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보카와역에는 요도선(시만토 그린 라인)이라는 노선이 지나갑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요도선은 이에지가와역까지만 이어지고
이에지가와역에서 쿠보카와역까지는 토사 쿠로시오 철도 나카무라·스쿠모선이라는 사철 노선이라서
얼핏 보면 바로 옆 역처럼 보이는 역으로 이동하는데 490엔이나 내야 하는 정신 나간 구간이기도 한데

관광객 입장에서 주목할만한 점을 꼽자면
시만토강(시만토가와) 옆으로 굽이굽이 난 철길을 따라 달리는 관광열차가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1984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일본 최초 토롯코 열차 '시만토롯코'부터

시코쿠에는 단 한 번도 달린 적 없는 신칸센 열차를 외관만 모방해서
철도 오타쿠 사이에서 신칸센짭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끄는
'철도 하비 트레인',

일본 전통 요괴인 캇파를 모티브로 한 '카이요도 하비 트레인' 등
비범한 열차들로 가득한데

가장 타보고 싶은 열차는 당연히 철도 하비 트레인이지만

여행 일정상 철도 하비 트레인은 못 타고

카이요도 하비 트레인을 타게 됐습니다.

어째 제가 아는 그 캇파가 맞나 싶지만

정말 괴물같은 요괴 모형을 보니

역시 귀여운게 최고라는 생각이 드네요.

열차가 출발하고 나니 그새 해가 저물어서
창밖을 봐도 뭐가 보이는 게 없으니
스마트폰만 보고 가다가

토사타이쇼역으로 가던 중
기관사가 경적을 울리더니 갑자기 급정거를 하고 기차 밖으로 나갑니다.
사슴이 열차를 들이박았네요?!

홋카이도도 아니고 시코쿠에서 사슴 충돌을 당하니 어이가 없는데
하필이면 이날 예약해 둔 숙소가 여기서 240km 떨어진 곳에 있어서
열차가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숙소 못 가거든요.

이래저래 초조한 가운데
일단 사슴을 수습하고 출발한 기차는 토사타이쇼역을 지나 에가와사키역에서 오래 정차합니다.
열차 내에 화장실이 없다보니 승객 편의를 위해 무려 30분이나 대기하다 출발하도록 시각표가 짜여 있어서
다행히 사슴 충돌로 인한 열차 지연은 여기서 회복이 가능하겠네요.

너무나도 멀쩡한 기차 외관에 새삼 감탄하면서
다시 열차에 올라타

시각표대로라면 19시 26분 요시노부역에 도착하는 철도 하비 트레인이어야 하지만
열차 정비라도 들어간 것인지 평범한 기차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게 돼 실망하면서

20시 15분 요도선 열차의 종착역인 우와지마역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20시 17분에 출발하는 마츠야마행 특급 우만카이를 타기 위해

죽어라 뛰어 자유석 착석에 성공.

낮에 이동한다면 바다가 보이고 시모나다역도 지나갈 수 있는 요산선 구간을 지나가겠지만
지금은 시간도 없고 한밤중이니
이요오즈역과 마츠야마역을 빠르게 잇는 우치코선을 경유해

마츠야마역에 도착했습니다.

1년 만에 다시 온 마츠야마역은 많이 바뀌었는데요.
2024년 9월 29일부로 새로운 고가역사로 이전해 영업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역무원이 일일이 승차권을 확인하던 개찰도 이제는 기계가 하는데

교통카드 전용 개찰구도 아니고 QR 전용 개찰기는 좀 선을 넘지 않았나...

개찰구 밖으로 나가 편의점에서 물자를 보급하고

타카마츠행 특급 이시즈치로 갈아탑니다.

직전에 탔던 특급 우만카이와 너무나도 비교되는 쾌적한 실내에 감탄하면서

자리에 앉아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두부바를 먹다 보니

드디어 이날의 최종 목적지 이요사이죠역에 도착했네요.

장장 10시간 동안 350km을 이동하는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이동 끝에

이요사이죠 역명판을 보니 힘이 풀리지만
아직 쓰러지기엔 할 일이 남아있죠.

개찰구 밖으로 나가 보이는 여러 호텔 중

가장 역에서 가까운 호텔 오레이루 사이죠로 들어가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걸레짝이 된 옷을 빨면서 샤워를 하고

생긴 것만 보면 짜장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만들어보면 이게 뭔가 싶은 BLACK U.F.O. 쿠로야키소바로 야식을 먹은 뒤
다른 날보다 유난히 피곤하던 이날의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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