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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상세)/2023.10.13 토호쿠

4. 무츠과학기술관과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의 비극

엄밀히 따지면 무츠시는 혼슈 최북단 시이긴 한데 진짜 최북단 동네는 오마마치라는 지자체입니다.

 

 

혼슈의 북쪽 끝 동네에 온 만큼 관광 안내도에 다양한 자연 관광지가 나타나 있는데

 

제가 갈 곳은 지도에 점으로만 찍힌 곳입니다.

 

 

 

 

대중교통이 워낙 불편한 곳이라 근처에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아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왕복 이동을 하려는데

 

 

 

 

어째 택시 승차장에 온 택시들이 죄다 승객 예약이 있는 택시라서 눈앞에서 택시를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카카오택시도 우버택시도 잡히지 않아 직접 전화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간신히 택시를 잡아 타니

 

 

버스도 철도도 교통카드를 못 쓰는 곳인데 의외로 택시에서는 교통카드를 쓸 수 있습니다.

 

 

일단 이날 이정이 크게 틀어질 일은 없겠구나 하고 마음이 놓이네요.

 

 

 

 

일단은 '시'가 붙은 동네라고 어필하듯이 높은 맨션도 보이는데

 

 

 

 

택시를 타고 조금만 이동하면 이런 빈 땅으로 가득합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저렴하게 택시비가 나와 기뻐하며 도착한 곳은

 

 

 

 

무츠과학기술관이라는 이름의 과학관인데요.

 

 

 

 

왜 비싼 택시비까지 내며 이런 깡촌에 있는 과학관에 왔는가에 대해서는

 

 

 

 

천천히 얘기해 보도록 하죠.

 

 

 

 

입장료 300엔을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오는 전시물은

 

 

 

 

다른 과학관에서도 흔하게 볼 법한 체험 도구인데요.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다른 과학관에 비해 배와 관련된 전시물이 많은 것이 눈에 띕니다.

 

 

 

 

1990년대 후반 해양연구선으로 운용을 시작한

 

 

 

 

미라이(みらい)라는 배의 모형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가운데

 

 

 

 

심해 디오라마라고 해서

 

 

 

 

심해 탐사를 진행하는 잠수함 신카이 2000과

 

 

 

 

후계기인 신카이 6500,

 

 

 

 

글리고 무인 잠수정(ROV) 카이코를 소개하는 코너도 있네요.

 

 

나중에 알아보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익스플로러토리엄 소장 전시품 중 33점을 전시하고 있다고 하네요.

 

 

본관 전시실에서 나와

 

 

 

 

특이하게 생긴 마스코트를 지나 별관으로 가면

 

 

 

 

배를 통째로 뜯어 온 것만 같은 공간이 펼쳐지는데

 

 

 

 

그 중심에 있는 이 볼록 튀어나온 시설은 다름 아닌 원자로실입니다.

 

 

 

 

일본 원자력선 연구개발사업단 소속 원자력함 무츠.

 

이곳에 있는 원자로실은 원자력함 무츠에서 가져온 것인데요.

 

 

 

 

취항 당시 모항인 오미나토항이 있는 도시 무츠에서 이름을 딴 원자력함이면서

 

 

 

 

해체 전 모항이었던 세키네하마항 역시 무츠시에 있는 항구이기에

 

 

 

 

세키네하마항 바로 옆인 이곳에 무츠를 다루는 과학관을 만들면서

 

가장 핵심 시설인 원자로실을 고스란히 가져다 놓은 것이죠.

 

 

 

 

일본에서는 최초, 전세계적으로도 4번째로 개발된 원자력선으로서

 

 

쇼와 44년(1969년) 8월. 무츠가 진수되고 나서 2개월 뒤 찍은 사진입니다.

 

 

과학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아 보이는 배지만

 

이 배에 얽힌 이야기는 그다지 밝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원자력선 무츠의 터빈

 

 

1974년 9월 1일 태평양 해상에서 진행한 실험 도중

 

설계상의 문제로 원자로 상부에서 방사선이 누설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사능 누출과는 약간 다른 개념이라고 하는데

 

2번의 핵폭탄을 맞은 뒤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팽배하던 상황에서 이런 사고가 나버렸으니

 

일본이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겠죠.

 

 

원자로 용기

 

 

사고가 발생했으니 수리를 위해 육지에 입항해야 했지만

 

모항인 오미나토항을 비롯해서 일본 그 어디에서도 무츠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어민들이 항구를 어선으로 둘러싸 접안 자체를 못하게 막아버리는 조치를 취하자

 

자민당과 아오모리현, 무츠시, 어민연합회에서 급히 합의를 해

 

원자로를 봉인하는 조치만이라도 할 수 있게 오미나토항에 입항하는 것을 허락했지만

 

임시 조치 이후 오랫동안 무츠는 바다에서 표류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연료집합체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원자력선을 살려야 했기에 여러 곳과 협상을 시도했고

 

최종적으로 무츠를 받아준 곳은 나가사키현의 항구도시 사세보였습니다.

 

사세보시 입장에서는 침체에 빠진 조선업계를 살리기 위해서

 

그리고 당시 나가사키현의 숙원 사업이던 나가사키 신칸센을 사세보 경유로 짓기 위해서

 

무츠를 받아들이는 결정을 했다고 하네요.

 

 

 

 

1978년 10월 16일 사세보항에 입항한 무츠는 오랜 시간을 들여 원자로를 고쳤고

 

이후 원자력 항해에도 성공했지만 1992년을 끝으로 원자로 가동을 멈췄습니다.

 

이후 기관을 디젤엔진으로 바꾼 뒤 해양탐사선 '미라이'로 이름을 바꿔

 

해양연구개발기구 소속 연구선으로서 지금까지 바다를 항해하고 있네요.

 

2025년에 미라이마저 운용을 종료하고 후계기 미라이2에 역할을 넘긴다지만.

 

 

 

 

미라이로 개조하면서 남은 원자로는

 

무츠의 마지막 모항 세키네하마항 옆에 마련한 무츠과학기술관으로 가져왔고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계단을 따라 갑판 아래로 내려와

 

 

 

 

두꺼운 금속으로 봉인된 원자로를 바라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복잡한 기분이 듭니다.

 

 

 

 

외부 충돌로부터 원자로실을 지키기 위해 만든

 

 

 

 

여러 겹의 갑판도 상당히 흥미롭네요.

 

 

 

 

원자로실 관람을 마치고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오면

 

 

 

 

무츠 메모리얼 코너라고 해서

 

 

 

 

무츠의 조타실과 제어실을 과거 모습 그대로 재연해두고 있네요.

 

 

 

 

비록 조타실 바로 앞에 보이는 모습은 바다가 아니지만.

 

 

 

 

원자력선 무츠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사세보시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 없으니

 

무츠과학기술관에서는 다루지 않는 사세보시의 이후 이야기를 적어보자면

 

사세보시는 해피엔딩을 보지 못했습니다.

 

 

 

 

사세보시가 무츠 입항을 허락한 첫 번째 이유는

 

사세보항에 있는 조선소 사세보중공업의 경영난 타개였는데

 

무츠 수리 1건으로 경영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하죠.

 

조선업 후발 주자인 한국과 중국의 추격으로 사세보중공업의 경영난은 계속되었고

 

2022년에는 모기업인 나무라 조선소의 구조조정에 따라 신조선사업을 포기하게 됩니다.

 

또 다른 이유인 나가사키 신칸센도 사세보시 입장에서는 최악의 결과물이 돼버렸는데

 

사세보시에 나가사키 신칸센을 짓기로 했던 일본국유철도가 민영화로 JR 큐슈라는 사기업으로 바뀌었고

 

사세보시 경유 노선은 나가사키와 후쿠오카를 최단거리로 잇는 노선이 아니라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세보를 경유하지 않는 노선으로 확정 돼버렸습니다.

 

수많은 사세보 시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무츠를 받아들인 대가는 아무것도 안 남은 셈이네요.

 

사세보시를 제끼고 지은 나가사키 신칸센도

 

중앙정부와 나가사키현의 뻘짓으로 후쿠오카시 하카타역까지 가지도 못하는 이상한 신칸센이 돼버렸고.

 

 

 

 

곱씹을수록 씁쓸함만 남는 무츠의 뒷이야기와는 별개로

 

 

 

 

여기에 있는 무츠의 흔적들을 보니

 

 

 

 

비싼 택시비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무츠의 연혁을 정리한 그림을 보고 나서

 

 

 

 

1층으로 내려오니

 

 

 

 

모든 전시물을 다 봐서 여기를 떠나야 하는데

 

 

국립연구개발법인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 산하 개발 거점을 나타낸 지도

 

 

혹시나 해서 카운터 직원에게 근처에 버스 정류장이 있냐고 물으니

 

역시나 없다고 하네요.

 

 

선미 외판

 

 

그래서 아까 택시를 탈 때 확인해 둔 전화번호로 택시를 부르고

 

 

원자로실 차폐체(遮蔽体)

 

 

택시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닺과 닺줄

 

 

외부 전시실에 놓인 이런저런 전시물과

 

 

 

 

택시를 타고 올 때 미처 못 본 배를 닮은 과학기술관 외관을 보고

 

 

 

 

전화로 부른 택시를 탄 뒤

 

 

 

 

시모키타역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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