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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철 여행기/1~4호선

226. 사당역 -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옛 벨기에 영사관)



친구들과의 모임이 잡혀 사당역에 왔습니다.


약속시간은 7시인데 조금 빨리 왔네요.





카페에서 죽치고 않아있을 수도 있지만


기왕 여기에 온 김에 역 근처에 있는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에 왔습니다.


제법 고풍스런 모습인데, 회현동에 있던 옛 벨기에 영사관 건물을 남현동으로 옮긴 뒤


미술관으로 이용하고 있죠.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니 건물 자체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상설전과 함께


'망각에 부치는 노래'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선 망각에 부치는 노래'를 보기로 했습니다.


이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중 일부를 보여주는 전시로


설명에 의하면 잊는 행위와 그로 인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다양한 맥락을 담고 있는 작품을 보여줍니다.


이런 주제가 잘 와닿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모르겠지만 말이죠.





이번 전시 제목이기도 한 루이즈 부르주아의 '망각에 부치는 노래'입니다.


루이즈 부르주아는 예전에 리움미술관에 있던 거대한 거미 동상 '마망'의 작가이기도 하죠.


전시실에 걸린 여러 천은 작가가 입고 쓰던 옷이나 가재도구를 자르고 꿰매 만든 작품입니다.


실용적 기능, 혹은 그녀가 도구를 사용하던 기억이 해체, 삭제되고


예술작품으로 다시 만들어져 관객들에게 기억되는 과정에서 망각과 기억이 연결된다는데,


설명을 읽고 작품을 보니 상당히 그럴 듯합니다.





한국에서도 제법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를 대표하는 호박 시리즈입니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지라 환각에 시달려서 이걸 이기기 위해 땡땡이 무늬에 집착하게 됐다고 하죠.


이번 전시전에서는 이 무늬를 환각을 잊기 위한 망각 추구의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숫자가 찍힌 수많은 사진이 보입니다.


오인환 작가의 '숫자 따라잡기'라는 시리즈 작업인데,


작가가 다녀간 다양한 장소의 번지수를 찍어 배열한 작품입니다.


해당 장소를 방문했던 시기, 건물 배치와는 상관없이 1부터 순서대로 재배열하면서


번지수라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네요.





낙서를 예술 차원으로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장 미셸 바스키아의 '머리'입니다.


어릴 적 교통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해부학에 관심을 가지게 돼서 그의 작품에는 해골이 참 자주 등장하는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로 두개골이 등장하는군요.


그나저나 이 작품과 망각, 또는 기억과의 관계는 뭔지.......





이건 제목을 보자마자 빵 터진 작품인데,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둘로 나뉜 인상주의 정물화 앞에서 재잘대는 사람'입니다.


한눈에 봐도 비평가를 비판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안내문에 따르면 우리가 의심 없이 믿는 가치들과 그것들을 생산하는 이들에 대한 의문을 제시함으로써


비평가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보는 관람객에게도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어서 '미술관이 된 구벨기에영사관' 상설전을 보러 이동했습니다.


벽 한쪽을 가득 채운 연표를 읽어보니


1901년 대한제국과 수교를 맺은 벨기에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정동에 공관을 세웠다가


1905년 회현동에 공관을 새로 지어 영사관으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을사조약과 한일병합을 거치면서 굳이 한반도에 영사관을 유지할 필요가 없던 벨기에는


1918년 회현동에 있던 영사관을 폐쇄했고 일본 요코하마생명보험이 이 건물을 사용했죠.


1961년 한국과 벨기에의 수교가 재개됐지만


광복 후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회현동 옛 영사관은 해군군악학교, 공군본부,해군 헌병감실을 거쳐


대창흥업까지 여러 주인의 손을 거친 건물이 되었고,


벨기에는 한남동에 새 대사관을 지으면서 옛 영사관은 벨기에의 손을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1977년에 문화재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회현동에서 지금의 남현동으로 이전됐고,


최후의 소유권자인 우리은행이 이 건물을 서울시에 무상으로 임대하면서


지금의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이 됐습니다.


근현대를 거치면서 헐어지지 않고 남은 건물 중 사연 없는 건물이 없겠냐마는


참 복잡한 사연을 지닌 건물이네요.





전시실에는 정동 시절 벨기에영사관으로 보이는 모형과 함께





회현동 시절 벨기에영사관이 담긴 지도,





이전 과정을 담은 사진을 통해 이 건물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둥 구조를 보여주면서





영사관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에 대한 설명도 하고 있습니다.





미술관 관람을 마쳤는데도 시간이 조금 남아 미술관 뒤 언덕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남현동은 백제 시절 질그릇을 굽던 가마터(서울 남현동 요지)가 발견된 곳이라


그 유적을 볼까 해서 왔죠.





아마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계속 길을 따라가도 보이는건 휴경 중인 밭뿐이라 포기했습니다.





이후 반년만에 만난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11시에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사당역 4번 출구로 이동했습니다.


수원시는 오랫동안 법적 규제로 인해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버스를 만들지 못했고,


대신 4호선으로 환승해 바로 도심으로 이동할 수 있는 서울역행 광역버스가 발달했죠.


지금이야 규정이 완화돼서 M버스도 있고 7900번도 있지만 사당역을 찾는 수원 시민은 여전히 많습니다.


그 덕에 사당역 4번 출구는 퇴근 시간만 지나면 이 모양이네요.


다행히 버스에는 앉아 갈 수 있었습니다.




수도권 전철 여행 지도

225. 방배역

청권사

226. 사당역

227. 낙성대역

낙성대

432. 이수역

게임 이벤트가 열린 돈가스집

433. 사당역

434. 남태령역

남태령 옛길을 거쳐 경기도 삼남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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