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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상세)/2023.09.13 교토북부, 세토우치

16. 시한부 운행 중 타본 묘켄노모리 케이블

 

 

도쿄 신주쿠 못지않게 오사카 우메다 일대도 길이 복잡하기로 악명 높은데

 

그만큼 길을 헤메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JR 오사카역에서 한큐 오사카우메다역으로 가던 도중

 

히가시우메다역으로 가는 길을 잃은 한국인 노부부를 만나

 

잠시 시간을 내 길을 안내해 주고

 

마저 길을 걸어 한큐 오사카우메다역에 도착했습니다.

 

 

 

 

이날도 교통패스를 하나 새로 사서 움직일 건데요.

 

오사카우메다역 서쪽에 있는 안내 센터(ごあんないカウンター)로 들어갑니다.

 

 

 

 

이날 구입한 패스는 묘켄노모리 프리패스.

 

한큐 전철 한국어 페이지에는 설명조차 없는데

 

'묘켄노모리'라는 공원으로 가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패스입니다.

 

연간 상시 발매 패스는 아니고 판매 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2023년에는 3월 18일부터 12월 3일까지 판매하네요.

 

 

 

 

교통패스를 개찰기에 집어넣어 통과하고

 

4번선 타카라즈카선 열차 타는 곳으로 이동해

 

 

 

 

타카라즈카행 급행열차에 승차.

 

 

 

 

열차 안에 붙은 노선도 중 주황색 노선이 타카라즈카선인데

 

 

 

 

노선도를 잘 보면 카와니시노세구치역에서 뻗어나가는 작은 노선이 있죠.

 

한큐 전철의 자회사 노세 전철에서 운행하는 노선으로

 

묘켄노모리로 갈 때 타는 교통수단이자 묘켄노모리 프리패스 이용 범위에 포함된 노선이기도 합니다.

 

 

주황색 선이 닛세이 익스프레스 정차역을 보여주는 노선도입니다.

 

 

한큐 전철에서 운영하는 노선은 아니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한큐 전철에서 닛세이츄오역까지 가는 닛세이 익스프레스라는 급행 열차를 운행하기도 하고

 

노세 전철이 한큐 전철 없이 독자적인 경영을 하기 어려워 사실상 한 회사처럼 운행을 하고 있으니

 

한큐 전철 노선도에 같이 표시하는 것 같네요.

 

 

 

 

치이카와 콜라보 열차를 타지 못해 아쉬워하며

 

 

 

 

카와니시노세구치역에 하차.

 

 

 

 

노세 전철 열차로 갈아타는데

 

그냥 봐도 한큐 전철 열차와 판박이죠?

 

 

 

 

일단은 운행하는 회사가 다르니

 

 

 

 

한큐 전철 로고가 들어갈 자리에 노세 전철 로고가 들어가 있다던가

 

기술적으로 파고들면 철도 신호 시스템이 다르다던가 하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런 깊은 얘기는 넘어가도록 합니다.

 

 

 

 

열차 안을 둘러보니 노세 전철 연선에 가볼 만한 곳을 표시한 지도가 있는데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 마땅찮아

 

묘켄노모리로 가기로 한 결정을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선도 상에는 카와니시노세구치역에서 묘켄구치역까지는 묘켄선이고

 

묘켄선 야마시타역에서 출발해 닛세이츄오역까지 가는 노선은 닛세이선이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 운행은 카와니시노세구치역에서 야마시타역을 거쳐 닛세이츄오역까지 운행하는 열차가 대다수고

 

야마시타역에서 묘켄구치역까지의 묘켄선 나머지 구간을 운행하는 셔틀열차가 따로 있어

 

마치 지선처럼 운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묘켄노모리로 가기 위해 열차를 타고 있으니

 

야마시타역에서 묘켄구치역으로 가는 열차로 갈아탑니다.

 

 

 

 

차창밖을 보니 야마시타역에서 묘켄구치역까지는 단선 선로라서

 

애초에 열차를 많이 넣을 수 없으니 따로 운행하는 것 같네요.

 

 

 

 

노세 전철을 만들게 된 이유가

 

묘켄산에 있는 노세묘켄산(能勢妙見山)로 참배를 가는 사람들을 수송하기 위해서였으니

 

어떻게 보면 묘켄산으로 가는 입구(묘켄구치)까지 가는 이 구간이야말로 노세 전철의 근본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근본에 대한 대우가 좀...

 

 

 

 

종점 묘켄구치역에 도착했는데

 

 

 

 

버스 출발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있어

 

 

 

 

묘켄구치역 오른쪽에 작게 있는

 

 

 

 

노세덴 역의 갤러리에 들어가

 

 

 

 

사진이나 그림 대신

 

 

 

 

작은 열차 모형을 보고

 

 

 

 

갤러리를 빠져나와

 

 

 

 

역에서 조금 떨어진

 

 

 

 

버스 정류장으로 갑니다.

 

 

 

 

여기서 케이블 쿠로가와역(ケーブル黒川駅)까지 가는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한국에서 미리 버스 운행 시각표를 확인하고 오긴 했는데

 

 

 

 

미처 확인하지 못한 함정이 있었네요.

 

일요일과 공휴일에만 버스가 운행합니다.

 

이러면 계획이 어그러지는데...

 

 

 

 

여기는 택시도 안 다니니 방법은 도보뿐이네요.

 

 

 

 

인도가 있다가 없다가 하는

 

 

 

 

시골길을 걸으면서

 

 

한국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꽤 되는 농기계 회사 얀마에서 관리하나보네요.

 

 

코인 세탁소가 아닌 코인 정미소를 지나

 

 

 

 

국도 447호선에 진입.

 

 

 

 

현 경계를 지나

 

 

 

 

어디서 많이 본 지명이 보이는 이정표를 거쳐

 

 

 

 

이용하지 못해 괜히 화가 나는 버스 정류장을 보니 다 왔네요.

 

 

 

 

묘켄노모리 케이블 쿠로가와역에 도착했는데...

 

눈앞에서 케이블카를 놓쳤습니다.

 

 

 

 

순식간에 위로 올라가 내려오는 케이블카와 교행하는 모습을 보며

 

 

 

 

역사 안으로 가니

 

 

 

 

그새 케이블카가 역에 도착했네요.

 

 

 

 

묘켄노모리 케이블은 노세 전철이 묘켄산에 지은 케이블카(강삭철도)인데

 

노세묘켄산 참배객이라면 케이블뿐만 아니라

 

산 중턱에서 출발해 위로 이어지는 묘켄노모리 리프트까지 이용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왕복 교통비를 많이 내게 되는데

 

운임이 비싼걸 회사에서 모를 리가 없으니

 

묘켄노모리 프리패스 같은 교통패스를 팔아 이용객을 모으는 것 같네요.

 

오사카 출발 기준 패스 가격이 1,600엔인 것을 보면.

 

 

 

 

케이블카 탑승 시간이 되어 개찰구를 통과해 위로 올라가니

 

 

 

 

노세 전철 개업 110주년을 기념하는 헤드마크가 붙어 있는데

 

정작 묘켄노모리 케이블과 리프트 입장에서 2023년은 비극적인 해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이용객이 급감했는데

 

시설 노후화로 인해 유지나 개선을 위한 돈이 많이 들어

 

묘켄노모리 케이블과 리프트 노선 자체를 폐지하기로 결정해 버렸거든요.

 

 

 

 

폐업 1년 전에 국토교통성에 노선 폐지 신고를 제출해야 해서

 

2023년 6월 23일에 1년 뒤 노선을 폐지하겠다는 신고를 했으니 시한부 노선이 됐고

 

이때가 아니면 못 타보겠다 해서 묘켄구치역에서 죽어라 걸어 여기까지 온 것이죠.

 

게다가 여기를 다녀오고 나서 며칠 뒤인 2023년 9월 22일

 

폐지일을 앞당겨도 공공 교통 편의를 저해할 요소가 없다는 통보를 국토교통성 킨키운수국으로부터 받아

 

폐지일을 2023년 12월 4일로 앞당긴다는 발표를 해버렸으니

 

정말 이때 케이블카를 타지 못했으면 영영 못 탈 뻔했습니다.

 

한국인이 일본 케이블카가 폐선된다는 소식에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것이 스스로도 웃긴 일이긴 하지만 말이죠.

 

 

 

 

한때는 교통카드 얼굴마담으로 쓰일 정도로 회사에서 밀어줬지만

 

이제는 회사의 짐덩어리가 되어버린 것을 보고 세월의 무상함에 안타까워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어봅니다.

 

 

 

 

저 말고도 일본인 관광객 1명이

 

케이블 폐선 전 이런저런 사진을 찍으면서 저에게 말을 걸었는데

 

안타깝게도 제가 일본어를 잘 못하다 보니

 

간단하게 외국인임을 밝히며 저도 폐선 전에 케이블카를 타보기 위해 왔다 정도만 말을 했습니다.

 

 

 

 

그나저나 문제가 생겼는데요.

 

 

 

 

분명 일기예보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은 없었는데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집니다.

 

 

 

 

굵은 빗방울이 사진에 그대로 담길 정도로.

 

 

 

 

그나마 케이블카는 비를 맞을 일이 없으니 괜찮은데

 

케이블카와 연계되는 리프트가 문제거든요.

 

 

 

 

케이블카에 이미 타버렸으니 일단 위로 올라가기로 하고

 

 

 

 

아래로 내려오는 케이블카와 교행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비가 너무 쏟아지니

 

 

 

 

와이퍼를 수동으로 움직이는 특이한 모습도 보면서

 

 

 

 

케이블 산죠역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그칠 생각을 안 하는데

 

 

 

 

여기서 케이블카를 타고 바로 아래로 내려갈지,

 

비를 맞더라도 리프트를 탈지 빨리 결정해야 합니다.

 

 

 

 

우산을 안 들고 왔으니 이성적으로는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맞겠지만

 

이날이 아니면 리프트를 못 타게 되니 괜히 오기가 생겨

 

 

 

 

비를 잔뜩 맞으며 산을 올라 리프트 타는 곳에 도착.

 

이런 날씨에 리프트를 타러 올 바보는 저 말고 없다 보니

 

리프트 직원이 깜짝 놀라며

 

비에 젖은 리프트 좌석에 방석을 깔아줍니다.

 

 

 

 

리프트 바로 위에는 차양막이 있긴 한데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와 비도 미친 듯이 날아오니

 

차양막이 전혀 도움이 안 되네요.

 

 

 

 

좌우에 심어진 나무에 벚꽃이 핀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며 종점에 도착했는데

 

 

 

 

직원이 다가오더니 노세묘켄산이 문을 닫을 시간인데 괜찮겠냐고 말합니다.

 

 

 

 

절 구경을 못 하는 것은 아쉽지만

 

케이블카와 리프트를 타본다는 목적은 달성했으니

 

직원에게 지금 바로 내려가겠다고 말해 다시 리프트를 탔는데요.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는 중에 비가 그쳐서 화는 나는데

 

화를 낼 대상이 없으니 속만 타들어갑니다.

 

 

 

 

이번에 못 간 노세묘켄산은 언젠가 다시 가보긴 해야 할 텐데

 

케이블과 리프트가 사라져 버리면 저기로 가는 교통수단이 택시밖에 남지 않아

 

저길 어떻게 가야 할지 머리를 굴리며

 

 

 

 

리프트를 떠나

 

 

 

 

산죠역에 도착.

 

 

 

 

아까 탔던 케이블카와는 다른 케이블카를 타고

 

 

 

 

쿠로가와역으로 내려가

 

 

 

 

교통패스가 있어 굳이 살 필요가 없었지만

 

 

 

 

기념품으로 남기기 위해 승차권을 하나 사고

 

 

 

 

다시 한참을 걸어 노세 전철 묘켄구치역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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