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코인에 방을 잡았으니 조식을 먹고 가야겠죠.
메뉴 자체는 간단하게 조리가 가능한 반찬들이지만 그래도 뷔페식으로 제공되니
이것저것 든든하게 챙겨 배를 채우고
일요일 부산 여행을 시작합니다.
토요코인 해운대2점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해운대10번 마을버스를 타고
강남선경아파트 정류장에 내려
청사포 마을로 걸어갑니다.
해운대라고는 믿기 어려운 한적한 어촌 골목길을 걸어가면
하늘에는 작은 캡슐 전동차가, 땅에는 2량짜리 전동차가 달리는 철길이 나옵니다.
일명 미포철길로 불리던 옛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를 활용해 만든
해운대 블루라인파크의 스카이캡슐과 해변열차입니다.
옛 동해남부선 철길은 여러 사유로 고속화에 방해가 됐기 때문에
철길을 전철화하면서 저 멀리 산속으로 선로를 옮겼지만
옛 철길이 해변과 가깝게 놓여있어 관광지로 개발하기는 좋았기에
오랜 시간에 걸쳐 폐선을 다듬고 이렇게 관광열차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선로가 바다와 가깝다는 점이 인상적인데
만화 슬램덩크의 영향으로 유명해진 일본 에노시마 전철 카마쿠라코코마에역 근처 건널목처럼
바다 옆 건널목을 지나는 열차를 볼 수 있어서 마음에 드네요.
해변열차는 미포 정거장과 청사포 정거장을 거쳐 송정 정거장을 잇고
스카이캡슐은 미포 정거장과 청사포 정거장만 잇고 있으니
청사포에서 미포까지 스카이캡슐을 타고
미포에서 송정까지 해변열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스카이캡슐은 레일바이크처럼 1인권이 없고 2인권부터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저 거리를 이동하는데 30,000원을 써야 할까 고민을 했는데
일단 여행을 왔으니 큰맘먹고 동백전을 썼습니다.
스카이캡슐 첫차 출발 시간인 9시 반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서
청사포 정거장을 떠나 잠시 마을 구경을 해봅니다.
'감성버스정류장' 속 청사포 사진을 보기도 하고
한적한 어촌 뒤 달맞이고개 너머로 너무나도 번화한 해운대 아파트를 보기도 하고
색깔은 다르지만 나란히 놓여 쌍둥이 등대라는 이름이 붇은 두 등대도 본 뒤
스카이캡슐을 타러 정거장에 돌아왔습니다.
최대 4명까지 탈 수 있는 스카이캡슐을
홀로 전세 낸 뒤
해운대 미포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합니다.
청사포에서 미포까지 2km 되는 거리를 시속 4km로 30분간 천천히 달리는데요.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이동방향 반대편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경치를 구경해봅니다.
달맞이터널 위를 지나면 이제 해운대 해수욕장과 수영만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사방이 공사장이라 조금은 어수선한 미포 정거장에 도착한 뒤
바로 매표소로 달려가 10시 반에 출발하는 해변열차 승차권을 샀습니다.
원래는 해변열차에 입석을 포함해서 200명이 탈 수 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여러 자리를 비워둬서
줄을 빨리 서지 않으면 다음 시간대로 밀릴 수 있기 때문이죠.
아슬아슬하게 줄을 서는 데 성공해 열차에 탑니다.
해변열차는 관광열차답게 좌석도 특이한데요.
나무로 만든 기다란 좌석이 바다를 향해 널찍하게 난 창을 바라보도록 설치됐습니다.
미포 정거장을 출발한 열차는 달맞이터널 간이역을 지나
여행을 시작한 청사포 정거장,
바닥이 유리로 뚫린 다릿돌전망대가 있는 다릿돌전망대 간이역,
청사포처럼 작은 어촌마을 구덕포 마을이 있는 구덕포 간이역을 지나
송정 해수욕장이 바로 보이는 송정 정거장에 도착했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푸른 바다를 보며 달리는 열차를 타니
계속 좋은 경치를 보게 돼서 이날 여행이 잘 풀릴 것만 같습니다.
해변열차로 운행하는 열차는 총 4개 편성이 있는데요.
제가 탄 파란 열차 반대편에서 달린 노란색 열차는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대신 송정 정거장에 주박 중이던 빨간색 열차와 초록색 열차를 사진에 담고
송정 정거장 매표소로 사용하고 있는
등록문화재 제302호 옛 송정역 역사에 잠시 들른 뒤
동해선 선로를 옮기면서 새로 지은 송정역으로 이동해
건너편에 있는 정체불명의 전동차를 바라보다
동해선 전철을 타고 다시 부산 시내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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