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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철 여행기/1~4호선

228. 서울대입구역 - 규장각



낙성대를 떠나 서울대입구역에 왔습니다.





서울대'입구'역이라는 역명에 걸맞게 서울대학교는 서울대입구역에서 좀 많이 멀죠.


오죽하면 서울대 3대 바보 중 하나가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까지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니


버스를 타고 서울대 안으로 들어가





규장각에 왔습니다.


규장각은 원래 창덕궁 후원에 있던 도서관 겸 기록원인데


이곳에 있던 자료를 지금은 서울대학교 규장각에서 보관하고 있죠.





저런 이유 때문인지 서울대학교 규장각 안으로 들어가니


창덕궁과 창경궁, 그리고 규장각이 있는 창덕궁 후원 모형이 있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면 규장각 소장 도서를 전시하는 공간이 나옵니다.


인터넷으로 시간대를 정해 전시 관람 예약을 해야 관람이 가능한데요.


예약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다행히 이날 관람 신청객이 적어 미리 들어가도 된다는 얘기를 듣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책판冊板, 조선의 문화를 새기다'라는 제목의 전시가 열렸는데


책판은 책을 찍기 위해 글자를 새긴 나무판을 말합니다.


팔만대장경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네요.





전시는 책판과 이 책판으로 찍은 책을 같이 놓아 비교하는 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정조때 편찬된 법전 대전통편을 찍기 위한 책판과





책판으로 찍어낸 대전통편을 같이 보여주고 있죠.





책판 이외에도 규장각이 소장 중인 활자를 전시하면서


조선시대 책 제작 과정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데





목활자와 금속활자를 나란히 놓고 돋보기 아래 둬 활자끼리 비교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규장각은 관에서 제작한 판본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시설인데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책판에 대한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훼손된 책판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책판 102종 17,821장에 대한 수리 복원을 거쳤고


이 과정을 위의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복원을 거친 책판 등에는 분류를 위한 금속 판이 박혀 있습니다.





그 옆에는 책판을 어떻게 책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인출 과정이 담긴 사진이 나열돼 있습니다.


책판에 먹물을 골고루 바른 뒤 그 위에 종이를 덧대고 문지른 뒤


바늘과 실로 종이를 꿰매 우리가 흔히 보는 책이 되죠.





책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용도로 만든 목판도 있는데요.


이 책판은 숙종이 쓴 글씨를 새긴 숙종어필목판입니다.





저 목판을 종이에 찍으면 이렇게 나옵니다.


초서체도 이렇게 목판으로 만들었다는게 신기합니다.





곤여전도라는 세계지도를 찍기 위해 만든 목판도 있습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대동여지도 역시 목판으로 만든 지도죠.





전쟁으로 인한 문화 교류 흔적을 보여주는 전시물도 있는데


위의 책판은 성종 때 서거정 등이 왕명을 받아 편찬한 역사서 동국통감을 바탕으로 일본에서 찍은 책판입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동국통감이 건너가 위의 책판이 만들어졌고


조선 총독 하세가와 요시미치가 조선총독부 학무국에 위의 책판을 기증해


지금까지 규장각이 소장하고 있죠.


동국통감이 일본에 전래된 과정과 일본에서 제작된 동국통감 목판이 한반도로 들어온 계기가


모두 일본의 조선 침략이라는 점에서


규장각에서는 동국통감 책판이 역사의 굴곡을 잘 보여준다는 의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이 동국통감은 책판별 비교를 위해 별의별 책이 모여 전시됐는데,





정확한 간행년도는 알 수 없지만 조선시대 출판된 것으로 보이는 동국통감부터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가들이 모여 고전을 출판한 조선광문회에서 신식활자로 만든 동국통감,





2016년 규장각에서 책판인출사업으로 인출한 동국통감까지 책판을 포함해 총 5종이 전시됐습니다.





전시공간 벽에는 책판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가 적혀 있는데,





규장각 책판이 제작된 지역별 통계,





중앙과 지방에서 만들어진 책판의 특징,





한문이 아닌 훈민정음으로 새긴 책판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역사 교과서에 담긴 수많은 책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정조가 직접 교육시켜 관리를 선발한 초계 문신제 선발자를 기록한 초계문신제명록부터





허균이 쓴 한글소설 홍길동전,





허준이 쓴 의서 동의보감,





조선왕조실록 중 책을 좋아했다고 잘 알려진 두 임금 세종과 정조의 실록,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 등 온갖 수난을 당해 수많은 책이 소실되었음에도


조선왕조실록보다 많은 분량을 자랑하는 승정원일기,





정조가 왕세손 시절부터 쓴 존현각일기를 시작으로 왕이 쓰기 시작한 일기 일성록,





국가 주요 행사나 잔치를 그림으로 기록하고 제반 내용을 정리한 조선왕실의궤(조선왕조의궤),





김정호가 그린 지도 대동여지도,





정조가 쓴 글을 모은 문집 홍재전서까지 다양한 책이 전시됐습니다.


이 책들을 보다 보니 역사 교과서 조선 파트를 쭉 훓어보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전시실 말미에 놓인 책은 조선에서 간행된 책이 아니라 규장각에서 모은 외국 도서입니다.


정조는 규장각을 만들면서 조선에서 구하기 어려운 중국 도서 구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위의 고금도서집성이 대표적 예입니다.


청나라 강희제 때 편찬을 시작해 옹정제 때 완성된 유서(類書)로


중국 내 각종 자료와 서적을 모아 만든 일종의 백과사전이죠.





유클리드(에우클리데스)가 남긴 '원론'을 중국에서 번역한 기하원본도 규장각에서 소장했습니다.





이 책은 서양 소식을 중국에서 번역한 잡지 격치휘편으로 고종의 서재 집옥재에 있던 책입니다.


고종은 중국에는 영선사를, 일본에는 수신사와 조사 시찰단(신사 유람단),


미국에는 보빙사를 보내면서 근대 문물을 도입하려 했는데


그 과정에서 서양 문물과 관련된 도서도 가져왔죠.





원소 주기율표 등이 담긴 화학서 화학감원,




서양 의학을 다룬 서의약론,





전자기학 입문서 전학도설 등이 집옥재에 있던 책입니다.



이번 전시는 규장각에서 소장한 기록물 중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을 소개하려는 의도로 열렸습니다.


하지만 이 의도와는 상관없이 조선에서 만든 기록은 물론 타국에서 수입해온 기록까지 상당히 다양한 기록물을 보면서


조선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고 기록물 보관과 수집에 열심이었는지가 느껴졌네요.





전시 관람을 마쳤으니 정문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서울대입구역으로 돌아갔습니다.




수도권 전철 여행 지도

227. 낙성대역

낙성대

228. 서울대입구역

229. 봉천역

점심은 고기국수, 후식은 아인슈패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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