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의정부 경전철 탑석역에 왔습니다.
여전히 노선도에는 탑석역이 의정부 경전철 시종착역으로 나오는데
사실 2021년 10월 30일부로 의정부 경전철 노선이 연장됐습니다.
고산지구와 복합문화융합단지 개발에 대비해서
저 멀리 부산 4호선 안평차량기지처럼
의정부 경전철 차량기지 내에 열차 승하차를 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한 것이죠.
공사 도중에는 고산역이라는 임시 역명을 붙이기도 했는데
정식 역으로 개통하자니 이런저런 절차가 복잡해서
고산역이 아닌 차량기지임시승강장이라는 어정쩡한 이름이 붙은 것 같네요.
의정부시에서는 복합문화융합단지역이라는 이름을 쓰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한데
행선지 안내를 비롯한 각종 시설물에는 차량기지임시승강장이라는 명칭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든 열차가 차량기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서
열차 시간을 맞춰 기다리다 열차에 타니
차량기지로 진입하는 동안
열차에 같이 탑승한 안전요원이 운전대를 열어
수동운전으로 모드를 바꾼 뒤
임시승강장에 도착할 때까지
열차를 운전합니다.
열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말 그대로 임시승강장이라 스크린도어도 없고 편의시설도 없네요.
하나뿐인 출구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면
왜 정식 역사가 아닌 간이승강장을 만들었는지 단번에 이해되는 풍경이 나옵니다.
고산지구는 물론 복합문화융합단지도 개발이 끝나려면 한참 멀었기에
이용객이 얼마나 많을지 불확실하니
가뜩이나 적자로 허덕이는 의정부 경전철에 큰돈을 들이기 어려웠겠죠.
이런 곳에서 대체 무슨 여행을 해야 하나 싶긴 한데
일단 북쪽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역에서 10여분쯤 걸으면 어느 정도 개발이 끝난 고산지구 마을이 나오는데
대체 왜 중앙아시아 요리 이름을 붙인 건지 알 수 없는 횟집을 거쳐
마을 외곽으로 놓인 큰길을 걸어가면
신숙주선생묘로 가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근처에 후손들이 살고 있어 지금도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하는 묘소를 가보면
청주시에 있는 구봉영당에서 관리하고 있는 보물 제613호 신숙주 초상의 영인본을 보관하고 있지만
문이 잠겨 있어 안을 확인할 수 없는 고산영당이 있고
그 옆으로 신숙주와 부인 윤씨의 무덤, 신숙주의 생애에 대해 적은 안내문이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전반적으로 신숙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적혀 있는데
실제로 세종 때 집현전 학자로서 음운 연구에 힘썼고
일본을 다녀오면서 쓴 해동제국기를 통해 조선의 외교 방향에 영향을 줬고
함경도 일대의 여진족을 정벌하는 등 다양한 공을 세운 것은 맞지만
단종을 몰아내고 세조의 편에 선 계유정난의 공신이라는 점 때문에
세종 때의 관료 중에서는 대중들의 평가가 많이 박하죠.
녹두에서 싹을 틔우는 나물이 녹두나물이 아닌 숙주나물인 이유가
계유정난의 변절자 신숙주에서 따온 이름이라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썰이 있을 정도니.
어쨌거나 공이 많은 사람이었기에
무덤 주변에는 이런저런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1971년 당시의 한글 창제 과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담긴
한글 창제 사적비도 세워져 있네요.
주변을 좀 더 둘러보다 무덤을 떠나니
공사 중인 현장이 눈에 계속 들어옵니다.
23년쯤 되면 공사가 끝나 가볼 만한 곳이 더 많이 늘어날 테니
그때 다시 와봐야 할 것 같네요.
그때를 기약하며 버스에 타 차량기지임시승강장으로 돌아갈까 했는데
열차가 30분에 1대씩 와서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이 버스가 탑석역도 가는 버스라서 그냥 탑석역으로 갔습니다.
ps. 차량기지임시승강장과 연계되는 버스가 2개 있긴 한데
버스도 배차간격이 길고 열차도 배차간격이 길어 서로 연계가 잘 안됩니다.
게다가 임시승강장 앞 도로가 공사 중이라 버스 정류장이 애먼 데에 기둥만 박아둔 채로 있네요.
어떻게든 올해 임시승강장을 개통하려고 의정부시에서 많이 무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수도권 전철 여행기 | ||
U125. 탑석역 부용산 소풍길 |
차량기지임시승강장 | (종착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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