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마하 본사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엔슈 철도 하치만역인데요.

하치만이라는 역명은 근처에 하마마츠하치만구라는 신사가 있어서 붙었으니

짧게 신사를 구경하고

역으로 돌아와 신하마마츠역으로 가는 열차를 타러 승강장으로 올라갑니다.

지방 도시 사철치고는 배차 간격이 상당히 준수한 데다

생긴 게 다 똑같아서 그렇지 신차도 꾸준히 도입하는 등
어지간한 대형 사철 못지않게 운송 서비스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선로가 단선이라서 반대편에서 오는 열차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

북쪽으로 올라가는 열차를 보내주고 남쪽으로 내려가

신하마마츠역에 내린 뒤

JR 하마마츠역으로 이동해

옆도시 이와타로 갑니다.

악기를 만드는 야마하 본사에 가봤으니

오토바이를 만나는 야마하를 안 가볼 수 없겠죠.

미쿠리야역에 내려 북쪽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야마하 발동기(야마하 모터) 본사를 향해

사방에서 뿜어 오는 화학약품 냄새를 참으며 걸어갑니다.

1955년 야마하로부터 분리됐으니 어느새 70년의 역사를 지닌 오래된 기업이 되어

창사 70주년을 기념해 야마하 모터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여러 사진이 본사 울타리에 걸려 있네요.

야마하에 이노베이션 로드가 있다면 야마하 모터에는 커뮤니케이션 플라자가 있는데

사전 예약이 필수인 이노베이션 로드와는 다르게

야마하 커뮤니케이션 플라자는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 제조 역사가 깊은 제조사답게

스쿠터부터 시작해서 로드스터, 투어러까지

안 만드는 오토바이가 없고 그만큼 다양한 오토바이 라인업을 전시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제가 이륜차에는 자동차만큼의 관심을 쏟지 않아 그저 구경만 해봅니다.

야마하 모터에서 다양한 이륜차를 만들고 있지만

경쟁자 혼다와는 다르게 자동차 시장에는 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바퀴 4개 달린 오토바이인 ATV나 골프장용 전동카트는 잘만 만들고 있고

경주용 자동차인 고 카트도 만들고 있지만
공공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는 콘셉트카 디자인만 발표하거나 할 뿐 실제 양산으로 이어진 자동차는 없습니다.

과거에 다른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해서 차량 설계를 한 적도 있고
가장 최근에는 케이터햄 프로젝트 V에 협력한다는 발표도 있었지만
이것도 엄밀히 따지면 생산은 야마하 모터가 아닌 영국 케이터햄이니…

자동차는 안 만들지만 엔진이 들어가는 다른 것은 별의별 것을 만들어서

스노모빌이나 제트스키는 물론

작은 보트나 요트에 들어가는 엔진도 야마하에서 만들어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와 관련된 곳이라면 야마하 이름이 붙은 물건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동 휠체어도 야마하에서 만들고 있다는 것인데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진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지독한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습니다.

야마하의 엔진과 모터가 들어가는 다양한 탈것들을 보고

2층으로 올라가면

야마하 발동기 역사 전시실이 나옵니다.

악기를 만들면서 쌓인 목공 기술로 비행기 프로펠러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프로펠러용 엔진을 만들다
2차대전에서 패배해 쓸모없어진 기술을 써먹으려고 오토바이 시장에 진출하고

1955년에 오토바이 부문이 야마하로부터 분사해 야마하 발동기(야마하 모터)가 세워진 뒤

엔진이 들어가는 별의별 사업에 진출해

우리가 이만큼 성공했다는 것을 여러 사진으로 보여주는데

자세히 보면 1979년부터 1986년 사이에 공백이 있습니다.

이 시기는 일본에서 HY전쟁이라고 부르는
혼다와 야마하 사이의 일본 내수 이륜차 치킨게임이 벌어졌던 때입니다.
혼다가 북미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륜부에 소홀하던 틈을 타서
야마하에서 대놓고 혼다를 저격하는 인터뷰를 하면서 혼다를 이기고 일본 오토바이 1위를 차지하겠다고 했으나
혼다는 사륜부에서 벌어들이는 이익 덕에 이륜부에서 가격 할인과 신모델 대거 출시 등의 반격에 나섰고
되려 재무상태만 엉망이 된 야마하가 패배를 선언하는 것으로 끝났으니
아예 언급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전쟁에서 이긴 혼다도 일본 내수 시장에 중고 오토바이가 넘쳐나 결국은 손해를 보고 말았으니
상처뿐인 전쟁이 돼버렸습니다.

지금은 혼다와 야마하 간의 시장 경쟁이 그렇게까지 치열하지 않지만

자존심 싸움은 전장을 옮겨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니

바로 모터스포츠 분야입니다.

가장 빠른 오토바이를 만들겠다는
남자의 본능과도 같은 욕구를 달성하기 위한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정작 2020년대 모토 GP 컨스트럭터 챔피언은 전부 두카티가 해 먹고 있던데...

어째 본사에 와서 야마하를 까는 이야기만 하는 것 같은데
아무튼 이륜차에서 성공을 거둔 야마하는

오토바이를 넘어 다른 분야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자동차는 안 만들지만 옆에서 계속 기웃거리는 야마하답게
1992년에는 조던 그랑프리에 엔진을 납품하기도 했는데
결과는 시즌 내내 1포인트를 따는데 그치고야 말았네요.

어째 자동차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는 느낌이 들지만

케이터햄 프로젝트 V는 전기차니 다를 수 있을지 하는 생각을 하며

역사 전시실 관람을 마무리하고

야마하에서 스폰하고 있는 여러 스포츠 구단의 유니폼을 보고

커뮤니테이션 플라자에서 나와

역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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