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노카미온센역에 도착하고 나서 버스를 탈 때까지 잠깐 시간이 남아

쓸데없이 여유를 부리다

역 밖으로 나가

오우치쥬쿠로 가는 버스 '사루유호'에 탑니다.

버스를 운행하는 런던택시 공식 홈페이지에는 운행 전날까지 예약한 사람을 우선 태운다고 되어 있어
혹시 모르니 전화를 걸어 예약했는데

승객 수를 보니 주말이 아닌 이상 굳이 예약은 안 해도 될 것 같네요.

버스 기사님에게 예약할 때 말한 이름을 부르면서 오우치쥬쿠 공통 할인 승차권을 제시하고
버스표와 함께 관광안내도를 받은 뒤

앞자리에 앉아갑니다.

13시 35분에 역을 출발하니

바로 이정표에 오우치쥬쿠(大內宿)이 보이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좀 되네요.

시각표를 다시 보니 오우치쥬쿠까지 20분이 걸린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도 거의 20분쯤 지난 뒤에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니

큰길 좌우로

초가집들이 쭉 늘어서있네요.

마을 이름에 잘 숙(宿)이 들어간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숙박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마을입니다.
토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 정권을 차지한 뒤인 에도 시대에
에도를 중심으로 해서 지방으로 뻗어나가는 고카이도(五街道)라는 5개 도로와
고카이도에서 가지 쳐서 지방을 잇는 작은 가도를 만들었는데
그중 닛코가도에서 갈라져서 아이즈 지방으로 이어지는 아이즈니시카이도(会津西街道),
속칭 시모츠케카이도(下野街道)에 있던 역참 중 하나가 오우치쥬쿠입니다.

일본이 서구 열강에 문을 연 메이지 시대 들어서 신식 도로도 짓고 철도도 지으면서
아이즈니시카이도는 완전히 쇠퇴해 버렸고 오우치쥬쿠 역시 발전을 멈췄지만
오히려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덕에 중요 전통 건축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됐고
아이즈 지방의 주요 관광지 역할을 하게 됐네요.

마을에 대한 간단한 약력은 이 정도로 정리하고

오우치쥬쿠를 대표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마을 뒤편에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

버스에서 받은 지도에 전망대(見晴台)라고 적힌 곳에서
마을 중심지 양옆으로 펼쳐진 초가집을 찍어봅니다.

모처럼 세로로도 한 장.

사진만 보면 되게 시원해 보이는데

여기를 방문한 시기는 2024년 7월.

정말 뒤지게 더워서
이마에서 땀이 샤워기에서 물이 흐르듯이 쏟아집니다.

가방에는 언제나 물이나 음료수를 챙기고 있는 데다

여기는 시골 관광지라서 물가가 다른 데보다 높으니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했는데

괜히 가게를 보니 더 끌리네요.

거리에 널린 가게들을 보다 참지 못해

음료수보다는 소바를 사서 배도 채우고 더위도 피하자는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근처에 있던 소바집으로 들어가

네기소바 세트를 주문한 뒤

부채를 받아 더위를 식히며 소바가 나오기를 기다려봅니다.

조금 기다리니 네기소바 세트가 나왔는데...
뭐가 이상한 게 있네요?
젓가락은 안 보이고.

내가 뭘 잘못 본 건가 하며 다른 손님들을 봐도

부채에 들어간 사진을 봐도
파로 소바를 먹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네기소바라길래 당연히 파가 많이 들어간 소바를 생각했는데 세상에...

소바는 죽어라 휘휘 저으면서 파로 면을 건져먹었는데
약밥은 도저히 무리라서 젓가락을 달라고 해서 먹고

가게에서 나와

어디를 가볼까 하다

근처에 있다는 타카쿠라 신사를 가보기로 합니다.

아까 전에 우체부가 서있던 토리이 아래로 난 길을 걸어 또 다른 토리이가 난 길로 가니

아무도 없어 고요한 신사가 나오네요.

지난 여행 동안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신사와 절만 가서 그런지

오랜만에 이런 신사에 와보니 기분은 좋은데

너무 더워서 더는 못 견디겠네요.

마을로 돌아가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라무네를 사서

시원하게 한 병 들이마시고

마을 밖으로 나가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간 뒤

다시 유노카미온센역으로 이동합니다.
'일본여행(상세) > 2024.07.17 닛코, 아이즈, 군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 조금 미묘한 자오 여우마을 (2) | 2025.04.23 |
---|---|
24. 운전 미아와세 (0) | 2025.04.23 |
23. 코리야마 스페이스 파크 대신 전망대 (0) | 2025.04.22 |
22. 아이즈와카마츠시 구경은 못 하고... (0) | 2025.04.21 |
20. 3개 회사 노선을 가로질러 아이즈로 (0) | 2025.04.20 |
19. 버블 버블 (0) | 2025.04.19 |
18. 흐린 아침 키누가와온천 로프웨이 (0) | 2025.04.19 |
17. 키누가와 온천으로 (0) | 2025.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