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토모가시마.
투명한 바다가 아름다운 섬이고
일본 답게 '서머타임 렌더'라는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한데요.
해안가를 따라 걸으면서
작은 토리이를 보고
섬을 떠나는 배도 보고
이정표를 따라서
섬 위로 올라갑니다.
생각보다 경사가 가팔라서 당황하며
피곤한 다리를 이끌고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포대 터.
토모가시마는 메이지 시대 때 외국 함대가 오사카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해안포 요새인데요.
2차대전 때에도 일본군이 주둔한 비밀섬이었는데
미군은 일본에 상륙하지 않고 항공전으로 공격했기에
토모가시마에 있던 군 시설은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일본이 전쟁에서 패망하면서 군대가 토모가시마를 버리고 떠나
포대 시설은 그대로 방치돼 폐허가 된 아이러니한 역사가 있는 곳입니다.
섬 근처에 칸사이 국제공항이 있으니 비행기 보기도 좋고
해안가를 비롯해서 자연경관이 나쁘지 않아
풍경을 보러 온 사람도 많아 보이지만
섬에 남은 폐허와 역사를 생각해보면
절로 복잡한 심경이 듭니다.
멀리서 보면 멋진 경관도
가까이서 보면 골 때리기도 하고.
선착장에서 출발해 산을 넘어서 반대편 바닷가로 이동했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
작은 전망대(小展望台)에 들러
섬 북쪽 해안 경치를 보고
다시 산을 올라
위험천만한 길도 지나고 중간에 길도 잃고 하면서
큰 전망대로 올라갑니다.
아직 벚꽃이 남은 전망대에서
요시노산에서 제대로 못 즐긴 벚꽃놀이를 짧게 즐기기도 하고
시간 관계상 가보지 못한 등대를 보기도 하고
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를 보기도 하고
작은 전망대에서 봤던 경치를 다시 감상해 봅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제3포대 터로 이동하면
글자 구분조차 힘든 팻말 너머로
옛 포대 시설이 거의 온전히 남아있는데요.
사진으로 보면 밝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나 어두운 터널을 지나
계단 위를 올라가면
동그랗게 배치된 포좌(砲座)가 나옵니다.
지금은 주변에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서
어떻게 썼는지조차 잘 모르겠지만
분위기 하나는 기가 막히네요.
다시 터널을 빠져나와
병사들이 적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숨긴 것으로 보이는 엄폐부(掩蔽部)로 이동해
사진을 찍으려고 한참을 서있는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저도 한참을 기다려봅니다.
발전소로 쓰이던 건물은
천장이 완전히 무너져서 나무들로 가득한 집이 됐네요.
제3포대를 지나 탐조등 터(探照燈跡)에 도착하니
슬슬 뱃시간이 다가와서
여기까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9시 배를 타고 토모가시마에 들어와서
11시 30분 배를 타고 나가니
2시간 30분 동안 토모가시마를 둘러봤는데요.
토모가시마 여행을 계획할 때에는 이 정도면 섬을 둘러보기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섬이 큰 데다 평지가 아닌 산이다 보니
섬을 다 둘러보기는커녕 5개 포대 중 2개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가장 시설이 잘 남아있다고 하는 제3포대는 충분히 봤고
섬 주변 푸른 바다는 실컷 즐겼으니
2022년에 배조차 타지 못했던 아쉬움은 충분히 가신 것 같네요.
급하게 임시편으로 12시 30분 배가 편성돼서
저걸 타면 좀 더 섬을 둘러볼 수 있겠지만
귀국 비행기를 생각하면 아슬아슬하니
원래 계획대로 11시 30분 배를 타고
토모가시마를 떠나
이번에는 토모가시마와 지노시마(地ノ島)) 사이에 있는 좁은 해협을 통과해
카다항에 도착.
원래는 승선권을 배에서 내릴 때 제출해야 하는데
직원에게 따로 요청해서 승선권을 돌려받은 뒤
부두를 떠나 다음 여행지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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