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운 날씨와 비를 이겨내고 벚꽃이 멋지게 피던 봄날.

새벽 일찍 일어나 김포공항에 왔습니다.

이날 여행의 목적은 오로지 비행기 탑승인데요.
하이에어의 경영난으로 한국 항공 시장에서 사라졌던
소형항공운송사업자 자리를 다시 차지한 섬에어 비행기를 타러 왔습니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섬에어도 온라인 체크인을 당연히 지원하지만

하필이면 사전좌석지정으로 비상구석을 잡는 바람에
무조건 창구로 와서 체크인을 해야 한다고 해서
평소보다 서둘러 공항에 왔습니다.

하이에어가 쓰던 86번 카운터를 사실상 물려받은 87~88번 카운터에 들러 보딩패스를 받고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한 뒤

하이에어도 썼던 13번 리모트 게이트로 이동했는데

이상할 정도로 진주를 강조하던 하이에어와는 다르게
섬에어는 사천이라는 공항 이름을 그대로 쓰네요.

버스 1대로 모든 승객을 태울 수 있으니

모든 승객이 다 타기를 기다리다

게이트를 출발해

국제선 청사 방향으로 차를 몰아

언제쯤 회사 경영이 정상화될지 모를

하이에어 1호기, 4호기 옆에 주기한

섬에어의 유일한 비행기 HL5264 앞에 내립니다.

여전히 국내에서는 프로펠러기가 생소한 비행기니

사진을 찍으면서 비행기에 올라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네요.

지상직 직원들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으니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사진 촬영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 같습니다.

비행기에 올라탄 뒤 맨 앞으로 쭉 걸어가

비상구 좌석에 앉고

승무원에게 짧은 교육을 받은 뒤

세이프티 카드로 기종 인증을 해봅니다.

아침부터 조금씩 내리던 빗방울이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기내 안전 데모를 마친 ATR-72는

주기장을 벗어나

활주로를 달려

김포공항을 이륙해 사천공항으로 갑니다.

비행기 안에서 창밖으로 포이는 경치를 기대했는데

비가 전국적으로 내리는 바람에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되어

참 아쉽네요.

1시간여를 날던 비행기는

착륙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고

비상구 창을 제외한 모든 창문을 닫고

사천공항에 착륙합니다.

공군 제3훈련비행단과 활주로를 같이 쓰기에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서는 사진을 찍지 못하니
찍을 수 있는 환영인사말 정도만 사진으로 남기고

공항을 나서니 빗방울이 더욱 거세졌네요.

날씨가 개판이지만 서울로 돌아갈 비행기는 한밤중에 출발하기에

일단 진주로 이동해서 비를 피해보도록 합니다.

사실 비행기를 타는 것 자체가 목적인 여정이기에 뭘 할지 아무것도 안 정해서

일단 진주로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왔거든요.

2026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오래되고 정겨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으로 유명한 진주터미널 대합실 의자에 앉아

잠시 뭘 할지 고민해 보다

일단 배부터 채우기로 합니다.

진주에 왔으니 진주냉면을 먹어보자 해서

냉면 하나로 건물을 지은 하연옥으로.

진주냉면 위에 고명으로 육전이 올라가는 만큼
육전도 따로 주문하고 싶었지만 가격이 꽤나 부담되는데
1인 손님은 육전 반접시 주문이 되네요.

밑반찬으로 나오는 선짓국에 감동하면서

해물 육수 베이스라 색다른 진주냉면에

푸짐한 육전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밖으로 나오니

구름은 잔뜩 꼈지만 일단 비는 그쳤고

거리에 벚꽃이 가득합니다.

그렇다면 그곳으로 가야겠죠.

진주 진양호.

전망대에서 보이는 벚꽃은 별로 많지 않아 보이지만

자리를 잘 잡으면 벚꽃 구경하기엔 충분할 것 같고

저 멀리 보이는 구름 사이 푸른 하늘을 보니

좀 더 기다리면 좋은 벚꽃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늘이 개기를 기다리는 동안

뭘 하면 좋을지 이것저것 찾아보니

진양호에 모노레일이 있네요.

딱 봐도 답이 안 나오는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는데

하루 종일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서

1시 30분이 되기를 기다리다

모노레일에 올라타

타봤다는 기록을 사진으로 남기고

진양호에 온 본래의 목적을 떠올려

멋지게 핀 벚꽃을 찾아

인도 위 벚꽃을 열심히 서성여봅니다.

사진 결과물을 보니

진양호에 오길 잘했네요.

이 정도면 벚꽃놀이 충분히 즐긴 것 같으니

진양호 공원을 떠나

내리막길을 걸어

교통공원으로 이동해 봤는데

어째 하늘이 또...

사진 촬영을 짧게 마치고

경상대 근처에 있는 권대지국밥이라는 식당에 왔습니다.

왜 지도에 저장해 뒀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돼지국밥집이니 기본은 하겠지 하는 심정으로 국밥을 주문했는데

주문하고 1분도 안돼 커다란 쟁반이 나오네요.

같이 주문한 피순대와 같이

저녁을 맛있게 먹고

이제 공항으로 돌아갑니다.

진주에서 사천공항을 거쳐 삼천포로 가는 시외버스는 교통카드 결제가 되지만

오랜만에 승차권을 사서

버스에 올라탄 뒤

사천공항에 내렸는데요.

어느새 하늘에 붉은빛이 도는 것을 보니
여행이 끝이라는 게 실감이 납니다.

진주시 마스코트 하모 굿즈를 지나

이번에도 카운터로 가서 체크인.

어째 사천공항으로 와서 사천 여행은 단 하나도 안 했는데

일단 올해 10월 사천 에어쇼가 사천비행장에서 열릴 예정이니

10월을 기약해 보고

사천공항을 떠나

김포로 날아갑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환한 불빛을 보면서도

어디를 날고 있는지 감이 잘 안 오는데

착륙을 코앞에 두고서야

구로역이 눈에 들어오네요.

김포공항에 착륙한 비행기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하이에어 비행기 옆에 주기하고

비행기에 탈 때와 마찬가지로 내릴 때에도 버스로 이동해 터미널로 갑니다.

섬에어의 첫 탑승 경험은 새 회사의 새 비행기인 만큼 상당히 쾌적했는데요.
김포 - 사천만 운행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비행기라는 생각이 들 만큼 좋았습니다.
빨리 섬에어 기단이 안정화돼서 노선망도 늘어나고 국제선도 띄우고 했으면 좋겠는데
어째 타이밍이 참...

다음에 섬에어 비행기를 탈 때에는 다른 노선을 타기를 기원하며
김포공항을 떠나 집으로 돌아갑니다.

ps. 기왕이면 프로펠러기를 타는 동안 필름 사진으로 이것저것 찍어보자 해서
항공 사진 촬영용 필름인 에어로컬러로 비행기를 타는 동안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했습니다.
ISO 100 필름인 만큼 서울지방항공청과 부산지방항공청에 각각 수검사 요청 공문을 보내 허가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뜬금없이 섬에어로부터 보안검색 관련 전화도 받아보는 등 독특한 경험도 있었네요.
아마 섬에어 이용객 중 제가 처음으로 특별 보안검색을 요구한 승객일 테니
이런 전화가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유쾌한 경험인데
여행 당일 비가 오는 바람에 ISO 100이 맞지 않는 환경이 되어 만족할만한 사진이 나오지 않았고
여기에 더해 카메라가 필름 리와인드 기능이 고장 나는 바람에 중간에 필름이 타버렸습니다.
어째 여행 마무리가 좀...

나중에 섬에어 비행기를 탈 일이 또 생긴다면 그때 다시 도전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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