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만지로 자료관을 떠나 시내로 가던 중

코스모스밭에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뭐가 있나 하고 구경 가보니

사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허수아비라서 허탈해하며

다시 시내로 걸어갑니다.

한솥 도시락에 기술을 전해준 일본 도시락 가게 혼케 카마도야(本家かまどや)를
수년 동안 일본을 여행했지만 정말 처음 보기에 괜히 반가워서 사진을 찍고

목적지인 시미즈 플라자 팔에 도착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버스 출발까지 시간이 남아

근처에 있는 커피숍 '탑'이라는 카페에 들러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스커피만 주문하기 뭣해서

480엔짜리 팬케이크도 같이 주문했는데
꽤 맛있네요.

카페에서 떠날 때 실수로 가방을 두고 나오는 찐빠가 있었지만

다행히 점장님께서 바로 가게를 뛰쳐나와 저를 찾아주셔서
무사히 가방을 받고

아시즈리곶(足摺岬)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탑니다.

존 만지로의 생가가 있던 마을 나카노하마(中ノ浜)를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달리다 보니

이번에도 버스 안에서 오헨로 순례자들을 만났습니다.

특이하게도 불교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외국인들이 삿갓과 지팡이를 챙기며 버스에 탔는데
오헨로에 어떤 매력이 있길래...

여러 외국인들이 내린 서니사이드호텔을 지나

종점 아시즈리미사키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시코쿠 최남단 지점이라 기념 삼아 와봤는데

여기에도 존 만지로의 동상이 있길래
이 동네에서는 사카모토 료마 못지않게 사랑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안내도를 따라

전망대로 걸어가 봅니다.

본토 최극점과는 다르게 명확하게 최극점이라는 표시는 따로 없어 아쉽지만

땅끝답게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어 좋네요.

바로 옆에 텐구의 코(텐구노하나, 天狗の鼻)라는 이름이 붙은 절벽을 보니

여기에도 정자가 있는 전망대가 있어서 저쪽으로 가볼까 하다

반대편을 바라보니 등대가 보여서

정자 대신 등대를 선택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등대에 온 것은 좋은데
아쉽게도 등대 위로 올라가 볼 수는 없네요.

다음 버스를 탈 때까지 어디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고민하다
저기 나무 위로 보이는 탑을 따라

콘고후쿠지(金剛福寺)로 들어가 봅니다.

시코쿠 여행기를 쓰면서 오헨로에 대해 짧게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정작 오헨로가 뭔지 언급을 안 했는데
콘고후쿠지에 왔으니 오헨로에 대해 썰을 풀 조건이 갖춰졌네요.

일본 불교사를 다룰 때 빼놓을 수 없는 헤이안 시대의 승려 쿠카이의 고향이 시코쿠라서
쿠카이와 관련이 있는 시코쿠의 절 88곳을 '시코쿠 88개소'라고 부르고

시코쿠 88개소를 도는 행위를 오헨로(お遍路)라고 부릅니다.

신앙적으로는 쿠카이 대사가 직접 88개소를 순례한 것을 기원으로 보겠지만
실제로는 누가 오헨로를 시작한 것인지 불분명한데요.
예나 지금이나 쿠카이가 오헨로를 했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쿠카이의 발자취를 따라서 스게카사(菅傘)라고 부르는 일본식 삿갓과 콘고즈에(金剛杖)라고 부르는 지팡이를 들고
시코쿠 88개소를 돌고 있습니다.

이곳 콘코후쿠지는 쿠카이 대사가 아시즈리곶에서 수행을 하던 중

탁 트인 태평양을 보고 관세음보살이 머문다는 보타락가산(補陀落迦山)을 느껴
사가 텐노에게 청해 절을 개창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하네요.

쿠카이가 얼마나 멋진 극락정토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아까 본 아시즈리곶의 풍경도
콘고후쿠지 안에 펼쳐진 연못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오헨로 순례객들은 1번 절 료젠지부터 88번 오쿠보지까지 절을 돌면서
다른 절이나 신사에서는 보통 슈인(주인, 朱印)이라고 부르는 뇨코(납경, 納経)를 합니다.

뇨코쵸(納経帳)에 도장을 찍고 붓으로 순례 기록을 남기는데

오헨로를 위한 특별한 고슈인쵸(御朱印帳)인 만큼
뇨코쵸 가격이 만만찮네요.

아직은 오헨로 순례를 할 생각이 없으니
나중에 각오를 단단히 세우면 그때 뇨코쵸를 사서 뇨코를 하기로 하고
절을 떠나 버스 정류장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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