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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여행/짧은 나들이

해가 진 뒤의 김포 애기봉 (2024.01.27)

 

 

강화도로 가는 길목에 있는 주차장 넓은 카페.

 

 

 

 

가구 공방을 겸해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인데

 

 

 

 

널찍한 공간에 분위기도 괜찮아 보여

 

 

 

 

4,5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집에서 들고 온 책을 꺼내 읽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진득하게 앉아 읽은 책은 '주소 이야기'.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쓰는 주소라는 체계에 대해 다루는 꽤 두꺼운 책인데

 

주소를 가질 수조차 없어 생존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롯해서

 

누군가에게는 경제적인 가치를 높이기 위해, 또는 정치적인 이유로 지키거나 바꿔야 할 대상인 주소,

 

누군가에게는 정부의 합리적인 행정권 행사를 위해 만들어야 할 대상이면서

 

누군가에게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없애야 할 대상인 주소 등 다양한 담론을 다루네요.

 

주소라는 것이 상당히 다양한 함의를 담고 있는 제도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한국의 경우 번지 주소 체계를 쓰다 도로명 주소를 함께 쓰게 된 특이한 국가라서

 

한국의 주소 변경과 이로 인한 혼란에 대해서 외국인의 시각으로 다루는 것도 흥미로웠네요.

 

 

 

 

낯선 곳에 와서 책을 읽는다는 경험이 좋긴 한데

 

 

 

 

굳이 책 하나 읽자고 차를 몰고 김포까지 온 것은 아닌데요.

 

 

 

 

이날의 진짜 목적지는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민통선 안에 있는 곳이라서 평상시에는 17시 30분까지만 개방하는데

 

2024년에는 1월 27일과 2월 24일 2차례 씩 20시까지 해넘이 야간개장을 진행한다고 해서

 

일부러 날짜를 맞춰 예약을 했습니다.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니 신분증 지참은 필수.

 

 

 

 

입장료는 성인 기준 3,000원이고

 

김포시민이나 휴전선 접경지역 주민이라면 50% 할인을 받는데

 

 

 

 

여기에 더해 경기서부권문화관광협의회라고 해서

 

부천, 화성, 안산, 평택, 시흥, 광명시민도 50% 할인을 받을 수 있네요.

 

덕분에 몰랐던 할인을 받아 1,500원을 환급받았습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자동차를 몰고 검문소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안쪽에 주차장이 부족해서 그런 건지 가로등이 없어 위험해서 그런 건지

 

야간개장 이용객은 셔틀버스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네요.

 

 

 

 

군사 지역이라 시키는 말은 잘 따라야 하니

 

줄을 서서 셔틀버스에 타고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야간개장을 맞아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제 취향은 아닌 듯 하니 바로 평화생태전시관 안으로 들어가

 

 

 

 

전시를 관람하도록 하죠.

 

 

 

 

전시실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커다란 유리창으로 강이 보이는데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흐르는 이 강을 조강이라고 부릅니다.

 

 

 

 

조강의 조는 조부, 조모, 조상에 쓰는 조상 조(祖)인데

 

전시실에 붙은 안내문에는 원조의 강, 으뜸 강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한강을 흐르던 젊은 물이 이곳에 이르러서는 나이를 먹어 늙었으니

 

조강이라고 불렀다는 해석도 있네요.

 

 

 

 

오랜 시간 동안 한양으로 들어가는 수로의 역할을 하던 조강은

 

6.25 전쟁으로 더 이상 배가 뜨지 못하는 강이 돼버렸는데

 

 

 

 

휴전협정을 맺을 때 조강 유역은 휴전선이 설정되지 않은 '한강하구 중립 수역'이 돼서

 

원칙적으로는 항행의 자유가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민통선 안쪽에 있어 군의 허가 없이는 배를 띄울 수 없는 곳이 돼버렸습니다.

 

 

 

 

그 덕에 DMZ처럼 조강 역시 생태의 보고가 되었으니

 

 

 

 

자연 보존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사람의 시선으로 봤을 때 비극이 7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기만 하죠.

 

 

 

 

갈수록 악화되기만 하는 남북관계에 씁쓸해하며

 

 

 

 

밖으로 나와

 

 

 

 

흔들다리 너머에 있는 조강전망대로 가려는데

 

 

 

 

흔들다리는 전혀 무섭지 않은데

 

흔들다리와 연결되는 비탈길을 보니 정신이 아찔해지네요.

 

 

 

 

흐린 하늘 아래 조강을 보면서 다리를 건너

 

 

 

 

경사로를 올라가니

 

 

 

 

슬슬 해가 저물어갑니다.

 

 

 

 

조강전망대 건물 안에도 이런저런 시설이 있긴 한데

 

 

 

 

안쪽으로 들어가도 그다지 볼만할 것은 없는 것 같으니

 

 

 

 

바로 밖으로 나와

 

 

 

 

애기봉비와 망배단,

 

 

 

 

그리고 평화의 종을 본 뒤

 

 

 

 

전망대 위로 올라갑니다.

 

 

 

 

날씨는 흐리지만 일단 남한 땅과 북한 땅 모두 잘 보이는데

 

 

 

 

파주시에 있는 통일전망대는 잠시 관심에서 치워두고

 

 

 

 

조강 너머 북한 땅을 바라보니 하얀 건물 몇 채가 보입니다.

 

 

 

 

북한에서 지은 선전마을이라는데

 

선전이 되는지는 둘째치고 사람이 실제로 사는 마을인지도 모르겠네요.

 

 

 

 

조강에 집중해 보면

 

 

 

 

물 위로 얼음이 둥둥 떠다니며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날 날씨가 참 쌀쌀했네요.

 

 

 

 

날씨가 추우니 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해가 지는 모습을 놓칠 수는 없으니

 

 

 

 

일몰 시간을 찾아보고 그 시간까지 버티려고 했는데

 

 

 

 

하늘이 구름으로 가득해 제대로 된 노을을 볼 수가 없네요.

 

 

 

 

해가 산 너머로 넘어가면서도 하늘이 붉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석양이 지는 모습은 포기하고

 

 

 

 

전망대에서 내려와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전시관으로 돌아갑니다.

 

 

 

 

이미 지난 크리스마스 기념 장식과

 

 

 

 

빛을 내지만 아직 덜 반짝이는 장식을 지나 흔들다리를 건너

 

 

 

 

전시관 지역으로 돌아온 뒤

 

 

 

 

미처 못 본 전시물이 있나 하고 주위를 돌아보는데

 

 

 

 

전시물은 안 보이고 푸드트럭만 보이네요.

 

 

 

 

어묵도 타코야키도 평소에는 굳이 사서 먹지 않는 간식인데

 

이 날따라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참 먹고 싶어 져서 카드를 꺼냈습니다.

 

타코야키는 이미 다 식은 것을 다시 줘서 별로였는데

 

어묵은 추운 날씨에 마시는 국물이 참 기가 막히네요.

 

 

 

 

그렇게 시간을 때우니 슬슬 하늘이 어두워지고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해가 떠있을 때까지만 해도 무언가가 보이긴 했던 북한 땅은

 

 

 

 

밤이 되니 정말 희미한 빛만 보이네요.

 

 

 

 

야간 촬영 모드를 켜서 최대한 빛에 노출을 시켜도

 

 

 

 

불이 들어오는 곳을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라

 

 

 

 

남쪽과 비교하면 참...

 

 

 

 

아까 걸었던 경사로를 다시 걸으면서

 

 

 

 

사진을 조금 더 찍어보고

 

 

 

 

흔들다리를 건너니

 

 

 

 

슬슬 애기봉을 떠날 시간이라

 

 

 

 

버스를 타고 주차장으로 이동,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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