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의 우여곡절은 전날로 끝나기를 바라며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아바시리 버스터미널로 걸어가

전날 메만베츠 공항에서 못 산 아바시리 프리 패스 2일권을 삽니다.
계획대로라면 시내버스를 3번만 타기에 교통패스를 사는 것이 오히려 손해지만

홋카이도 겨울 여행은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보험 삼아 돈을 더 준 것도 있고
버스를 닮은 교통패스 디자인이 수집하기에 괜찮아 보여 산 것도 있습니다.
관광지에서 쓸 수 있는 할인 쿠폰도 같이 들어 있어
저 말고 다른 관광객들에게는 유용하게 쓰일 것 같네요.

이날 하루 종일 타게 될 관광시설 순회 버스 시간표를 사진으로 찍고 나서
버스 터미널을 나서려는데

버스 터미널 안에 있는 코인락커를 보니
멍청하게 아바시리역 코인락커에 가방을 안 넣은 게 생각나서

다시 눈길을 걷는 김에

골목길을 기웃거리면서 사진 찍을만한 것이 있나 살펴보다

아바시리역에 다시 돌아와

가방을 코인락커에 집어넣었습니다.

코인락커 사용 시간을 안 지키는 외국인이 많은지
영어 안내가 2번이나 적혀 있네요.

겨울에 아바시리에 왔으면

당연히 유빙을 보러 가야 하는데

2024년에는 버스 투어 상품으로 유빙 관광 쇄빙선 오로라호를 타려고 했으나
1년을 기다려 다시 아바시리에 왔습니다.

똑같은 버스 투어 상품을 예약하자니
코스가 동일해서 그다지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이번에는 시내버스를 타고 오로라호를 타러 가는데

기다리는 버스는 안 오고 스쿨(スクール)이라 적힌 버스가 오네요.

몇몇 도시에서는 학생들 통학을 위해 맞춤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는데

기차에서 내린 학생들이 우르르 걸어 버스 정류장으로 오는 것을 보니

아바시리에도 이런 버스가 다니나 보네요.

8시 42분 아바시리역을 출발하는
관광시설 순회 버스(観光施設めぐり)에 올라타

아까 갔던 버스 터미널을 거쳐

부두 옆에 있는 오로라호 선착장

우미노에키 류호카이도 아바시리에 도착했습니다.

너무나도 잔잔한 바다를 보니
배를 타는 것은 문제가 없겠네요.

매표소로 이동해

미리 인터넷으로 지정해 둔 예약 내역을 보여주며 5,000엔을 결제하고

기대했던 것에 비해 조금 밋밋한 승선권을 챙겨

배를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대열에 합류해 봅니다.

창문 위에는 계절별 쇄빙선 오로라호의 모습이 걸려 있는데

겨울 한철만 장사하면서 배를 놀리기 아쉬운지
다른 계절에도 아바시리 앞 오호츠크해를 도는 모습을 담았네요.

9시가 되어 개찰을 시작해

드디어 오로라호에 승선하니

정말 기분이 남다릅니다.

배 안으로 들어가면 500엔을 더 주고 앉을 수 있는 특별석이 나오는데

바다 한가운데를 떠도는 유빙을 배 위에서 보기 위해 배를 탄 것이니

좌석에 앉을 여유는 없겠죠.

갑판 위로 올라가 어떻게든 자리를 사수해

바다 위 유빙을 볼 준비를 마쳤습니다.

배가 출발하기 전부터

배 주변으로 새들이 몰려오는데

이 동네 갈매기들은 어찌나 사람이 익숙한지
아무리 카메라를 가깝게 가져가도 도망치지 않네요.

덕분에 멋진 셀카도 찍어보고

멋진 갈매기 단독 사진도 찍어봅니다.

어째 유빙은 안 찍고 갈매기만 찍는 것 같은데...

방송 촬영 장비를 가져온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유빙을 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항구를 출발해서

육지 끝 노토로 곶을 지날 때가 되어도

정말 작은 크기의 유빙만 보이는 것을 보면

이게 유빙 투어가 맞긴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다 큰 유빙을 볼 때까지

다시 갈매기에 집중해 보죠.

사람들이 던지는 빵을

너무나도 맛있게 받아먹는 모습에 놀라는 사이

드디어 넓은 유빙을 만났습니다.

배 속도를 줄이고

오도독하면서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나면

갈라진 유빙들이 배 양옆으로 이동하면서

얼음들이 다시 뭉치는 과정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니

작년의 실패를 뒤늦게나마 보상받는 기분이 듭니다.

더 많이 떠내려오는 유빙을

생각보다는 잔잔하게 통과하는 동안
Passing through the drift ice in Sea of Okhotsk
다른 사람들을 따라 저도 짧게 영상을 찍어보죠.

눈앞에 보이는 모습은 참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유빙 쇄빙선 오로라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렇게 바다를 가득 채운 유빙을 뚫고 지나가는 배인데

2025년 2월 26일의 오호츠크해는

유빙이 많이 떠있지만 유빙 못지않게 바닷물이 많이 보이죠.

너무 늦게 아바시리에 온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2025년의 오호츠크해에는 관측 이래 유빙이 가장 늦게 내려왔습니다.

단순히 2월 말에 와서 이런 것이 아니라
이제는 유빙이 줄어들 정도로 바다가 뜨거워졌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어쩌면 지금 보는 이 바다가

유빙을 가장 많이 본 바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좀 서글퍼집니다.

일단은 유빙 투어를 한번 더 도전해 봐야

단순한 기우에 그칠 것인지

정말 이제 오호츠크해의 유빙은 사라지고 마는 것인지 알 수 있겠지만

올해 여름 한반도로 향하던 모든 태풍을 막아버린 뜨거운 폭염을 생각해 보면

불길한 생각이 맞지 않을까...

어쨌거나 2026년 겨울을 기약하며

아바시리로 돌아와

배에서 내려

다음 여행지로 이동할 준비를 합니다.

ps. 똑같은 유빙 쇄빙선을 타면 재미없으니
다음 겨울에 또 오호츠크해를 찾는다면 그때는 몬베츠에서 타는 가린코호 탑승을 도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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