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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상세)/2023.01.26 토호쿠

3. 눈 떠보니 설국

 

 

니가타로 가는 신칸센을 타고 가니

 

여러 에키벤 중 니가타에서 자란 쌀로 만들었다는 에비센료치라시(えび千両ちらし)를 사서 먹습니다.

 

니가타는 코시히카리로 유명한 곳이니 아마도 코시히카리로 지은 밥이겠죠.

 

 

 

새콤하게 식초로 버무린 초밥 위에 얇게 포 뜬 다시마를 올리고

 

그 위에 새우, 오징어, 장어, 코하다(어린전어)를 얹은 뒤

 

마지막으로 계란말이와 다진 새우살을 얹은 두툼한 도시락인데

 

생강과 함께 먹는 전어살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전반적으로 맛있는 도시락입니다.

 

 

 

도시락을 먹고 나서 잠시 좌석에서 잠을 자다 눈을 떠보니

 

갑자기 풍경이 하얗게 바뀌었습니다.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대표작 설국의 첫 문장은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인데

 

설국의 주인공이 국경을 건너 마주친 곳이 바로 니가타이고

 

카와바타 야스나리는 니가타에 있는 유자와 온천에 머무르면서 설국을 집필했는데

 

이런 일화에 걸맞은 풍경이 열차 밖에 보이네요.

 

 

 

 

에치고유자와역을 출발하니 선로 옆에 스프링클러가 정신없이 돌아가면서 물을 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니가타는 홋카이도보다도 눈이 많이 내리는 일본 최고의 다설지라서

 

선로가 눈으로 덮이는 것을 막으려고 지속적으로 온천수를 뿌리고 있습니다.

 

물을 잠깐 뿌리고 말면 금새 얼어버리겠지만 지속적으로 물을 뿌려 물이 얼 틈을 주지 않네요.

 

 

 

 

그나저나 에치고유자와역을 지날 때까지만 해도 눈이 쌓이기만 했지 눈이 내리지는 않아서

 

와 멋지다~ 하고 말았는데

 

터널을 지나 우라사역으로 향하니 바깥 풍경이 무섭게 바뀝니다.

 

 

 

 

눈이 미칠 듯이 내려서 이래가지곤 여행이 제대로 될까 의문이 드는데

 

 

 

 

일단은 니가타역에 도착했으니

 

 

 

 

처음 일정을 짤 때 타기로 한 열차에 타기로 합니다.

 

 

 

 

바로 앞에 내리는 폭설을 바라만 보는 이 열차는

 

 

 

 

신에츠 본선 나가오카로 가는 보통열차입니다.

 

 

 

 

분명 승객을 기다리는 열차지만 정작 문이 굳게 닫혀 있는데

 

 

 

 

니가타를 비롯해서 일본 지방 재래선을 달리는 열차는

 

냉난방 에너지 절감 등의 이유로 평소에는 문을 닫고 있고

 

열차를 타려는 승객이 직접 버튼을 눌러 문을 여는 식으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버튼을 다시 눌러야 문이 닫히니 열차에 탔으면 버튼을 누르는 게 매너겠죠,

 

 

 

 

장거리 이동을 하는 승객을 위해 요런 좌석이 설치돼 있지만

 

허리가 너무 불편하게 만들어진 의자라서 저는 이 자리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차라리 한국 전철과 똑같이 생긴 이 롱시트에 앉는 걸 선택할 정도로요.

 

 

 

 

열차가 출발해야 하는 시간은 10시 8분인데

 

아무리 기다려도 열차 앞 신호기는 빨간불에서 바뀌지 않습니다.

 

눈 때문에 앞선 열차가 줄줄이 지연되나 봅니다.

 

 

 

 

아직 여행 목적지로 가기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으니

 

차라리 다음 시간대에 출발하는 특급 열차를 타는게 낫겠다 싶어 급히 열차에서 내리고

 

 

 

 

니가타역 앞 반다이 광장으로 나오니 정말 설국이 따로 없습니다.

 

 

 

 

반다이 광장 계단과 맞닿아있는 버스 정류장이

 

한국에서 흔히 보는 버스 터미널과 모습이 비슷해

 

잠시 눈을 피할 겸 구경해보니

 

 

 

 

일본 지방 시내버스는 보통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려서

 

한국과는 반대로 버스가 후진해서 승강장에 진입하네요.

 

참 비슷하면서도 다른 나라입니다.

 

 

 

 

버스 정류장을 떠나 길 건너편에 있는 도토루에 들러

 

이 날씨에도 죽어도 포기 못하는 아이스커피를 주문하고

 

 

 

 

추위에 벌벌 떨며 니가타역으로 돌아가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립니다.

 

 

 

 

대합실 한가운데에는 지도가 그려진 나무 의자가 있는데

 

 

 

 

처음 봤을 때에는 기다란 섬 모양처럼 생긴 이 지도가 사할린 지도인 줄 알고

 

이 동네에 카라후토를 일본 땅으로 생각하는 지독한 우익이 살고 있나 했는데

 

 

 

 

다시 보니 그냥 니가타현만 그린 지도였네요.

 

괜히 머쓱해졌습니다.

 

 

 

 

아무튼 아까 타지 않고 내린 열차를 대신해서

 

이번에는 10시 56분에 니가타역을 출발해 사카타역으로 가는 특급 이나호에 탑니다.

 

 

 

 

특급 열차는 보통열차보다 우선해서 선로를 달리니 지연도 덜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열차에 탔는데

 

신칸센 도착 지연으로 정작 이 특급열차가 15분 지연돼서 출발하는 낭패를 보고

 

 

 

 

눈으로 뒤덮인 도시를 보며

 

 

 

 

목적지인 시바타역에 도착했습니다.

 

 

 

 

시바타역에서 조금 걸으면 관광센터(まちの駅)가 나오는데

 

여기가 이날의 목적지입니다.

 

 

 

 

2022년 4월 4일부터 시바타라는 도시를 돌아다니는 마을버스(커뮤니티버스) 전용 교통카드가 출시됐는데

 

시바타시가 워낙 인지도가 낮은 도시다 보니

 

이런 카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 얼마 전 알게 됐거든요.

 

근처에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야후오쿠나 메루카리에서 구매대행을 할 가능성도 없으니

 

하는 수 없이 직접 와서 카드를 사기로 했습니다.

 

 

 

 

회원가입을 하고 카드에 잔액을 충전하는 과정을 거쳐 보니

 

그 방법이 다른 동네와는 상당히 이질적인데요.

 

카드에는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고

 

아이패드에 카드 번호를 입력한 뒤 충전할 금액을 눌러 카드 잔액을 충전합니다.

 

교통카드 외에 스마트폰 앱을 통한 승차 서비스도 지원하다 보니

 

교통카드 자체에는 카드번호 정보만 담겨 있고 모든 정보는 별도의 시스템에 보관되는 구조 같네요.

 

 

 

 

우여곡절 끝에 시바타 버스 도코 페이(しばたバスどこPay)를 손에 넣었으니

 

 

다른 교통카드와는 작동 방식이 달라서 그런지 카드 뒷면에는 아무런 안내도 없습니다.

 

 

카드를 손에 넣은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시바타 여행을 해보기로 하고

 

 

 

 

행여나 열차를 놓칠까 봐 시바타역으로 뛰어갑니다.

 

 

 

 

다행히(?) 열차가 또 지연돼서 아직 시바타역에 오지 않았는데

 

 

 

 

지연 상황이 얼마나 심한지 10시 47분에 시바타역에 도착했어야 할 특급열차가

 

아직도 시바타역에 오지 못했고 심지어 11시 55분에 도착하는 보통열차보다도 뒤에 있습니다.

 

 

 

 

이러면 보통 뒤의 특급열차가 앞선 보통열차를 추월해 가니 특급열차를 타는 것이 맞겠지만

 

같은 열차를 2번 타기는 재미없기도 하고 일단 여기서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보통열차를 타고 느긋하게 달려

 

 

 

 

니가타역으로 돌아왔습니다.

 

 

 

 

기상 상황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인지 운행 자체가 취소된 열차가 보이는 가운데

 

 

 

 

JR 동일본의 밥줄인 도쿄행 신칸센만은 운휴 없이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네요.

 

 

 

 

신칸센 승강장으로 올라가는 도중

 

 

 

 

예전에 니가타역에서 탔던 관광열차 겐비신칸센을 폐차하면서 일부 부품을 떼어내 전시하는 공간이 있길래

 

 

 

 

괜히 반가워서 사진을 찍어보고

 

 

 

 

도쿄행 신칸센 토키에 타

 

 

 

 

정신없던 설국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도쿄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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