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행궁에서 내리려 했으나, 딴짓하다 버스 정류장을 놓쳐 다음 정류장인 팔달문에 내렸습니다.
남쪽에 있어 남문이라고도 불리는 성문이죠.
팔달문은 주변이 온갖 상가로 가득차 성곽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해 주변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팔달문에서 팔달산을 향해 조금 걸으니 서장대로 향하는 성곽이 보입니다.
성곽을 따라 서장대로 올라가는 길은 산을 타고 올라가야 하기에 어마어마하게 가파릅니다.
어릴 때 하도 학교에서 화성을 자주 갔기에 화성 관람을 할 때 돈을 낸다는 사실이 참 어색한데요.
수원 시민은 무료로 돌아볼 수 있습니다.
매표소에서 이런 스티커를 받아도 되고, 그냥 수원 주소가 적힌 신분증만 보여줘도 됩니다.
성곽을 따라 서장대로 가려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계획을 바꿔 차도를 따라 화성행궁쪽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팔달산 중턱에 난 길을 따라 가던 중 성신사라는 건물을 발견했습니다.
어릴 적엔 이런 곳이 없었는데 안내문을 읽어보니 2009년에 복원한 건물이네요.
안내문을 읽어보니 성신사는 화성을 지켜주는 신을 모신 사당으로 건물 안에 위패가 모셔져 있습니다.
미칠듯이 더운 날씨라 걷기만 해도 손에서 땀이 흐르는 날(7.18)이었는데요.
중간에 시원한 약수터를 만났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에 버금가는 기쁨을 느끼며 달려갔는데,
물이 계속 흐르는게 아까웠던건지 손잡이를 당겨야 물이 흐르게 만들었습니다.
수원 화성 주변을 달리는 화성어차가 길을 따라 화성행궁으로 내려갑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용 머리를 본딴 화성'열'차가 다녔는데,
지금은 디자인을 바꿔 순종황제가 타던 어차(御車)와 국왕이 타던 가마를 본딴 화성'어'차가 다니고 있죠.
유원지에 있을법한 모습이던 과거에 비해 제법 깔끔해졌습니다.
화성어차를 따라 화성행궁으로 내려왔습니다.
행궁은 임금이 궁궐 밖으로 행차할 때 임시로 머물던 별궁으로,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수원부로 이장한 뒤(지금의 융릉) 지속적으로 성묘를 했기에
수원화성을 지으면서 정조가 머무를 행궁을 지었죠.
일설에 의하면 왕위를 세자에게 물려주고 행궁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함께 노후를 보내려고 했다는데,
정조가 일찍 죽는 바람에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화성행궁의 정전 봉수당에 왔습니다.
정조가 수원행차 시 머물렀던 공간이자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이 열린 공간입니다.
그에 맞춰 지금은 봉수당에서 열린 진찬연을 재현해놓고 있습니다.
봉수당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면 임금에게 드릴 식사를 준비하는 곳, 수라간이 있습니다.
예전에 큰 사랑을 받은 사극 '대장금'이 이곳에서 촬영을 했기에
드라마 속 장면을 재현한 마네킹이 여럿 보입니다.
화성행궁은 정조가 성묘를 하러 수원으로 내려올 때 머문 궁궐이지만,
평소에는 수원 유수(오늘날의 시장)가 머물며 행정을 담당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사진에 담긴 복내당이 바로 유수의 가족들이 살던 곳입니다.
수라간과는 별개로 복내당 부엌도 재현해놨습니다.
여긴 화성행궁의 정전 봉수당 바로 뒤편에 지어진 장락당입니다.
정조가 왕위를 아들 순조에게 물려주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함께 살 때를 대비해 지은 건물이죠.
특이하게 봉수당과 딱 붙어있어 장락당에서 바로 봉수당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봉수당 뒤편에는 여러 방이 길게 이어진 행각이 있습니다.
궁녀나 환관 등 궁궐 잡무를 담당하는 여러 사람들의 숙소로 사용하던 건물인지
여러 방에 궁궐 사람들의 모습을 재현한 마네킹이 보입니다.
봉수당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화령전이 나옵니다.
순조 1년에 지어진 화령전은 정조가 죽은 뒤 어진을 봉인하고,
제사를 준비하는 관리를 위한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입니다.
건물을 지은 목적에 맞춘건지 단청을 칠하지 않은 것이 눈에 띕니다.
화령전의 정전 운한각입니다. 정조의 어진을 보관하던 건물이죠,
화령전을 둘러보던 중 하늘을 보니 저 멀리 열기구가 보입니다.
하늘에서 수원화성 일대를 바라볼 수 있는 '플라잉 수원'인데,
날씨가 상당히 흐린 날이었기에 열기구에 탄 사람들이 경치를 제대로 봤을지는 의문입니다.
화성행궁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종이 보입니다.
정조 시절 계획도시로 지었다는 수원은 수원화성을 축조할 때 도시구조를 한양을 본따 지었는데,
화성행궁 뒤에는 북악산 대신 팔달산이, 앞에는 청계천 대신 수원천이 있고,
종로에는 보신각 대신 여민각을 지었습니다.
화성행궁 맞은 편에는 북수동 성당이 있는데요.
이곳은 천주교 교인을이 고문을 받고 죽어간 수원성지이기도 합니다.
조선은 유교 이외에 다른 사상을 배척했고, 특히 만인 평등을 부르짖는 천주교는 탄압의 대상이었지만
천주교가 조선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된 정조 치세에는 박해가 심하지 않았는데요.
알기 쉬운 예로 정조가 천주교 신자였던(나중에 배교했지만) 정약용을 등용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 정조가 사랑하던 도시에서, 그것도 화성행궁 바로 앞에서 정조 사후 천주교 교인들이 박해를 당했으니
참 아이러니한 역사입니다.
화성행궁에서 도보로 이동하려 했으나 날이 더워 버스를 타고 수원화성의 정문 장안문에 도착했습니다.
예전에는 장안문을 중심으로 한바퀴 도는 로터리 교차로가 있었는데
화성 복원을 위해 도로 한 쪽을 폐쇄하고 남은 한 쪽은 육교를 지어 화성 성곽과 연결했습니다.
한편 장안문에서 화서문으로 이어진 성곽 바깥에는 장안공원이 있는데,
수원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소풍, 현장학습, 그림대회 등
별의별 이유를 대면서 오는 곳입니다.
짧은 여행을 마무리하며 장안문 맞은 편 카페를 찾았습니다. 열심히 로스팅중인 모습이 보이네요.
평일 낮이라 카페 안은 한산합니다.
이곳에서는 카페 아메리카노 대신 '롱 블랙'을 팔고 있습니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면 아메리카노, 물에 에스프레소를 타면 롱 블랙으로 미묘하게 다르죠.
롱 블랙이 아메리카노에 비해 크레마가 더 오래 남아 풍미가 좋다고 합니다.
제 혀는 그런 차이는 못느끼는 둔한 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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