다
공항에서 온 관공쾌속과
제가 탄 쿠로시오보다 먼저 와카야마역을 출발했으나 추월당해 이제야 히네노역에 들어오는 키슈지쾌속이
Combining Train in Hineno Station
히네노역에서 합체하는 모습을 잠시 구경합니다.
하나로 합쳐진 열차는 별의별 역을 들러
사카이시역에 도착했는데요.
사카이시에 왔으니 알폰스 무하관에 가야겠죠.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12월에 여기를 방문했었는데
일정 시기마다 기획 전시가 달라지니
다시 한번 미술관을 보러 가보자 해서 입장료 510엔을 내고 와봤습니다.
무하와 동화 나라의 공주들(ミュシャとおとぎの国の姫君たち)이라는 이름의 이 기획전은
알폰스 무하가 그린 소설 속 삽화나 연극 포스터 등에 실린 이야기 속 공주에 초점을 맞춘 전시로
트리폴리의 공주 일시(Ilsée, Princesse de Tripoli),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비유(The Allegory of Bosnia and Herzegovina) 등의 작품을
지도를 따라 둘러보듯이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일본을 그렇게 자주 가면서도 일본어를 몰라
파파고의 힘을 빌려 전시를 관람하느라 글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알폰스 무하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즐거웠습니다.
기획전을 보고 나서 상설전을 다시 보러 왔는데
그새 사카이 알폰스 무하관의 정책이 크게 바뀐 건지
소장 작품 중 레플리카에 한해서 사진 촬영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레플리카인 만큼 전시물로써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고
한국에서 열린 알폰스 무하 전시에서 봤던 그림들도 여럿 보이지만
정말 보잘것없어 보이는 전시물조차도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다른 일본 내 박물관을 생각해 보면
게다가 레플리카라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뽐내는 알폰스 무하의 그림을 감안하면
열심히 사진을 찍어봐야겠죠.
사진 촬영을 마치고 천천히 그림을 관람하다 나와
이곳에서 열린 기획전 포스터를 둘러보고
미술관에서 나왔습니다.
지난번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 미술관 반대편에 그럴듯한 공원이 있어서
언젠가 이곳을 다시 오면 공원을 둘러보겠다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었는데요.
하필이면 시노노메공원(東雲公園) 곳곳을 차지하는 것이 장미 정원이라 11월의 공원은 볼품이 없지만
어쨌거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공원을 둘러보다
공원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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